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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 비평] 이 영화들, 현빈-조인성의 ‘수트빨’이 대단하다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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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1호 윤지원⁄ 2017.02.06 10:36:59

▲'더 킹'의 조인성(왼쪽)과 '공조'의 현빈. (출처 = NEW, CJ E&M)


'간접광고'라 통용되는 PPL은 본래 '제품 배치(Product Placement)'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야기의 소품으로 쓸 제품을 화면의 어디에 둘지 결정해야 하는 제작진의 창의적 고민이 PPL의 저변에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관객(시청자)의 몰입에 방해될 만큼 노골적인 것이 아니라면 PPL은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뿐 아니라, 제품과 이야기의 시너지를 통해 더 실감나고 풍성한 관객 경험에 기여할 수도 있다. CNB는 현재 PPL이 단순한 광고의 한 양식을 넘어 소비자대중에게도 익숙한 문화 코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보고, PPL을 통한 대중문화 읽기를 시도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영화 ‘더 킹’은 검사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어 의상 대부분이 수트다. (사진 = NEW)


‘더 킹’과 ‘공조’의 박스오피스 경쟁

명절엔 늘 그렇듯, 올해 설에도 한국 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월 18일 나란히 개봉한 ‘더 킹’과 ‘공조’가 비슷한 점유율을 이어가며 박스오피스 1, 2위를 번갈아 차지하더니, 1월 30일 함께 400만 관객을 넘겼다.

개봉 첫 주엔 ‘더 킹’이 우세했다. ‘관상’을 만든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자 조인성, 정우성이 동반 출연한다는 사실 만으로 어느 정도 흥행은 보장된 셈이었다. 게다가 영화 내용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둘러싼 여러 요소를 연상시킨다는 점이 화제가 되며 더 많은 관객이 몰려들었다.

‘공조’는 2주차에 서서히 치고 올라와 역전에 성공했다. “명절 가족 관객들은 정치검사 얘기보다 유해진의 친근한 코미디를 더 찾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공조’는 25일(목) 1일 관객수 1위를 차지한 이후로 계속 기세를 올려 결국 500만 관객을 ‘더 킹’보다 먼저 돌파했다. 2월 2일까지 ‘공조’를 본 관객은 522만 명, ‘더 킹’은 458만 명이다.

▲로가디스는 전속 모델 현빈이 출연하는 영화 ‘공조’에 현빈의 의상을 제공하고 PPL 마케팅에 참여했다. (사진 = CJ E&M)


파크랜드와 로가디스

두 영화가 나란히 흥행을 이어가니 두 영화에 PPL로 참여한 업체들은 웃음짓고 있다. 그중 ‘더 킹’에 함께한 파크랜드와 ‘공조’에 함께한 삼성물산 로가디스는 나란히 국산 남성 정장을 대표하는 라이벌 브랜드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파크랜드와 로가디스는 자기네 모델이 출연한 영화에 각각 의상을 지원했다. ‘더 킹’의 주인공 박태수 검사 역할을 맡은 조인성은 파크랜드의 전속 모델이다. 한편 '공조‘의 주인공 현빈은 로가디스의 전속 모델이다.

파크랜드 관계자는 ‘더 킹’ PPL 참여 이유에 대해 “파크랜드의 모델인 조인성이 진행하는 작품이고,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의상이 수트 중심이라서 브랜드와 잘 맞다고 판단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더 킹’의 스토리도 좋다고 판단했다”며, “회사가 원하는 방향과 스토리가 맞는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엘리트 집단인 고위 공무원(검사)이라는 직업군의 이야기여서 우리의 주력상품인 수트의 이미지와 잘 맞았고, 브랜드를 노출할 경우 효과가 클 거라고 판단됐다”고 밝혔다.

한편, 로가디스 관계자는 “‘공조’의 스토리나 의상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보다는, 간판 모델(현빈)을 다각도로 활용하는 마케팅을 계속 펼쳐온 것의 일환”이라며, “최근 로가디스가 현빈을 내세워 프로모션 중인 제품이 ‘스마트 슈트’인데, 현빈이 다른 활동을 할 때도 이 제품을 자주 착용하고 있어서, 현빈이 진행하는 작품인 ‘공조’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의류업체가 간판 모델의 연예 활동에 의상을 협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마케팅 활동이다. 다만 파크랜드는 ‘더 킹’의 의상 비중, 특히 수트 비중이 높아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달랐다. 파크랜드 관계자는 파크랜드가 영화나 드라마에 PPL 참여하는 경우는 1년에 많아야 두 작품이고, 그 규모도 크지 않아 ‘더 킹’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고 밝혔다.

두 영화의 스토리나 연출이 각각 조인성·현빈의 의상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서도 PPL의 내용, 해당 기업의 참여 정도, 광고 효과 등에 차이가 있었다.

