▲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최창환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가정주부인 46세 김 모 씨가 변비 증상으로 병원에 내원했다. 1주일에 1~2회 배변, 단단한 변, 과도한 힘주기 등의 변비 증상은 약 10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으며, 5년 전부터 증상 완화를 위해 알로에를 복용했다.
알로에를 먹으면서 변비 증상이 호전돼 2일에 1회 정도 배변을 하며 지냈으나, 최근 변비 증상이 다소 악화됐다. 내원해 시행한 대장내시경검사에서 대장점막 전체가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 대장흑색증(melanosis coli)이 관찰되었다.
알로에의 장기 복용으로 인해 대장흑색증이 발생했고, 이후 김 씨는 알로에 복용을 중단하고 부피형성 하제와 삼투성 하제로 변비 증상을 조절하며 지내고 있다.
변비는 가장 흔한 소화기질환 가운데 하나로, 유병률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약 2~20%에 달한다. 국내에서 변비의 유병률에 관한 대규모 연구는 드물지만, 한 역학 연구에서 기능성변비의 유병률이 16.5%로 보고된 바 있다.
변비가 각종 기질적질환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해서 이 질환을 해결할 경우 치료되는 경우도 있으나, 환자의 대다수에서는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원발성 변비이므로 만족할 만한 치료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다수의 하제가 의사의 처방 없이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특히 기질적질환이나 전신질환, 혹은 사용 중인 약물 등에 의한 이차성 변비를 확실히 배제해야 하며, 원발성 변비의 경우 서행형 변비인지 골반출구폐쇄형 변비인지 감별해야 한다.
이차성 변비가 배제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식이요법을 고려해야 하는데, 적절한 양의 섬유질과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섬유소는 장내세균에 의해 발효되어 유익한 장내세균을 증식시키고 대변의 용적을 증가시킴으로써 대변을 무르게 하여 변비의 개선에 도움을 주게 된다. 통상적으로 하루 15~25g 정도의 섬유질과 1.5~2리터 정도의 수분 섭취가 권장된다.
생활습관 개선이나 식이요법에 반응이 없는 경우 약물 치료를 시행하며, 통상적인 변비 치료약물은 작용 기전에 따라 부피형성 하제, 삼투성 화제, 자극성 하제, 그리고 기타 약물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1차 치료 약제로는 부피형성 하제를 사용하는데, 이 부류에 속하는 약물들은 대개 비흡수성 물질로 장관 내 수분을 흡수하여 대변의 부피를 증가시키고 무른 변을 볼 수 있도록 한다. 현미, 밀기울, 식물 씨앗, 해초, 메틸셀룰로즈, 폴리카보필 등의 성분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단, 대장 협착이나 폐쇄 환자에서 이 약물들을 사용할 경우 폐쇄에 의한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