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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新소비 트렌드 ‘욜로’ 공략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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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4호 김유림 기자⁄ 2017.07.17 10:42:16

▲해외 배낭여행객 사이에서 ‘헬로’나 ‘굿럭’ 대신 ‘욜로’ 인사가 유행하고 있다. 사진 = 꽃보다 청춘 캡처

(CNB저널 = 김유림 기자) 보이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를 즐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이 유행을 넘어서 소비 트렌드를 재편하는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유통업계부터 호텔, 금융권까지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마케팅이 한창이다. 얼어붙은 내수시장에 훈풍이 불까.

“Yolo, man!”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시절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 케어의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2분짜리 영상에서 마지막에 외친 말이다. 2011년 미국의 인기 래퍼 드레이크가 발표한 음반에 처음 YOLO가 등장했으며, 지난해 옥스퍼드 사전에 신조어로 실리면서 세계적인 유행어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2016년 방영된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아프리카 편’을 통해 알려지게 됐다. 배우 류준열이 혼자 아프리카에 여행 온 금발의 여성에게 존경을 표하자, 그녀는 류준열의 휴대전화에 ‘You Only Live Once(당신의 인생은 딱 한 번뿐)’라고 적은 뒤 “욜로!”라고 외쳤다. 실제로 해외 배낭 여행객이 주로 모이는 게스트하우스에는 ‘헬로(Hello)’나 ‘굿럭(Good Luc)’ 대신 ‘욜로’가 인사말로 쓰이고 있다. 

“인생은 단 한 번뿐.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니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라는 의미가 재조명 되면서 젊은층의 삶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의 주요 정책인 건강보험 개혁안 홍보 동영상에서 셀카를 찍으면서 ‘욜로맨’이라고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 = MSNBC 캡처

미래를 위한 극한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지만, 욜로족에게 아등바등 사는 삶은 있을 수 없다. 일을 관두고 받은 거액(?)의 퇴직금으로 1년 동안 세계여행에 나서거나, 2000원짜리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면서도 1만원이 넘는 핸드드립 커피의 향을 즐기고,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 차 가격만큼 돈을 투자해 고급 카오디오를 설치하는 등 기성세대 가치관으로 보자면 ‘미친 짓’을 실천한다. 돈을 많이 소유하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돈으로 현재를 행복하게 살자는 게 핵심가치다. 

남의 눈엔 ‘과소비’로 보여도 취향대로 지갑을 여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가 확실하기 때문에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됐다. 이에 따라 다양한 업계에서 욜로족을 겨냥한 제품 출시 및 맞춤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호텔을 도심 휴양지로 

특히 호텔업계는 최근 ‘호캉스(호텔+바캉스)’가 급부상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호텔은 숙박의 개념이 강했지만 트렌드가 바뀌면서 수영장과 카지노, 쇼핑몰, 야외캠핑장 등 호텔의 부대시설 이용을 목적으로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주말이 되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고급호텔에 휴식을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에 롯데호텔서울은 1인 고객을 위한 ‘욜로 패키지’를 출시했다. 슈페리어 객실 1박과 유러피언 노천 카페 쿨팝스 치맥 세트, 롯데시네마 관람권 1매로 구성됐다. 또 조식 뷔페와 라이트 스낵, 애프터눈 티, 칵테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그니엘서울의 ‘선라이즈 요가 패키지’. 사진 = 호텔롯데

호텔롯데의 ‘시그니엘서울’은 요가 스튜디오를 벗어나 고요하게 일출을 감상하며 요가를 할 수 있는 ‘선라이즈 요가 패키지’를 판매한다. 시그니엘서울 디럭스 객실 1박과 미쉐린 3스타 셰프 야닉 알레노의 모던 레스토랑 스테이에서의 조식 2인 구성과 함께 118층 전망대에서의 요가 클래스 2인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총 1시간 동안 진행될 요가 프로그램은 다이내믹한 요가 스타일인 빈야사 요가를 기반으로 근력과 유연성의 향상, 신체와 마음의 균형, 정확한 신체의 정렬과 움직임에 초점을 두어 만들었다. 현 린다 코어요가 대표이자 심은하, 수애, 이요원 등 수많은 연예인들을 지도한 린다 원장이 직접 진행할 예정이다. 