▲‘더 킹’에서 검사가 된 친구 태수(조인성, 왼쪽)을 도우며 신분상승을 꿈꾸는 건달 최두일(류준열)은 다른 조폭들과 달리 정장을 즐겨 입는다. (사진 = NEW)


‘더 킹’ - 수트의 향기

박태수(조인성)의 직업은 검사다. 영화에서 태수가 만나고 관계 맺는 사람도 대부분 검사와 정치인 등 엘리트들이다. 그래서 ‘더 킹’은 주·조연·단역 가릴 것 없이 남자 출연진 상당수가 정장(수트)을 입고 등장한다.

특히 이 영화는 태수의 일대기를 다룬다. 태수가 검사가 되기로 결심하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20년 이상이 흐르는 만큼 의상에도 시기별로 달라지는 스타일 변화가 표현되어야 한다. 이처럼 ‘더 킹’은 유독 수트의 비중이 큰 영화다.

파크랜드는 이 회사의 모델이자 영화의 주인공인 조인성의 의상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영화에 나오는 많은 의상의 제작을 도왔다. 조인성은 현재 파크랜드에서 판매 중인 제품들도 다수 입고 나오지만, 과거 장면들에서는 영화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복고풍 수트를 입는다. 

태수를 비롯해 수십 년에 걸친 과거와 현재 수많은 등장인물의 의상은 한국영화 의상 스태프 중 최고로 꼽히는 조상경 실장이 정한 콘셉트에 따라 결정되었다. 파크랜드는 그 의상들을 제작하기 위한 원단도 제공했다. 또 태수가 비장하게 정장을 맞추는 장면이나 부부의 쇼핑 장면, 기업 총수인 장인어른을 찾아뵙는 장면 등에는 장소를 제공했다. 그리고 트럭에 실린 이삿짐 중에 파크랜드 옷상자가 보이고, 지나가는 트럭에 ‘(주)PL'이라고 적혀 있는 장면 등에서 브랜드 이름을 노출시켰다.

여러 한국 영화에서 재무·회계를 담당한 한 프로듀서는 “드라마와 달리 한국 영화는 기업들의 PPL 참여가 드물고 규모도 적다”며 “파크랜드의 ‘더 킹’ PPL 참여 규모는 드물게 큰 편이고, 이는 제작진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그런데 ‘더 킹’에 등장하는 수트들은 조인성이 현재 배경으로 입은 몇 벌 외에는 실제로 팔고 있지 않는 옷이 대부분이다. 촬영이 끝난 뒤 회수해도 판매할 수 없는 물건들이다. 아무리 조인성이 멋있어도, 관객의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PPL 협조 규모만큼의 광고 효과가 있을까?

‘더 킹’에서 수트는 엘리트 이미지를 상징한다. 단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고소득 직업군 정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실권을 쥐고 흔들며 초호화 파티를 즐기는, 선택받은 소수가 내내 입고 나온다. 최근 고위공무원이나 재벌 등 소위 ‘갑’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고 ‘더 킹’ 역시 그런 부류를 비판하는 영화이긴 하다. 그러나 그런 인물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는 별개로 ‘더 킹’에서 수트는 재규어, 오메가 시계, 조니워커 블루, 펜트하우스, 스테이크, 샴페인, 와인 등과 함께 부와 성공, 멋, 고급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풍기고 있다.

▲‘더 킹’의 수트는 부와 성공, 고급, 멋 등의 이미지를 풍긴다. (사진 = NEW)


그 밖에도 ‘더 킹’은 수트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한 영화다. 예컨대, 동네에서 패싸움이나 하고 다니는 문제아 시절의 태수, 좁은 고시촌 골방에서 책만 파고 있는 고시생 시절의 태수에게 의상은 교련복과 군복과 트레이닝복과 런닝셔츠가 고작이다. 그러나 고시에 합격한 직후의 태수가 말쑥한 정장을 차려 입고 동네 사람들에 의해 헹가래쳐져 날아오르는 장면은, ‘신분 상승’을 앞선 장면과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또, 영화에는 궁지에 몰렸다가 최후의 반격을 결심하는 인물이 두 번 나오는데, 그때마다 “남은 돈을 모두 털어 정장 한 벌을 맞춰 입었다”라는 묘사가 나온다. 여기서 수트는 남자 자존심의 상징이고, 기세의 상징임이 강조된다. 잔혹한 프로들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는 갑옷 같은 이미지까지 덧붙여진다. 

‘더 킹’에 대한 한 SNS 이용자의 관람 후기에는 “‘옷이 날개’가 아니라 조인성이 날개”라는 관람 평이 적혀있을 정도로 모델 조인성의 맵시는 뛰어나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만큼 조인성이 입은 수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만하다. 그런데 꼭 조인성의 긴 팔다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더 킹’은 수트라는 복식(複式)의 멋과 전통을 부각시킨 영화다. 파크랜드뿐 아니라 수트 업계 전체가 환영하고도 남을만하다. 그러나 ‘더 킹’의 이 멋진 수트 장면들을 브랜드 홍보에 써먹을 수 있는 자격은 파크랜드만이 가지고 있다.

