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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볼보' '최고 BMW'라더니, AEB 평가에서 최하위 “머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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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0-501호 윤지원 기자⁄ 2016.09.08 17:43:04

▲AEB 시스템은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다. 사진은 2013년 ADAC가 진행한 AEB 테스트 장면.(사진=ADAC)


‘이것만은 내가 최고'라고 자랑하다가 남보다 못함이 드러나는 것만큼 창피한 일도 드물다. 그런데 그런 창피를 ‘안전의 볼보’가 당했다. 갑자기 차 앞에 나타나는 사람 등을 감지해 경고하고 위급시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AEB(Autonomous Emergency Braking, 자동 긴급제동장치) 기능 테스트에서였다.


독일에서 실시된 이번 테스트에 동원된 볼보의 V60는 AEB를 위해 카메라와 함께 레이더 장치까지 겹으로 갖추었다. 그런데 레이더 없이 카메라만 단 다른 테스트 차량보다 못한 성적을 거뒀으니, 그간 자사의 AEB 기술을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 인텔리세이프(IntelliSafe) 등의 이름으로 적극 홍보해온 볼보로서는 머쓱할 만하다.


벤츠와 함께 세계 명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전통의 명가 BMW도 이번 테스트에선 망신을 당했다. 테스트에 동원된 BMW 3는 감지-제동 성능을 둘째 치고, AEB 기능이 수시로 꺼져 아예 작동을 안 한 경우가 많아, 볼보와 함께 “당장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테스트는 유럽 최대의 자동차 소유주 클럽 아데아체(ADAC)가 실시했다. ADAC는 1800만 명의 유료 회원을 거느리고, 자동차 관련 각종 조사와 서비스는 물론 자체적으로 차량 성능 테스트까지 하는 단체다.


이번 테스트에는 6개 승용차가 동원됐다. 모두 중형급 모델로 아우디 A4, 스바루 아웃백, 메르세데스-벤츠 C 클래스, 볼보 V60, BMW 3시리즈, 기아 K5였다. 각 차량은 각기 다른 AEB 감지 시스템을 갖추었다. 아우디 A4와 BMW 3는 ‘한 군데서만 바라보는’ 모노 카메라만 갖춰 장비 면에서 가장 단순했다. 스바루 아웃백은 ‘두 군데서 바라본 영상을 합쳐보는’ 스테레오 카메라만 갖췄다. 기아 K5와 벤츠 C 클래스는 감지 레이더에 스테레오 카메라까지 갖춰 가장 적극적인 센서 구성을 보인다.


장비로만 본다면 레이더와 카메라를 모두 갖춘 볼보, 기아, 벤츠의 성적이 가장 우수해야 하고, 그 다음 스바루, 그리고 장비가 가장 단순한 아우디와 BMW가 하위에 랭크돼야 했다. 그러나 실제 테스트 결과에서는 스바루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으며, 그 뒤를 아우디가 잇고, 벤츠와 기아는 중간을 거둔 반면, 볼보와 BMW는 불합격 판정을 받은 셈이다.


▲테스트를 준비 중인 ADAC 관계자들.(사진=ADAC)


ADAC의 이번 테스트는 여러 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유로 NCAP(Euro NCAP: 유럽 자동차 안전성능 평가 프로그램)가 유럽에 출시되는 모든 차량에 대해 AEB 테스트를 하고 있지만, 낮 시간 상황만 테스트한다. 심각한 보행자 사고의 절반 이상이 어두운 시간대에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해 ADAC는 밤 조건을 포함시켰고, 자전거가 갑자기 나타나는 상황도 추가했다.


ADAC는 2012년에도 10여 개 AEB 장착 차량을 대상으로 차 대 차 추돌 상황을 연출해 테스트를 진행했고, 2013년에는 보행자 대상 테스트를 했다. ADAC의 테스트는 자동차 메이커들의 협조를 받는 상업 자동차 전문지 등의 테스트 결과보다 소비자에게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갖는다.


테스트는 6가지 상황별로 실시됐다. 성인 더미(인형), 어린이 더미, 그리고 자전거 등이 출몰하는 상황을 낮과 밤의 조건에서 연출했다. 평가 결과표에서 100%는 AEB가 완벽하게 작동한 것이고 0%는 아무런 대응도 못했다는 표시다.



