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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아트라스BX 개미주주들 소송전 돌입…재벌개혁 실험대 오른 한국타이어 오너家

상장폐지 갈림길…총수 일가 배불리는 ‘제로썸 게임’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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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0호 도기천 기자⁄ 2017.11.06 10:31:38

▲한국타이어 오너일가가 대주주인 아트라스BX의 개미주주들이 상장폐지를 반대하며 법원에 주총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한국타이어그룹의 자회사인 아트라스비엑스(BX)의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CNB가 단독 확인했다. 지난 6월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 개정으로 자사주가 소액주주에서 제외되면서 시작된 아트라스 사태가 결국 법정으로 간 것. 재벌개혁을 화두로 내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대기업과 소액주주 간의 재판이라는 점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 28명은 10월 25일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을 대표자로 선임해 대전지방법원에 주주총회소집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9월 12일 아트라스비엑스 원석준 대표이사에게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바 있다. 

하지만 원 대표가 주주총회 소집절차를 밟지 않자 법원에 총회를 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들의 주식수를 합하면 총 30만195주로 이는 총발행주식수 915만주의 3.28%에 해당된다.  

상법 제366조(소수주주에 의한 소집청구)에 따르면 발행주식총수의 3%이상에 해당하는 주주는 회의 소집 목적을 이사회에 제출해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이들이 주총을 열려는 이유는 회사가 상장폐지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는 대주주의 횡령, 파산,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인한 일반적인 상폐와는 성격이 다르다. 

국내 2위, 세계 6위 자동차용 축전지 제조업체인 아트라스비엑스는 매년 500~600억원 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알짜회사다. 자동차 전장부문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2014년 4651억원, 2015년 5424억원, 지난해 5548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 규정 개정으로 아트라스BX의 소액주주 비율이 크게 줄어들게 되면서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지자, 소액주주들은 주총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스스로 상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과 5월 두 번에 걸쳐 소액주주들의 지분 58.43%를 사들여 자사주로 만들었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자사주와 대주주의 지분을 합쳐 95%가 되면 상장폐지를 신청할 수 있다. 대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지분(31.13%)과 자사주로 만든 58.43%를 합쳐 89.56%가 됐지만, 95%에는 못미처 상폐 추진이 중단됐었다.

‘바뀐 거래소 규정’ 최대수혜자 총수일가

그런데 거래소 규정이 바뀌면서 다시 상폐를 향해 가고 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수가 전체 유동주식수(발행주식수)의 20% 미만일 경우, 거래소는 직권으로 해당기업을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6월 14일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을 개정해 자사주를 소액주주의 주식수에서 제외시켰다. 

기존대로라면 아트라스비엑스가 작년에 개미들로부터 사들여 자사주로 만든 58.43%는 소액주주 지분에 해당되지만, 바뀐 규정을 적용하면 이 지분이 소액주주 주식수에서 제외된다. 

자사주를 제외한 소액주주 지분은 현재 10.44%다. 따라서 이대로라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2019년 사업보고서가 나오면 2주내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는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작년부터 상폐를 추진해온 회사는 이 수순을 그대로 밟을 예정이다. 아트라스비엑스 측은 “현재로서는 회사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소액주주들은 주총을 열어 자사주 소각, 주식 액면 분할, 코스피로의 거래소 이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트라스BX는 상폐를 진행하면서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률)을 예전보다 크게 낮췄다. 이는 상폐 후에 배당률을 늘리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 회사가 ‘셀프 상폐’를 진행하려는 데는 대주주인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가 배경이 되고 있다. 

현재 아트라스비엑스의 지분구조는 한국타이어그룹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31.13%)와 자사주(58.43%), 소액주주(10.44%)로 구성돼 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23.59%, 그의 장남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이 19.34%,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19.91%, 장녀 희경씨가 0.83%, 차녀 희원씨가 10.82% 지분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총수 일가→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아트라스비엑스’로 연결된 지배구조다.