이랜드의 켄트호텔 바이 켄싱턴은 부산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위한 ‘나홀로 욜로 패키지’를 판매 중이다. 1박 숙박, 오후 티 타임, 파티시간, 객실 내 미니바·필로우 메뉴 서비스로 구성됐다. 특히 15층 멤버스 라운지에서 낮에는 부산 광안리 일대를 조망하며 차를 마실 수 있고 저녁에는 다양한 주류와 안주를 무제한으로 즐기면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호텔부문의 특급호텔 더 플라자는 ‘도심 속 특급호텔에서 즐기는 스타일리시&유니크한 여름 휴가’를 부제로 여름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패션 아이템과 뷰티 서비스를 더 플라자 객실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신세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는 오아시스와 같은 도심 속 여름 휴가를 테마로 ‘어반 오아시스’ 패키지를 준비했다. 천연 공기청정기 역할을 해줄 테라리움 식물 가꾸기, 친환경적인 화장품 제품 제공 등을 포함한다.

▲신라호텔 욜로 빙수. 사진 = 호텔신라

신라호텔이 운영하고 있는 신라스테이 동탄은 ‘욜로 빙수’ 판매를 시작했다. 1인 고객을 위한 1만원 안팎의 ‘욜로 빙수’와 3~4인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패밀리 사이즈의 빙수를 2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에 내놨다. 

식품업계, 욜로 취향 저격하기 

식품업계는 취향대로 여러가지 맛을 선택해 먹는 ‘취존(취향 존중)’에 맞춰 소용량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혼디족(혼자 디저트 먹는 사람)’을 위해 1인용 디저트 케이크 10종과 떠먹는 케이크 등을 내놓았다. 가격 역시 3000~6000원대로 책정해 부담을 낮췄다. 

오리온은 대표 장수 제품인 ‘초코파이情’과 ‘초코파이情 바나나’를 낱개와 2개 묶음으로 판매하고 있다. 기존에는 12개입이 들어있는 박스로만 판매했지만,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맞춰 소포장 제품 비중을 늘린 것이다.

▲소용량으로 출시한 빙그레 아이스크림 투게더 시그니처 싱글컵. 사진 = 빙그레

빙그레는 최근 아이스크림 ‘투게더’와 ‘엑설런트’의 소용량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투게더는 출시 42년간 줄곧 900ml 대용량 제품을 고집해왔지만, 용량을 8분의 1로 줄인 110g 중량의 ‘투게더 시그니처’를 선보였다. 28주년 된 ‘엑설런트’도 110ml 용량의 컵 형태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식품기업들은 ‘욜로’ 단어가 들어간 상표권 선점에 나서고 있다. 대상그룹은 지난달 특허청에 ‘욜로햄’ 상표권을 출원했다. 상품 분류는 식육·생선·냉동·건조 및 조리된 과일 및 채소 등이다. 대상의 브랜드 청정원은 ‘런천미트’와 ‘우리팜 델리’ 등의 햄을 판매 중이며, 이번 상표권 등록을 통해 욜로족을 겨냥한 맞춤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리온그룹은 지난 5월 ‘ORION YOLO’와 ‘YOU ONLY LIVE ONCE’라는 상표를 일찌감치 출원한 상태다. 상품 분류는 커피, 차(茶), 코코아, 빵, 페이스트리 및 과자 등이다. 업계에서는 오리온이 제과사업의 선두주자인 만큼 상표권을 미리 확보해 맞춤 브랜드를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재미·행복 담은 힐링쇼핑몰 

온라인몰에 밀려 하락세를 걷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쇼핑뿐만 아니라 힐링과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소비자가 매장을 찾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체류시간 늘리기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작은 재미로 행복을 찾으려는 ‘욜로족’에 맞춰 체험형 공간을 늘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갤러리 H’에서 한국화가 류재춘이 전시된 대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갤러리H’를 통해 국내외 미술 작품들을 전시하면서 수준급의 미술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갤러리H는 무역센터점, 목동점, 미아점, 대구점, 울산점 등 8개 점포에 있다. 6월에는 무역센터점 11층 갤러리H에서 ‘한국화가 류재춘 초대展’을 진행해 많은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또 7월 1일부터 대구점에서 윤성지 작가의 개인전 ‘모모모모모’를 개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6월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에어비앤비와 손잡고 팝업하우스를 백화점 안에 선보였다. 이번 이벤트는 욜로(YOLO)족의 최대 관심사인 ‘여행’에서 착안됐으며, 해외여행을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현지 숙소를 재현했다. 강남점과 센텀시티점에 각각 스웨덴과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는 숙소를 설치했다. 

