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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실현될라 현기차 불안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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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9호 윤지원⁄ 2016.11.11 18:36:04

▲11월 1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 부두. 수출 부진에 따라 빈 공간이 많이 눈에 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 시각)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의 집권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여러 부정적 전망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그간 자유무역주의를 지지해 온 오바마 정부와 달리,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내 일자리 증가와 제조업 부활을 외치며 한미 FTA를 재앙으로 규정하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특히 높은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울 것이라는 신호다.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의 80%를 담당하는 현대기아차가 아주 곤란한 처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11일 CNB와의 통화에서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현재 미국 대선 결과를 두고 트럼프의 경제 및 통상정책과 시장 상황에 따른 북미 시장 투자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에 따른 미국 경제정책 변화가 현실로 확정된 것이 없으므로 지금은 내부적으로 다각적인 검토를 하는 중”이라며 아직 전망이나 계획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한미FTA 재협상 이뤄지려나?
덕볼 줄 알던 현기차, 현지화 미룬 후폭풍 걱정할판

트럼프의 경제 정책으로 현대차를 포함한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 FTA) 재협상 여부다.

트럼프는 지난 8월 8일 디트로이트 유세 연설에서 “한미 FTA는 깨진 약속(broken promise)으로 일자리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지난 9월 15일 뉴욕 경제클럽 강연에서는 “한미 FTA는 일자리를 죽이는 재앙 초래의 협정”이라고 또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와 전문가들이 한미 FTA로 미국의 수출이 100억 달러(약 11조 850억 원) 이상 늘고 7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다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뉴스가 뉴욕타임즈 1면을 장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한미 FTA 때문에 없어진 미국의 일자리가 10만 개에 이르며, 미국의 대 한국 수출은 거의 늘지 않았고 한국의 대미 수출만 미국 무역적자 규모의 배에 달하는 150억 달러(약 16조 6천억 원)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하면서, 한미 FTA를 공격했다.

이에 지난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미국 대선과 한국경제·외교안보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정책좌담회를 개최했고 참여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미리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발표자로 나선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과 여론을 보면 한미 FTA가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최근 한미 FTA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해 FTA 개정 협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으로 협정 양허(관세 협정을 맺은 나라끼리 최혜국 대우를 해 관세율을 인하하는 조치)가 정지될 경우 2017~2021년 5년간 우리나라의 수출 손실이 269억 달러(약 3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양허 정지로 인해 타격이 가장 큰 산업으로 자동차 산업이 꼽혔으며, 예상 수출 손실액이 무려 133억 달러로 추산됐다.

현대 제네시스, 전량 한국서 생산해 수출
기아의 미국시장 주력은 가격민감 소형차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입 관세 조항은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4년 내 무관세라고 정해져 있어, 2.5%였던 관세가 올해부터 0%로 적용되었다. FTA 재협상으로 관세가 부활한다면,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지고 수익률이 낮아진다.

현대차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판매한 차량은 76만 1710대다. 이 중 수출 물량은 36만 3075대로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달한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한 62만 5818대 가운데 수출 비중이 63%(39만 3948대)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대차가 약 18%, 기아차가 약 25%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되는 기아차의 제품군은 대부분 소형차 위주의 대중차다. 대중차는 가격에 민감하기에,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피해가 상당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 8월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미국에 진출시켰다. 고급차와 SUV 등 수익성이 높은 차량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 그나마 피해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제네시스의 판매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부정적 전망이 줄어들지 않는다.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높지만,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해 기준 미국 판매 물량 중 현지 생산 비중은 각각 70%와 36%다. GM과 포드 등 미국 경쟁사의 현지 생산 비중이 79%인 데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네시스 G90과 G80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수출되고 있어 관세 부활의 영향을 피하지 못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기아차, 기껏 멕시코 공장 지어놨더니
현지 공장 얘기를 꺼내면 기아차의 속은 더 타들어 갈 만하다. 트럼프는 저렴한 땅값과 인건비 때문에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을 비난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른 무관세를 철폐하고,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에 판매되는 차에 35%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공약했다.