아트라스비엑스의 주요 임원들도 대부분 한국타이어 출신이다. 공시된 등기임원 명단을 보면, A전무는 한국타이어 글로벌 판매담당 임원 출신이며, B상무는 경영관리팀장 출신이다. 

조 회장 일가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를 발판으로 아트라스비엑스는 물론 엠프론티어, 엠케이테크놀로지, 신양관광개발, 에프더블유에스(FWS)투자자문 등 여러 계열사를 경영지배하고 있다. 

아트라스비엑스는 과거 9년간 평균 영업이익이 659억원에 이르지만 주가는 5만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상장폐지 되면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는 상당한 이득을 얻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관계자는 CNB에 “주식시장에서 가치분석을 위해 많이 쓰이는 기업가치 평가방식인 에비타멀티플(EV/EBITDA multiple) 방식으로 시장평균치인 10배를 적용해 주식가치를 추산해보면 주당 약22만5천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셀프 상폐’ 3가지 이유

전문가들은 아트라스비엑스가 상장폐지에 따른 정리매매를 현재 주가인 주당 5만원에 진행하게 되면 회사는 최소 670억원~최대 1500억원의 이익을 보게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이윤의 상당부분은 아트라스비엑스를 지배하고 있는 조 회장 일가의 몫이 된다. 

▲한국타이어가 잇단 근로자 사망사건으로 비난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한국타이어 오너일가가 대주주인 아트라스BX의 개미주주들이 법원에 주총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10월 30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금속노조 회원들이 한국타이어 근로자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소액주주들은 법원에 제출한 주총허가신청서에서 “상장폐지가 현재 주당 가격으로 이뤄진다면, 대주주는 주식의 내재가치의 25~30% 수준의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해 그 차액만큼 이익을 보고, 소액주주는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CNB에 “일부 주주들 입장에서는 공개매수가격이 낮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소액주주들의 입장과 주식가치를 충분히 반영해 금액이 책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상폐가 이뤄지면 배당률을 높여 대주주에게 회사이윤을 현금으로 지급하기에도 유리하다. 실례로 2014년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률)은 12.41%, 2015년에는 11.72%였지만 상폐를 진행했던 지난해에는 2.25%에 불과했다. 1주당 700원이었던 배당금을 300원으로 크게 줄인 것. 이는 상폐 후에 배당률을 늘리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 상폐 이후에는 공시 의무, 외부 간섭 등 각종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을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승계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업계에서는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이 타이어부문과 비타이어부문으로 그룹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경영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지분조정과 인수합병, 투자유치 등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비상장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비슷한 이유로 최근 수년간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대주주 vs 개미들, 문재인 정부 첫사례 되나

이번 사태는 정부가 대주주 일가가 자사주 등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규제하려는 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벌개혁을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는 기업들이 2,3세로의 경영승계를 위해 계열공익법인, 자사주, 순환출자 등을 통해 지배력을 높이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아트라스비엑스의 상폐는 대주주 일가가 이득을 보고 개미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제로썸 구조’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과는 대척점에 서 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상폐 요건을 따질 때 자사주를 소액주주에서 제외시킨 거래소 규정 자체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자사주가 대주주의 범주로 넘어가게 되는 효과가 발생해 오너 일가를 견제할 수단 하나가 상실됐다는 점에서다. 

한국거래소 측은 “주주분산요건을 산출할 때 일반주주에 자사주를 포함시키지 않는 유가증권시장의 규정과 형평성을 맞춘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 소액주주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오너 일가의 사익(私益) 추구에 도움을 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법원은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주주총회 소집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개미주주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상폐 여부를 떠나 한국타이어 오너일가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대주주일가의 전횡에 개미주주들이 맞선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주총이 열리게 되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거래소가 규정을 바꾸는 바람에 이번 사태가 발생한 만큼, 거래소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신중히 검토하고 해법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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