이마트는 매장 자체를 체험형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남자들의 놀이터’를 표방한 일렉트로마트는 상품을 단순히 진열하는 형태를 넘어 가전, 드론, 무선 조종 자동차(RC카) 등을 직접 만져보고, 쇼핑 중 맥주나 음료를 즐기고 오락도 할 수 있다. 현재 이마트 11개 지점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7개 더 만들 계획이다. 

▲‘남성들의 놀이터’를 모토로 한 가전전문 매장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사진 = 이마트

롯데마트는 지난 4월 양평점 1층 전부를 판매 공간이 아닌 소비자 휴식공간으로 조성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최신식 대학 도서관 같은 테이블을 곳곳에 배치하고 홀 한가운데는 그랜드피아노를 놓았다. 벽은 나무와 담쟁이덩굴로 둘러싸고 카페 등을 들여와 마트가 아닌 호텔 라운지처럼 꾸몄다.

홈플러스는 ‘풋살구장’을 설치하고 있다. 마트 내 공간이 아닌 외부 유휴부지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도심 속 체육시설을 제공하는 것이다. 풋살파크는 2014년 10월 인하점을 시작으로 현재 목동점, 서수원점, 일산점, 부천중동점, 동대전점, 울산남구점 등 전국 8곳의 점포에 조성돼 있다. 

신용카드도 ‘욜로 가맹점’ 

카드업계 역시 YOLO족을 위한 이벤트와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4월 이런 나홀로족을 위한 ‘NH 쏠쏠(SolSol) 카드’를 선보였다. 편의점·커피·외식·베이커리·온라인쇼핑·휘트니스·반려동물·영화·세탁·대중교통 등 1인가구가 자주 이용하는 업종에서 최대 12%의 할인 혜택을 준다. 

KB국민카드의 ‘KB국민 청춘대로 1코노미 카드’는 1인 가구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 패턴에 최적화된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전월 실적에 따라 편의점 이용금액의 20%가 적립된다. 특히 이동통신요금, 전기·수도·도시가스요금 등 각종 생활요금에 대한 포인트 적립 혜택도 제공된다. 

신한카드는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과 해외인출 수수료 절감이라는 두 가지 혜택을 적용한 체크카드 ‘욜로 트리플러스(YOLO Triplus)’를 내놨다. 호텔스닷컴·익스피디아·아고다 등의 해외 온라인여행사와 국내외 스타벅스에서 이용한 금액에 대해 전월 실적에 관계없이 2500~3000원당 1마일리지를 적립해 준다. 전월 이용금액이 20만원 이상인 경우 적립 마일리지는 두 배로 불어난다.

‘신한카드 욜로아이(YOLO i)’는 택시, 영화(CJ CGV·롯데시네마), 커피(스타벅스·커피빈), 베이커리(파리바게트·뚜레쥬르), 소셜커머스(쿠팡·티몬), 편의점(GS25·CU·세븐일레븐) 등 6개 업종에서 최대 20%까지 전월 실적에 따라 할인 받을 수 있다. 

우리카드는 나를 위해 사용하는 ‘All For Me’카드를 출시했다. 매월 고객의 이용금액이 큰 순서대로 자동으로 5~10%의 차등 할인율을 적용한다. 카드 할인에 맞출 필요 없이 그때그때 내가 소비하고 싶은 곳에 돈을 쓰면 자동으로 할인돼 실적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희망 없는 사회 ‘자화상’

이처럼 기업들은 욜로족을 잡기 위해 혈안이 돼있지만, 그 이면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상실감에 빠진 젊은이들의 씁쓸한 단면이 숨겨져 있다.

‘트렌드코리아 2017’ 출간기념회에서 김난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교수는 한국 경제를 ‘엔진이 고장난 조각배’로 비유하며 “불안한 미래에 투자하기 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성세대는 높은 이자와 고성장기를 거치며 장밋빛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왔지만, 현재 청년들은 저금리·저성장·저물가가 일상이 되는 장기 불황 속에서 미래를 준비할 여력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꿈을 꾸기보다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그러나 현재가 있다!”를 외치며 오늘을 즐기려는 성향이 커져 탄생한 ‘서글픈 사회현상’인 것이다. 안정적인 내일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기대감 상실에서 본능적으로 나온 삶의 방식이라는 불편한 진실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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