‘공조’ - 잘생김과 액션

‘공조’에서 현빈이 연기한 주인공 림철령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파견된 특수부대원 출신 수사관이다. 그는 아내와 동료를 잃고, 임무에 대한 사명감과 복수심으로 똘똘 뭉친 비장한 인물이다. 또한 평생을 위험한 실전 속에 살아온 탓에 얼굴마저 흉터투성이인 거친 인물이다.

‘공조’에서 현빈은 유해진과 파트너로 나온다. 두 사람은 각각 북한과 남한이라는 배경에서 비롯된 문화적 차이와 임무의 차이 등으로 인해 영화 내내 티격태격하고, 거기서 갈등과 코미디와 우정이 만들어진다. 이런 캐릭터 대비는 두 주인공이 활약하는 ‘버디물’ 콘셉트 오락영화의 공식이다. 유해진은 뛰어난 코미디 연기를 펼치는 배우다. 상업영화를 표방하는 ‘공조’의 캐스팅은 상식적인 선택이다.

그런데 미남 배우 현빈 옆에 ‘못생김’의 상징처럼 소비되는 유해진을 배치한 것은, 외모 지상주의에 바탕을 둔 코미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가볍고 직접적인 전략이다. 따라서 ‘공조’에선 유해진의 못생김이 웃음을 유발하는 만큼 현빈의 잘생김도 강조된다. 

물론 현빈은 청와대 어떤 분도 좋아한다는 한국의 대표 미남 배우다. 잘생기고 옷맵시 좋기로 ‘더 킹’의 조인성 못지않다. 다만 ‘더 킹’에서 박태수의 외모를 칭찬하는 대사는 거의 없지만, ‘공조’의 림철령은 계속해서 그 미모를 숭배 당한다. 심지어 싸우기 직전 악당들까지도 “북한 형사가 ‘수트빨’ 죽인다”라는 대사를 던지기도 한다.

▲‘공조’에서 현빈이 입고 등장하는 로가디스의 수트는 신축성과 활동성을 강조하고 있어, 현빈이 펼친 격렬한 액션 장면을 통해 제품 이미지 향상 효과를 노린다. (사진 = CJ E&M)


‘공조’에서 림철령이 수트를 입어야 할 당위는, 북한 정부를 대표해서 파견되었기 때문에 정장을 갖췄다는 점 외엔 별로 없다. 하지만, ‘현빈이 수트를 입는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 다른 이유는 필요 없다. 또 외모 지상주의 콘셉트에 따라 “수트빨 죽인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자주 들을 수 있다. 로가디스가 ‘공조’에서 현빈의 의상을 제공하는 PPL에 참여하는 데 이보다 복잡한 이유는 필요 없다.

저 대사는 실제로 현빈의 맵시가 멋있기 때문에 거부감 없는 공감대가 유발되고, 대사를 말한 인물의 캐릭터 및 상황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웃음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것이 PPL 광고용 대사라는 티가 안 나면서도 제품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메시지를 세련되게 전달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관객은 그 대사로 인해 자연스럽게 한 번 더 현빈이 입고 있는 제품을 쳐다보게 되고, 궁금증에 찾아보게 되고, 매장으로 가게 되고, 매출로 이어진다”며 “이런 게 효과적인 PPL 마케팅 프로세스의 정석”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은 관객들이 스마트한 시대라서 PPL은 노골적으로 하기보다 자연스럽고 현실적으로 어색하지 않게 이뤄져야 광고 효과로 이어진다”며, “‘수트빨 죽인다’는 말은 범의의 표현일 수 있고, 그 장면도 별 것 아닌 듯 넘어갈 수 있지만, 타깃이 명확한 홍보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빈이 ‘공조’에서 3일이라는 기간 동안 입고 나오는 수트는 로가디스가 작년에 출시해 프로모션 중인 ‘스마트 수트’라는 제품이다. 어깨 등에 신축성을 강화해 활동적인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이다. 당연히 현빈은 ‘공조’에서 수트 차림으로 격렬한 액션 장면을 선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영화에서 현빈이 수트 차림으로 십 수 명을 상대해 싸우는 격렬한 활동에도 옷에 손상이 없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표출시킨 것이 브랜드에도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PPL이었다”고 평가했다.

007 제임스 본드가 수십 년 동안 정장을 입고 싸워 왔지만 한 번도 가랑이나 재킷 등판이 찢어지지 않는 것처럼 현빈의 수트도 구김 하나 없다. 과장된 표현이지만 영화적 표현 방법이 늘 그렇다 보니, 오히려 현실적으로 옷이 찢어지는 것이 극의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다. PPL 업체는 이런 ‘영화적 허용’ 덕분에 제품 이미지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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