테스트 1 : 성인이 차도를 횡단할 때 (최고 시속 60km/h로 주행 시)

1위 : 스바루 아웃백 (89%)

2위 : 아우디 A4 / 기아 K5 (72%)

4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67%)

5위 : 볼보 V60 (39%)

6위 : BMW 3시리즈 (28%)


테스트 2 : 성인이 차도를 따라 걸을 때 (최고 시속 60km/h로 주행 시)

1위 : 스바루 아웃백 (100%)

2위 : 아우디 A4 (88%)

3위 : 기아 K5 / 메르세데스 C클래스 (75%)

5위 : 볼보 V60 (50%)

6위 : BMW 3시리즈 (38%)


성인을 대상으로 한 두 테스트에서 단연 발군은 스바루였다. 스바루는 스테레오 카메라만 갖췄을 뿐인데도, 차도를 따라 걷는 성인에 대해서는 100%, 차도를 횡단하는 성인에 대해서는 89%의 실적을 보여줘, 장비만이 아니라 장비를 통해 입력되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이를 브레이크에 전달하는 종합적인 실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아우디와 기아, 벤츠도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레이더에 스테레오 카메라까지 갖춰 중무장한 기아와 벤츠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뒀다. 아우디는 모노 카메라라는 가장 단순한 장비만 갖췄을 뿐인데도 72~88%의 제동 성공률을 보여 종합적인 우수성을 과시했다.


반면, 중무장의 볼보는 5위에 그쳤으며, BMW는 최하위에 머물러 명차 이미지를 구겼다.



테스트 3 : 사각지대의 어린이 보행자 (최고 시속 50km/h로 주행 시)

1위 : 아우디 A4 (93%)

2위 : 기아 K5 (54%)

3위 : 스바루 아웃백 (46%)

4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43%)

5위 : 볼보 V60 (21%)

6위 : BMW 3시리즈 (7%)


사각지대에서 튀어나오는 어린이만큼 운전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대상도 없다. 안 보이던 아이가 갑자기 차 앞에 출현하니 사고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인간의 눈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이런 경우에 기계의 도움이 절실하다. 모노 카메라만 갖춘 아우디 A4가 93%의 반응을 보인 점은 칭찬할 만하다. 반면 볼보와 BMW는 실망 그 자체라고 할만하다.



테스트 4 : 천천히 달리는 자전거 (최고 시속 40km/h로 주행 시)

1위 : 아우디 A4 (50%)

2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25%)

3위 : BMW 3시리즈 (13%)

나머지 : 스바루 아웃백 / 기아 K5 / 볼보 V60 (0%)


자전거의 갑작스런 출몰은 대처하기 무척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운전자들은 이런 자전거를 ‘자라니’로 부른다고 한다. 한적한 도로라고 생각한 곳에서 갑자기 차 앞으로 덤벼들듯 도로를 횡단하는 고라니처럼 느닷없기 때문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자전거를 시속 10km/h 정도의 느린 속도로 운영했는데도 모든 차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나마 아우디가 50%로 선방했고, 벤츠와 BMW가 그 뒤를 이었다.



▲갑자기 튀어 나오는 자전거에 대한 AEB 테스트 장면.(사진=ADAC)



테스트 5 : 밤에 안전조끼를 입은 보행자 (최고 시속 45km/h로 주행 시)

1위 : 스바루 아웃백 (100%)

2위 : 아우디 A4 (71%)

3위 : 기아 K5 (50%)

나머지 : 메르세데스 C클래스 / 볼보 V60 / BMW 3시리즈 (0%)


테스트 6 : 밤에 어두운 옷을 입고 있는 보행자 (최고 시속 45km/h 주행 시)

1위 : 스바루 아웃백 (100%)

2위 : 아우디 A4 (17%)

나머지 : 기아 K5 / 메르세데스 C클래스 / 볼보 V60 / BMW 3시리즈 (0%)


