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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7 폭발 원인 밝혀졌다고?

美 회사 인스트루멘탈, “삼성전자의 설계 결함”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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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4호 윤지원⁄ 2016.12.19 09:35:05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이 출시되기 전인 지난 8월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몰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소비자들이 갤럭시 노트7을 미리 체험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지난 9월 삼성전자의 신형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폭발 뉴스가 SNS를 통해 처음 알려진 후, 이와 관련해 진행된 일련의 과정은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가장 큰 화제였다. 리콜 후 배터리를 교체해 결함을 보완했다는 새 제품마저 발화를 일으키자 삼성은 결국 갤럭시 노트7의 생산라인을 폐쇄해버렸다. 그리고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삼성은 여전히 노트7 배터리 폭발 원인을 조사 중이며, 12월 말에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공식 발표를 기다리기 지루한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실리콘밸리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및 컨설팅 회사인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에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인스트루멘탈의 엔지니어들은 노트7의 배터리 사고에 처음부터 큰 관심을 가지고 주목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공식 발표를 기다리는 대신 직접 노트7 배터리의 테스트에 나섰다. “소화기를 가까이 준비한 채” 조심스럽게 진행한 테스트 결과, 그들은 노트7 배터리 폭발의 원인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인스트루멘탈은 지난 2일 자신들의 블로그에 “공격적인 설계가 삼성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폭발을 야기했다”라는 포스팅을 게재했다. 그리고 이 포스팅은 포브스를 비롯한 각종 외신과 국내 언론 매체를 통해 인용 보도되었다.

▲처음 인터넷에 올라온 갤럭시 노트7 폭발 사진. (사진 = 뽐뿌커뮤니케이션 휴대폰포럼 게시판)


누르면 위험한 리튬폴리머 배터리

노트7을 포함한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을 각각 이루는 물질이 직접 접촉할 경우 빠른 발열로 인한 발화가 일어나므로, 이를 물리적으로 방지하면서 전하 이동만 가능하게 하는 폴리머 분리막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소형 모바일 전자기기를 만드는 회사들은 충분한 배터리 용량을 갖추고도 부피와 무게가 더 줄어든 배터리를 원한다. 따라서 배터리 셀의 크기나 분리막의 두께, 그리고 배터리 셀을 장착하는 배터리 포켓의 공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배터리와 모바일 기기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또한,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전해질로 가득 찬 ‘납작한 젤리’ 같은 형태이므로 외부에서 가하는 압력에 의해 분리막이 손상될 가능성이 항상 있다. 그리고 압력과 열에 의해 조금 부풀어 오르는 경향이 있다.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면 스마트기기의 케이스 내부를 꽉 채우게 되고, 그러면 기기 외부에서 가하는 압력이 배터리에 직접 전달될 수 있다. 따라서 설계 단계에서 배터리의 부풀어 오르는 정도를 고려한 일정 크기의 여유 공간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인스트루멘탈의 분석에 따르면 노트7은 지나치게 얇은 디자인을 고수하느라 용량이 큰 배터리를 너무 압축해서 장착했다. 그리고 배터리가 놓이는 자리인 배터리 포켓에 여유 공간이 너무나 적었다. 그래서 외부 압력이 배터리에 직접 전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그에 따라 배터리도 쉽게 부풀어 오르고, 분리막이 손상될 가능성도 더 커졌다.

인스트루멘탈은 자신들이 보유한 ‘인스트루멘탈 테스트 스테이션’을 이용해 노트7의 내부와 배터리 상태를 테스트했다. 그리고 그 과정과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그들은 배터리의 격벽과 포켓의 간격 등을 상세히 측정하고 기록해 올림으로써 자신들의 분석 결과를 뒷받침했다.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의 블로그에 올라온 관련 포스팅. (사진 = 인스트루멘탈 블로그 캡처)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이 공개한 삼성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와 배터리 포켓 사이의 간격. (사진 = 인스트루멘탈)


삼성전자는 위험성 알고도 밀어붙였나?

