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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계속되는 재벌 일감몰아주기…1·2·3등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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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7호 유경석 기자⁄ 2017.03.20 10:14:55

▲허창수 GS회장(전경련 회장)을 비롯한 재계 굴지의 총수들이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허창수 GS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조양호 한진그룹회장, 신동빈 롯데그룹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대표이사, 김승연 한화그룹회장, 구본무 LG 대표이사, 손경식 CJ대표이사.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유경석 기자) 재벌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는 3·4세 경영인의 캐시카우가 되고 있다. 맨손 창업으로 생존을 유지해야 하는 청년들과 출발부터 다른 셈이다.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는 3·4세 경영인의 조기 안정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경쟁사를 따돌리는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재벌이 앞장서 경제질서를 혼란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급기야 대선 후보가 일감 몰아주기 방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경제가 선순환하는 데 걸림돌로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벌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를 뿌리뽑을 수는 없는 것일까?

전체 매출 99% 내부거래한 GS그룹의 통큰 경영

GS그룹의 주요 규제 대상 계열사 중 하나인 보헌개발은 지난 2015년 매출 15억 7400만 원 중 15억 6200만 원을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내부거래 비중이 99%에 이른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보헌개발 지분은 허서홍 GS에너지 상무와 허세홍 GS글로벌 대표, 허준홍 GS칼텍스 전무가 각각 33.3%씩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규제 대상 계열사인 옥산유통의 계열사 매출 의존도 역시 71.2%에 달했다. 옥산유통은 1997년부터 한국필립모리스와 상품 독점공급 계약을 맺고 GS25 등에 담배를 공급하고 있다. 옥산유통의 매출은 지난 2005년 1052억 원이었으나 2015년 7123억 원으로 7배 가까이 급증했다. 옥산유통의 지분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이 51%를 보유하고 있다. 옥산유통은 2015년 당기순이익 43억 원 중 40억 원을 배당했다. 옥산유통의 대주주는 GS그룹 3세와 4세로 구성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 보고서는 재벌 오너 일가가 재산을 대물림하는 방법을 알게 해 준다. GS그룹은 지주사 밖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가 14개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7개 대기업집단 중 가장 많았다. 이는 부영그룹 7개, CJ그룹 3개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일감 몰아주기는 동일한 그룹 내 특정 계열사가 또 다른 계열사의 제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해 해당 회사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한다. 회사 차원에서 오너 일가를 위한 부의 대물림을 위해 우회 지원하는 것으로,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준 후 외형을 키워 대주주에게 배당 등 형태로 이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공정거래법상 총수 지분이 3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매출이 12% 이상이거나 200억 원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한다. 

대기업도 중견그룹도 일감 몰아주기 “도긴개긴”

2001년 설립된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40.15%), 정의선(59.85%) 부자가 100%의 지분을 출자했다. 당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와 내부거래가 90%를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노르웨이 해운사에 25% 지분을 매각하고 2005년 상장하면서 정몽구 28.12%, 정의선 31.88%로 부자 지분율이 60%로 하락했다. 또 2015년 2월 정몽구(6.71%), 정의선(23.29%) 부자 지분은 29.99%로 줄었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지분율 30%에 9주가 부족하게 정리한 결과다. 

하지만 이는 국내 내부거래만을 대상으로 비중을 산정했기 때문으로, 현대차 등 해외 계열사와 거래를 반영하면 2014년 기준 67.65%에 달한다. 이는 부당이익제공을 규제하는 내부거래 금액인 200억 원 이상으로 내부거래 요건을 충족하고 있지만 상장회사 30% 지분여건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로 이익을 얻고 있다. 

현대엠코는 2002년 10월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들의 출자로 설립됐다. 설립 후 2007년까지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와 내부거래가 95%에 달했으나 이후 비중이 줄었다. 정의선은 2004년 현대글로비스로부터 25.06%의 지분을 매입한 후 2005년 주주배정 유상증자, 2014년 1월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으로 정의선 11.72%, 정몽구 4.68%의 지분을 각각 보유했다. 내부거래 금액은 200억 원 이상으로 내부거래 요건을 충족했지만 비상장회사 20% 지분요건에서 벗어나 규제를 피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는 중견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대규모 기업집단 이외의 집단에서의 일감 몰아주기 사례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영원무역그룹의 와이엠에스에이는 내부거래 비중이 70.6%에 달했다. 녹십자홀딩스그룹의 녹십자엠에스 33.8%, 녹십자이엠 64.7%였다. LIG그룹의 휴세코 42.1%, LIG시스템즈 64.1%로 일감몰아주기 혜택을 받았다. 또 동서그룹의 성제개발 65.1%, 한신공영그룹의 코암시앤시개발 88.7%, 한국콜마그룹의 한국콜마홀딩스와 에이엔지 각각 74.0%, 내츄럴스토리 99.4%로 일감몰아주기와 회사기회유용 수혜를 입었다. 한샘그룹의 한샘이펙스 48.8%, 퍼니스템 76.1%로 각각 나타났다. 