트럼프가 이 공약을 실천한다면 멕시코에 세운 공장에서 생산되어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되던 차들에 관세가 붙게 된다. 결국,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미국에 공장을 세워야 할 판이다. 

그런데 기아차는 지난 9월 연산 40만 대 규모의 멕시코 공장의 가동에 들어갔다. 또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의 60%를 북미에 수출하고 나머지를 멕시코와 중남미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북미로 판매할 모든 차량에 35%의 관세가 붙게 생긴 것이다.

멕시코에서 생산하려던 북미 수출용 차량을, 기존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조지아 공장이 지난해 26만 대를 생산하는 데 그쳐 물량을 모두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다.

또한, 기아차가 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면서 동반 진출한 부품계열사와 하청회사들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현대차도 제2 공장을 멕시코에 짓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었다. 북미에서 늘어나는 SUV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라인 증가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세단 생산 라인 위주인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 라인을 개선해 5만 대를 생산하고,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10만 대를 생산, 총 15만 대의 싼타페를 생산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물량 수급에 곤란을 겪고 있었다.

이에 현대차는 북미 제2공장 건설을 확정하다시피 하고, 인건비와 땅값이 저렴한 멕시코에 부지를 알아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현대자동차 'G80 스포츠(Sport)'. 사진=현대자동차


트럼프 공약이 실제 이행될 가능성 낮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한편, 트럼프가 펼치려는 극단적인 보호무역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선, 한미 FTA를 미국 경제에 대한 재앙으로 빗댄 것은 트럼프가 잘못 알고 비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미 FTA 발효로 미국의 대 한국 자동차 수출액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00%나 급증하고, 지난해 대 한국 서비스 수출도 2012년 3월 이후 35% 늘어난 60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세를 주도한 자동차와 금속·광물, 농수산식품 등은 대부분 한미 FTA의 수혜를 입은 품목들이 아니다. 자동차의 경우 대미 수출차 관세율 2.5%가 없어지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2011년과 2015년의 품목별 대미수출 증가액을 비교해보면 한미 FTA 혜택 품목은 54억 달러(182억 → 236억) 증가한 반면 비혜택 품목은 98억 달러(385억 → 483억)나 증가했다.

반면 미국은 한미 FTA 혜택 품목인 자동차와 농수산물, 의약품 등이 한국 수출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서비스 분야에서는 미국이 오히려 흑자를 기록 중이다. 최근 5년간 미국의 서비스 수지 평균은 87억 2천만 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한미 FTA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의 경기회복과 한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경기 변동적인 무역 불균형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도 지난 6월 말 미국이 체결한 FTA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한미 FTA가 미국 경제의 교역수지, 소비자 후생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총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는 2015년 기준으로 미국의 대외 수출에 48억 달러 증가 효과를 냈으며, 이는 미국이 지금까지 체결ㆍ발효한 13건의 FTA 가운데 두 번째로 수출 증가 효과가 큰 것이다. 

ITC는 이에 미국 내 교역수지 개선 효과는 157억 달러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 대한 교역수지 적자는 283억 달러(미국 집계 기준)지만 한미 FTA가 없었을 경우 적자규모가 440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미 FTA 때문에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대폭 늘었다는 주장은 논리상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트럼프가 의회의 동의를 얻어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낙관론을 제기하는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대미 수출 차량에 대한 관세가 부활한다면 이는 미국산 수입차에도 적용되는 부분이므로, 성급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멕시코 생산품에 대한 35% 관세 적용도 쉽지 않은 것이, 미국의 ‘빅3’인 포드, GM, 크라이슬러도 멕시코에 총 연산 160만 대 규모의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정책재단(NFAP)이 지난 5월 발표한 ‘트럼프 관세’(Trump Tariff)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일본에 대해 45%, 멕시코에 3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모든 미국 가정에 연간 2220달러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들 국가에 관세를 부과해도 결국 수입 선이 다른 나라로 전환돼 미국 무역수지 개선과 국내 산업 보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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