인스트루멘탈은 삼성전자의 엔지니어들이 이런 디자인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두께는 얇고 배터리 용량은 넉넉하다는 모순된 두 가지 특징을 고집했고, 경쟁 제품인 애플 아이폰7보다 빠른 출시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충분한 안전성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으며, 그나마도 객관적 테스트를 위해 제삼자인 전문 테스트 기관에 의뢰해 데이터를 얻은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자체적인 테스트 인프라에서 실시했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데이터를 간과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인스트루멘탈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은 노트7이 얇은 두께(7.9mm)에 최대한의 배터리 용량(3500mAh)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치들을 모두 극한까지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배터리에 가해질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터리 포켓의 표면을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CNC 방식으로 가공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가공이란, 컴퓨터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장한 수치제어 공작기계 및 이를 응용한 공작 전반을 말한다. 부품의 크기를 아주 정밀하게 제어해야 할 때 사람의 손이 아닌 컴퓨터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해 극도로 미세한 오차범위 안에서 곡면 부분을 가공하는 것이다. 배터리와 배터리 포켓의 규격이 아슬아슬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배터리 포켓 표면의 미세한 거스러미조차 없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인스트루멘탈은 삼성이 자체 테스트 인프라에서 안전성 테스트를 거쳤기 때문에 객관성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며, 그마저도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충분히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배터리 테스트는 끔찍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정 테스트는 1년이 걸릴 정도”라며 “삼성의 혁신적인 배터리는 제조 프로세스 전 단계에 걸친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며, 그에 비해 테스트는 엄격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은 삼성전자의 혁신적인 설계에 결함의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 = 연합뉴스)


누구보다 원인이 궁금한 건 삼성전자

포브스를 비롯한 다수의 외신과 국내 매체는 인스트루멘탈의 이 포스팅을 인용한 기사들을 보도했다. 또한, 사용자들은 SNS 등에서 삼성전자의 과도한 경쟁심과 도덕적 해이를 비난했다. 트위터 유저 @kim***815는 관련 보도의 링크와 함께 “이것이 엉터리 창조와 창의의 결과”라며 “공학에서는 (느리더라도) 원칙과 원리에 충실함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놓았고, @no***or_noah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지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업계에는 인스트루멘탈의 이러한 분석과 주장이 경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마트폰 설계와 관련된 엔지니어이자 외국계 IT기업의 임원인 한 업계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이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먼저 “인스트루멘탈은 노트7의 디자인이 혁신적으로 얇다는 데서 원인을 찾으려고 했지만, 애플(아이폰7)이 더 얇다”며 ‘혁신적 디자인’에 대한 지적에 반박했다. 아이폰7은 배터리 용량이 2900mAh로 노트7의 3500mAh보다 작긴 하지만, 두께가 7.3mm로 노트7의 7.9mm보다 얇다.

그는 “스케줄 푸시(schedule push: 스케줄 당기기)는 늘 있는 당연한 일”이라며, “시장 선점을 위해 출시 일정과 개발 스케줄을 고민하는 것은 모든 업체가 공통으로 느끼는 부담”이라고 밝혔다. 이 점을 삼성전자와 노트7만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었다.

또한, “삼성이 엄청난 비용과 인력을 동원해 문제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도 뚜렷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의 조사 기술이 인스트루멘탈보다 못할 리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사진 = 삼성전자)


또한, 삼성그룹 내부의 한 관계자는 인스트루멘탈의 ‘테스트가 부족했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CNB에 전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1차 리콜 후 배터리를 교체한 노트7의 안전성 테스트를 할 때 샘플로 테스트한 노트7만 20만 대”라며 “이는 일반적인 안전성 테스트의 샘플링 비율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배터리 교체 제품을 다시 배송했을 때는 신뢰할만한 테스트 결과를 확신했었다는 뜻이다.

그는 또 “판매된 모든 노트7 수량 가운데 문제를 일으킨 불량 제품의 비율을 볼 때 100만 대 중 수십 대 정도라서 원인을 분석하기가 더욱 어렵다”며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려면 전수조사에 가까운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태 수습이나 명예 회복 차원이 아니라, 다음 제품에서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인 만큼 삼성으로써는 전력을 다하는 중”이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것은 그만큼 복잡하고 미묘한 데 원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노트7 폭발의 근본 원인 규명을 위해 전방위적인 분석을 진행하는 중”이라며 “국내외 전문 기관에도 의뢰해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스트루멘탈이 폭발 원인을 분석한 주장에 대해서도 “원인이 될 만한 사안들을 여러 가지로 폭넓게 고려하고 있으므로 인스트루멘탈이 제기한 문제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철저히 원인을 규명해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간발표를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미흡한 데이터로 소견을 말하는 중간발표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소비자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늦어지더라도 확실한 원인을 규명한 최종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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