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경 건강 칼럼]계단 오를 때 다리저리면 말초혈관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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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향경 중앙대학교병원 외과 교수) 따뜻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손발이 차가운 경우, 평소 다리가 자주 저리고 아픈 경우, 혈액순환 장애가 아닐까 걱정해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혈액순환이 안 되면 다리가 시커멓게 썩고 절단까지 할 수 있다는 괴담(?)은 이런 증상의 사람들에서 불안감을 더한다.
한편 관절염 치료나 허리디스크 치료, 한방 치료 등을 수년간 받아왔지만 더 이상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람들 중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고, 자주 쉬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말초동맥질환은 비교적 흔한 질환임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일반인에게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된 경우가 많다. 또 막상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다른 병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동맥이란 심장에서 혈액이 출발해 각 조직에 피를 공급해 주는 통로이다. 이 중 심장과 관상동맥을 제외한 대동맥과 사지, 뇌혈관 동맥 등을 따로 말초동맥이라고 부른다. 동맥경화증이나 그 외 다른 여러 질환들이 말초동맥을 침범할 경우 혈관 내에 노폐물이 쌓이고, 동맥이 점차 좁아지거나 심지어 막힐 수 있다.
말초혈관질환은 대부분 나이 많은 사람에서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허리디스크로 인한 다리 저림, 무릎이나 고관절 관절염 등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대한 물리 치료나 통증 치료만 하다보면 증상이 더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 동맥경화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맥경화증의 주요 원인인 흡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 외에도 버거씨병, 다까야수 동맥염, 레이노씨병, 혈액응고 장애, 심장 부정맥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인구 고령화, 음식 문화의 서구화, 비만과 흡연, 스트레스, 고지혈증 및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의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말초동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수도 현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경한 질환에서는 어느 정도 혈관이 확장하면서 적응해 특별한 증상이 없으나, 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가만히 있을 때는 증상이 없지만 혈액 공급이 더 필요한 상황, 즉 운동을 하는 경우 좁아진 혈관을 통해 필요한 만큼 혈액이 지나갈 수 없어 혈액 공급이 부족하게 된다.
따라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다리 저림으로 평상시에는 증세가 없다가 오르막을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경우 엉덩이, 허벅지 또는 종아리 근육이 단단하게 땅기거나 근육의 통증이 발생한다.
운동을 지속하면 증상이 심해지고 다리가 아픈 반면, 쉬면 잠시 후 증세가 가라앉는다. 이후 다시 걸으면 증세가 나타나면서 어느 정도 거리를 걸으면 반복적으로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질환이 더 진행되면 가만히 있어도 다리가 저리고 아프며, 다리에 난 상처가 잘 낫지 않거나 궤양이 발생할 수 있다.
▲운동요법이나 약물치료가 진전이 없으면, 동맥 순환을 돕는 수술이 필요하다. 사진은 중앙대병원 김향경 교수의 시술 모습. 사진 = 중앙대학교병원
동맥질환에 의한 궤양은 대개 작고 가장자리가 둥글고 주로 발가락이나 바깥쪽 복숭아뼈 근처에 생긴다. 주변 다리의 피부는 얇고 광이 나는 경우가 많다. 다리나 발가락의 털이 빠지며 발톱이 두껍고 잘 부스러지기도 한다.
말초동맥질환의 진단은 우선 반복되는 다리의 저림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각 부위의 동맥 맥박을 촉지한 후 발목-상완지수를 측정한다. 혈관이 좁아지면 혈관 뒤에서 혈압이 떨어지므로, 하지에 비해 비교적 동맥경화증이 잘 오지 않는 상지를 기준으로 발목의 혈압을 비교해볼 수 있다.
말초혈관질환으로 하지 혈관이 좁아지면 발목 혈압이 팔 혈압에 비해 떨어져 말초혈관질환으로 간단하게 진단 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 외에 도플러초음파검사, 혈관조영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말초동맥질환의 진단과 동시에 어느 부위가 얼마나 심하게 좁아져 있는지 확인하고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불편함 정도 따라 치료법 달라져
올바른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이 최고
말초혈관질환은 암 같은 다른 질환과 달라 병 자체가 얼마나 심한지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에 따라 병의 단계를 구분하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검사를 통해 혈관이 완전히 막혀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아주 넓은 부위에 병이 있는 경우라도 다리에 상처가 없고 본인이 불편하지 않다면 약물치료를 먼저 해보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검사에서 병이 심하지 않지만 본인이 생활에 큰 불편을 느낀다면 시술이나 수술을 할 수 있다.
말초동맥질환으로 진단되면 우선 혈액순환 개선 및 혈관 확장, 그리고 혈소판의 응집을 막아 혈전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약물을 복용해 볼 수 있다. 특히 아스피린은 혈소판의 응집을 막는 약물로, 대개 하루 100mg 정도면 충분하며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스피린의 부작용 중 가장 유의해야 하는 것이 위장 장애나 위장 출혈인데, 최근에는 코팅이 돼 위에서는 그대로 통과하고 장에서 용해되는 제품이 나왔다. 하지만 위장 장애의 위험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고 100명 중 1~3명 정도는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약물 복용과 더불어 운동요법을 시행할 수 있는데, 한 번에 최소 30~45분, 일주일에 3~4회, 12주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걸으면 피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 근육이 조금씩 적응해 갈 수 있고, 막힌 혈관 주위로 작은 곁가지들이 커져 증상이 개선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런 방법으로 혈액 순환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는 혈관 속으로 카데터(유연한 의료용 튜브)를 넣고 풍선으로 좁아진 부분을 확장하거나 금속 스텐트 등으로 원래의 혈관을 재개통시키는 치료를 한다. 이런 치료법은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개복이 필요없지만 비교적 짧은 부위에 질환이 있을 때 결과가 좋다.
또한 수술적 치료로 해당 부위를 절개해 혈관 내부의 찌꺼기를 긁어내고 새로 봉합하거나 좁아진 혈관을 대신해 인조혈관으로 동맥 순환을 새로 만들어 주는 우회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말초동맥질환의 예방법은 일반적인 동맥경화증의 예방방법과 동일하다. 우선 담배를 끊고 규칙적인 운동과 더불어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 외 적절한 체중 유지, 섬유소 섭취, 포화지방산 섭취의 제한 등도 도움이 될 수 있다.
50세 이상에서 본인이나 가족 중에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흡연, 비만 등 말초동맥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은 운동 시 다리 저림이 생기는지 주의 깊게 살펴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정리 = 안창현 기자)
김향경 중앙대학교병원 외과 교수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