마지막 두 개의 테스트는 밤 상황이다. 눈에 잘 띄는 안전조끼를 입었건, 아니면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있건, 100%의 반응을 보인 스바루의 퍼포먼스에 ADAC는 "인간의 눈보다 더 신뢰할 만해 정말 놀라웠다"며 높게 평가했다. 그 외에는 아우디 A4가 미약하나마 반응을 보였을 뿐, 나머지 메이커들의 AEB는 밤 상황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종합: 스바루 아웃백의 AEB는 자전거에 대한 대응에만 실패했을 뿐, 나머지는 최대 100%에서 최소 46%까지 반응했다. 아우디 A4는 센서 구성이 단조로웠음에도 모든 상황에 반응했고, 특히 사각지대의 어린이 보호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ADAC는 아우디에 대해 “자전거에 대한 반응에서 1위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도심이나 주택가에서 자전거가 더 빠른 속도로 달린다면 아우디 A4 역시 합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볼보의 V60와 BMW 3시리즈의 저조한 성적은 실망을 넘어 우려를 낳을 정도다. 두 차는 순위가 무의미했던 자전거 상황을 제외한 모든 테스트에서 5위 이하의 결과를 냈다. 심지어 나머지 4개 메이커의 차들이 모두 67% 이상의 반응을 보인 낮 시간 성인 보행자 테스트들에서조차 50% 이하의 저조한 결과를 기록했다.


한편, 이번 테스트에 동원된 볼보의 V60와 BMW 3시리즈는 국내에도 수입돼 시판 중이다. BMW 코리아의 관계자는 9월 7일 이번 테스트에 대한 물음에 “유럽 시판 차와 동일한 조건의 차량이 국내에 수입-시판된다"고 밝혔다.


▲볼보가 자랑하는 AEB 시스템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이ㅡ 개념도. (이미지=볼보)


독일 현지에서 자동차 관련 블로그 스케치북 다이어리(humandrama.tistory.com)를 운영하는 자동차 평론가 이완 씨는 이번 결과에 대해 "완벽한 기술이 나와 어떤 상황에 대해 안전을 보장한다 할지라도, 내 차에 어떤 안전장치도 없다는 생각으로 안전운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그런 노력이 있을 때 긴급제동장치의 가치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DAC는 보행자 사고를 방지하거나, 적어도 상해 정도를 낮추기 위해 AEB 등 안전 관련 기술이 모든 차량에 신속하고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현재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경우에는 위급상황을 정확히 감지하고 차를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기술이 승차자를 포함한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기술이다. 따라서 AEB 시스템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의 열기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AEB(긴급제동장치)란?

자율주행차 안전에 핵심기술


AEB 또는 AEBS(Autonomous Emergency Braking System)는 자동차에 부착된 전방 센서, 레이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충돌 사고가 예상되는 상황을 감지, 분석하여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필요할 경우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첨단 안전 시스템이다.


자율 주행, 자동 주차, 상시 4륜구동 시스템 등 자동차 산업 및 문화의 미래를 주도할 여러 첨단 기술 중에서도 안전에 가장 밀접한 기술이다.


AEB를 적용하면 교통사고를 줄이고 그에 따라 사상자도 적어지리란 전망과 시험결과는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 협회(IIHS)는 모든 차량에 AEB 기본 장착을 의무화하면, 후방 추돌 사고는 40%, 연간 교통사고 발생은 20%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했다. 유로 NCAP(Euro NCAP: 유럽 자동차 안전성능 평가 프로그램)와 오스트랄라시아(호주·뉴질랜드·서남태평양제도) NCAP의 공동 연구에서도 AEB 시스템이 전방 추돌 사고를 38% 줄여주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 3월 교통부 산하 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 협회 등이 20여 개 자동차 업체와 협의해 오는 2022년까지 모든 신차에 AEB를 기본 장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7월 영동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가 봉평터널에 진입하면서 5중 추돌을 일으킨 사고 직후 각종 언론을 통해 '대형 차량에 AEB 장착 의무화' 관련 보도가 나왔고, 이에 따라 정부는 2019년까지 20톤 이상 화물차에 AEB를 의무화한다는 요지의 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직도 AEB는 일정 속도 이상에서는 작동하지 않거나, 야간에는 여전히 사람을 잘 인식 못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AEB의 감지 시스템에 대한 도해. 렉서스의 2008 LS 600h에는 레이더(파란색구간)와 스테레오카메라(빨간색구간)가 장착되어 있다.(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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