동화약품의 비상장계열사인 동화지앤피도 매출의 60%를 내부거래로 올렸다. 동원그룹의 동원엔터프라이즈 40.13%, 농심의 태경농산과 농심엔지니어링, 율촌화학은 84.4%, 59.7%, 46.8%를 각각 내부거래로 혜택을 받았다.   

정부도, 대선후보도 “일감몰아주기 없애겠다”지만… 

대선주자마다 최우선 공약으로 일자리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일자리 숫자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기승전결 국민 부담”이 되기 쉽다. 대선주자나 국민들 모두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기업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결혼 시장의 금언 중 하나는 “최고 배우자감은 할아버지 재산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고령화로 인해 아버지 재산을 물려받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에서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세태가 반영된 냉소다.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소비시장이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오너 총수 일가가 3·4세 경영을 위해 투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니 정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건국대는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 등 진로 지원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9월 ‘취·창업 지원 종합센터’를 오픈해 운영중이다. 사진 = 건국대학교

고용노동부가 청년들이 대학 안에서 보다 쉽게 진로지도 및 취업·창업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대학창조일자리센터를 20개 대학에 추가 선정했다. 기존 41개교를 포함해 전국 61개 대학에 창조일자리센터가 설치되고, 2017년에 180억 원의 예산을 지원, 청년들에게 취·창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청도 대형마트 확대, 온라인쇼핑 성장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전통시장의 자생력제고를 위해 550곳을 선정, 총 1623억 원을 지원한다. 특히 청년층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전통시장에 접목, 젊은 고객층 확보는 물론 전통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지원을 지속한다는 구상이다. 

지방정부도 청년창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과천시는 청년층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지역 상권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청년과 함께하는 창업모델 공모사업을 진행한다. 시는 총 사업예산 5000만 원 범위에서 선정된 팀당 최대 10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최근 창업 분야 청년들의 어려움과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창업 분야 ‘청년 진담’을 진행했다. 청년 진담은 서병수 부산시장이 청년정책의 당사자인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청년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릴레이 소통이다.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까지 창업은 필수과정이 됐다. 동국대학교 창업지원단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청년 창업동아리를 모집한다. 선발된 동아리는 팀별로 최대 500만 원의 창업사업화 자금과 활동 공간을 제공받는다. 

‘돈 많은 할아버지’가 없는 청년들은 창업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처지에 몰렸지만, 정작 돈이 가장 많은, 한국의 거의 모든 돈을 갖고 있는 할아버지들은 일감 몰아주기로 3·4세 재벌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형국이다.

재벌 오너 일가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제동하는 데는 바른정당 대선후보 중 1명인 유승민 국회의원 역시 발벗고 나섰다. 유 의원은 공정한 시장 경제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오너 일가가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 받기 위해 개인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금지하고, 개인 회사와 그룹 내 타 계열사 간의 내부 거래를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유승민 의원, 총수 일가 내부거래 금지 공약 발표

과감한 시장개혁을 추진해 재벌 대기업들이 지배하고 힘을 남용할 수 없도록 하고 오너 일가가 개인 회사를 세워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사익을 편취하면서 경영권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와 그룹 내 타계열사 간 내부거래도 금지하는 한편 동일한 기업 집단에서 분리된 친족 재벌기업들 사이에 서로 밀어주기 거래도 규율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일감 몰아주기는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벌그룹 내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증여세 과세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득 제공 규제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연도 내부 거래액이 200억 원 미만이더라도 거래 상대방 평균 매출액의 12% 이상인 경우 일감 몰아주기 처벌할 계획이다.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금지 규정상 금지되는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은 회사에 대해 일반인 관점에서 ‘부당성 자각’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금지 규정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해당 기업들에 제시했다. 총2014년 12월 신설된 오너 일가 사익 편취 금지 규정은 대기업 총수 일가가 지분 30% 이상을 가진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총수 일가까지 사법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내부 거래액이 연간 200억 원 또는 연 매출액의 12% 이상인 회사가 규제 대상이다. 다만 이전부터 계속돼온 거래에 대해서는 2015년 2월15일부터 해당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정했다.

▲2016년 벤처투자 컨벤션 행사에서 벤처투자자(VC)와 1:1 투자상담 및 멘토링을 하고 있다. 사진 = 중소기업청

재벌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정치권은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 규제대상 지분요건을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당 채이배 국회의원(비례대표)는 이와 관련 “규제대상 지분요건을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모두 동일하게 20%로 낮춰야 한다”며 “이는 오히려 소수주주가 있는 상장회사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에서 더 보호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지분요건을 낮춰 규제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장회사는 소수주주권 등 통제시스템이 있어 지분요건을 30%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는 공정위가 재벌의 지배구조가 열악하고 현실적으로 소수주주의 통제가 어렵다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오히려 규제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채이배 의원은 “상증법상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간접지분을 포함하고 있는데 반해 공정거래법은 간접자본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소유구조의 간접화를 통해 규제 회피가 가능한만큼 간접지분을 포함해 지분요건을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특히 재벌 총수 2세 등 기업인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사익편취행위는 총수 2세 자신은 물론 해당 그룹의 존속·발전을 위협하는 요소이고 시장과 사회가 더 이상 이를 용인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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