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新남방정책 & 기업 ②] '베트남 최대기업' 삼성전자, 베트남 경제지도 바꾸는 중

  •  

cnbnews 제566호 윤지원⁄ 2017.12.15 16:40:10

▲삼성전자는 11월 24일(현지 시각) 베트남 호치민시에 위치한 CE 복합단지에 현지 미디어, 거래선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B2B 종합전시관 개관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 = 삼성전자)


11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신(新) 남방정책’은 미국과 중국에 집중됐던 기존의 외교 기조에서 벗어나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 기준 1188억 달러인 한국과 아세안 사이의 교역 규모를 2020년까지 두 배가량 늘려 2천억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내세웠다. 2천억 달러는 현재의 한-중 교역 규모(2016년 2114억 달러)와 비슷하다. 

베트남, 아세안 신흥 리더로 부상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특히 현재 한국과 가장 활발히 교역하고 있는 베트남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한국과 베트남 간 교역 규모는 451억 2500만 달러로, 한국의 대 아세안 교역 규모의 38% 정도를 차지한다. 올해 3분기까지 양국 간 교역 규모는 472억 2200만 달러를 기록, 이미 작년 규모를 뛰어넘었다. 베트남의 총 교역 규모는 중국에 이어 한국이 2위다. 한국에게도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다. 

베트남은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이 베트남에 신규 법인을 낸 수는 327개로 중국(299개)이나 미국(259개)보다 많았다. 중국은 24년간 이 부문에서 선두를 놓친 적이 없었다. 

한국 기업의 국가별 총투자금액은 올 상반기 중국에 10억 달러, 베트남엔 9억 2632만 달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는 중국에 33억 달러, 베트남에 22억 달러였는데 반년 만에 그 격차가 크게 줄었다. KOTRA 관계자는 “베트남 북부 지역에서만 한 달에 한 번꼴로 한국 공장 준공식이 있을 정도”라고 밝혔을 정도다.

그 결과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 됐다. 1988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투자액은 558억 2600만 달러다. 이는 일본과 싱가포르보다 많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사상 최고치인 22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이는 한국의 전체 FDI에서 6.4% 정도를 차지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이 지난 11월 11일 오전(현지시간) 베트남 다낭 시청사에서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13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 서밋홀에서 제19차 한-아세안(ASEAN)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삼성전자, 베트남 1위 기업…수출액 22% 넘게 차지

다소 과장하자면, 베트남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국이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과장하면 삼성전자가 베트남 경제를 키우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KOTRA 집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2723개로 2014년(1340개)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많은 기업 중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올리는 기업이 바로 삼성이다.

삼성전자는 1995년에 호찌민에 베트남법인을 설립한 이후 베트남 북부 하노이 인근의 박닌, 타이응우옌 등의 투자 프로젝트를 포함해 베트남에만 173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는 현지 최대 투자기업이다.

22년간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가전제품과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전략적 생산기지로 꾸준히 육성해 왔으며, 현지시장의 TV와 휴대전화 부문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여기서 생산되어 수출되는 규모는 지난 11월 말 기준 440억 달러로 나타났는데, 이는 베트남 전체 수출액 1938억 달러의 22.7%나 된다.

삼성전자와 계열사가 현지에서 고용한 베트남 인력은 16만 명에 달한다. 협력업체 직원을 제외하고 간접 고용 인원을 합치면 18만 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가 공시한 본사 기준 전체 직원 숫자가 약 12만 명이니 훨씬 더 많은 숫자다. 올해 4월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실시한 대졸자 공채에서는 2200여 명을 뽑는데 2만 명 이상의 현지 대학생들이 지원해 진풍경이 펼쳐졌고, 현지 언론에서도 이를 주목했을 정도였다.

이처럼 베트남의 경제·산업계에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삼성전자는 급기야 베트남 현지 언론이 꼽은 500대 기업 리스트에서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12월 8일 ‘베트남넷’과 ‘베트남리포트(VNR)’는 자산과 매출을 기준으로 한 베트남 500대 기업 리스트를 공동으로 발표했는데, 삼성전자는 베트남 국영기업들을 모두 제치고 1위로 꼽혔다. 2012년 4위를 기록하며 처음 톱5에 들어간 이후 6년 만에 이룬 쾌거다. 

