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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보험사 vs 소비자 ‘병력(病歷) 전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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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3호 이성호 기자⁄ 2017.07.10 10:02:48

(CNB저널 = 이성호 기자) 보험가입자 언더라이팅(심사) 과정에서 보험사들이 소비자에게 던지는 질문 문항이 보험사의 자의적인 해석을 낳을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뒤늦게 국회가 나섰지만 갈 길이 멀다. 

수원에 거주하는 A씨는 모 보험사에 실손의료보험을 가입했다. 이후 겨울철 빙판에 미끄러져 무릎에 타박상과 팔목에 골절상을 입고 치료 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과거 염좌치료 병력을 고지(알릴 의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보험에 가입하기 1년 전 물건을 들다가 허리염좌 진단을 받고 5일간 물리치료를 받은 적이 있으나 호전된 듯 해 병원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20일이 지난 후 통증이 재발해 병원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물리치료를 4번 받았다. 

이후 A씨는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사가 제시한 질문표에 ‘계속해서 7일 이상 치료’라고 적혀 있어 해당이 안 된다고 판단해 기재하지 않았다. 자신은 ‘연속해 7일 치료’가 아닌 ‘5일+1일+1일+1일+1일의 치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사는 같은 병증으로 ‘계속해서 9일’을 치료했으므로 고지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상법에 따르면 ‘알릴의무’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에 보험사에게 건강상태 등을 고지할 의무를 말한다.

삼성생명·교보생명·알리안츠생명·한화생명·신한생명·KDB생명·메트라이프생명·현대라이프생명·KB손해·메리츠화재·흥국화재·현대해상·The-K손해·MG손해·동부화재·롯데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은 보험계약 체결 이후 고지의무 위반을 확인 시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내에, 계약을 체결한 후 3년 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알릴의무를 둘러싼 보험사와 금융소비자 간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무려 1400여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특히 청약서의 ‘계약전 알릴의무 질문표’가 부적절 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모름 항목을 추가해야” 주장 나와

금융감독원의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보험가입 경험이 있는 1083명을 대상으로 “과거 5년간 치료나 진단을 받았던 사실을 모두 기억해 청약서에 기재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수치화한 결과, 평균 2.43점(5점 척도: 1=전혀 아니다, 2=아니다, 3=보통이다, 4=그렇다, 5=매우 그렇다)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제대로 기재할 수 없다’고 답한 것이다. 

‘질문표의 내용이 본인이 청약한 보험상품에 꼭 필요한 질문들로 구성됐냐’는 물음에 대해선 평균 2.36점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면채널(모집인)을 통해 보험가입 경험이 있는 964명 중 3분의 1가량인 307명이 알릴의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청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44.5%인 429명의 소비자가 청약서 질문표 기재를 모집인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8.5%는 모집인이 시키는 대로 자필서명만 해 추후 소비자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CNB에 “고지의무를 소비자의 기억력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무려 5년 전의 병력을 묻고 답하다 보니, 기억 오류로 인해 정작 필요할 때 보험금을 타지 못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와 관련업계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장기 정보를 요구하는 질문의 경우, ‘모름’ 항목을 추가해 보험사의 안내를 받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한 확인 후에 기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현행 19개로 일원화된 질문항목을 보험사별로 보험 상품에 맞게 구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인정보가 침해당하지 않는 선에서 제한적인 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은 논의의 초기단계다 보니 관련 법안 개정까지는 상당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 사무처장은 “모호한 답변기입으로 인한 분쟁의 가능성을 막으려면 정확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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