특히, 베트남은 정부 지원을 받는 국영기업이 많아 사기업, 그것도 해외기업이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제껏 1위를 지키고 있던 베트남 전력공사가 2위에 오른 것 외에도 톱5에 들어간 나머지 기업은 베트남가스공사, 비엣텔그룹, 베트남 석유공사 등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4년 10월 베트남의 응우옌 푸 쫑 당 서기장과 호찌민의 소비자 가전(CE) 복합단지 투자 승인서를 전달 받고 삼성과 베트남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 삼성전자)


베트남에 필요한 변화, 삼성이 적극적 주도

현재 베트남은 높은 경제 성장률과 뛰어난 역동성으로 전 세계 기업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노동집약적 산업 수준에 비해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이 미흡하며, 임박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고도화가 절실하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베트남은 중국을 대신할 세계의 공장 역할에 충실했다.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와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와 경영 환경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도 이런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는 베트남 정부는 자국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수입 대체재를 위해 부품 소재 산업 분야 등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가장 많은 투자를 하면서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 한국에서 그 해법을 찾고자 한다. 

지난 11월 한국을 방문했던 쯔엉 화 빙 베트남 수석부총리는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은 2020년까지 현대화된 산업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하이테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근 입국했던 베트남 국가서열 3위의 응우옌 쑤언 푹 총리 또한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높게 유지되고 있지만, 과학기술 수준은 미흡하다”며 “개발도상국으로서 한국의 경험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아세안 국가보다는 한국의 발전 경험을 습득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이는 베트남 경제 발전을 위해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1월 2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쯔엉 화 빙 베트남 수석부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 현지 투자 형태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과거 단순 섬유 가공 위주의 제조업 투자에서 전기·전자제품 등으로 투자를 다변화하는 기업들이 늘어났으며, 기술 이전과 함께 인재 양성에도 도움을 주며 양국의 상호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이런 변화의 흐름을 앞장서서 주도하며 단순 제조기지에 그쳤던 베트남을 한국에 이은 새로운 거점 기지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노이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생산단지를 조성했을 뿐 아니라 약 지난해 3월부터 3억 달러를 투자해 모바일 R&D 센터를 설립했다. 그뿐만 아니라 12월에는 기존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복합단지가 조성되어 있던 호찌민에 첨단 가전제품을 연구하는 ‘삼성 호찌민 R&D 센터’도 개소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베트남에 제조와 R&D 기능을 모으는 것은 지리적·물리적 한계를 줄여서 시너지를 도모하기 위한 전략이며, 이는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 기지 역할까지 염두에 둔 포석인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 성에 있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 (사진 = 삼성전자)


필요한 현지 인재는 직접 양성

현지 인력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하노이공과대학, 2014년부터는 우정통신기술대학, 하노이국립대학과 ‘삼성 탤런트 프로그램(STP)’을 진행, 2016년까지 우수 대학생 420명을 선정 총 19만 2000달러 상당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현재는 총 100명에게 연간 2280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STP는 장학금 지급 외에도 알고리즘이나 앱 개발, 삼성의 운영체제인 타이젠 등에 대한 교육과정도 포함하고 있다. 하노이산업대, 교통통신대, 타이응우옌대, 군사기술대 등등 STP가 적용되지 않는 9개 대학에는 삼성모바일LAB을 설치했다.

초중고등학교에도 사회공헌사업 차원의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매년 일정 수 이상의 신입사원을 배출하는 고등학교에 장학금도 지급하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이다. 2011년 126개 학교 758명을 대상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까지 총 1315개 학교, 1만 1135명에게 75만 달러 가까운 장학금을 지급했다.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르는 것도 베트남 청년들의 적극적인 자기 계발 문화를 일구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연간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 문화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정기적인 공채를 실시하는 기업은 베트남 기업이나 외국 기업을 통틀어 삼성이 유일하다. 

특히, 현지 취준생들에게는 GSAT와 같은 필기시험도 익숙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삼성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베트남에서 GSAT를 통해 9500여 명을 채용해 왔다. 올해 4월에도 지원서를 낸 2만여 명의 공채 지원자 중 서류전형을 통과한 7천여 명이 대대적으로 GSAT를 치렀다.

베트남에서 삼성전자의 대졸 신입사원 급여는 월 500달러 정도로 중상위권이다. 세계적인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까지 갖춘 삼성전자는 베트남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베트남 공대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취업을 희망하는 취준생이 많아질수록 베트남 현지 삼성전자 법인들의 인력 수준도 높아지니, 고집스러운 채용 절차가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