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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8 리포트 ③] ‘자가용’ 그만두고 ‘당신집 찾아가는 쇼핑몰’ 굴리겠다는 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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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2호 윤지원⁄ 2018.01.26 17:41:59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자 가전 전시회인 'CES 2018'(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이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펼쳐졌다. (사진 = 연합뉴스)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자 가전 전시회인 'CES 2018'(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이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펼쳐졌다. 올해 CES 2018은 스마트시티(Smart City)라는 개념을 핵심 아젠다로 삼았으며, 세계 150여 국의 3900여 기업이 저마다 혁신을 부르짖으며 다양한 신기술과 제품들을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LG·현대차 등 170여 업체가 참여했다. CES 2018에 소개된 다양한 최신 트렌드와 혁신 동향을 살펴보고, 분야별로 국내 기업의 현주소를 점검해봤다.


이번 CES 2018은 자율주행의 기술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목격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래의 자율주행차의 모습이나 개념을 여러 가지로 상상해보는 수준이었지만, 올해에는 분명 자율주행의 시대가 이미 시작됐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포브스' 지는 이번 CES에 공개된 여러 기업의 자율주행 기술에 관한 총평을 이렇게 정리했다. "분명한 것은 장차 우리는 자율주행차를 자가용으로 소유하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신 우리는 교통, 배송, 상용차 운용이 온-디맨드 방식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서비스는 리프트(Lyft), 우버(Uber), 웨이모(Waymo), 토요타, 폭스바겐, BMW 같은 메이저 브랜드가 직접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주역은 완성차 업체가 아니었다.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같은 IT 거인도 아니었다. 올해 CES의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엔비디아(Nvidia)와 리프트(Lyft), 그리고 토요타였다.

▲CES 2018 개막 이틀째인 10일(현지 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콘셉트카가 전시돼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자율주행차의 뇌와 눈: 플랫폼과 센서

자율 주행은 운전하는 인간의 감각과 판단 및 조작 능력보다 더 정확하고 복잡한 감각과 판단 및 조작 능력을 수행하는 기술을 말한다. 그래서 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감지할 수많은 센서가 필요하고, 그 센서들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막대한 양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연산 기술이 핵심이다.

컴퓨터 그래픽 카드 전문 회사로 유명하던 엔비디아는 현재 세계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현재 자율주행 기능을 장착하고 시판되는 자동차나 개발 중인 자율주행 차량은 대부분 엔비디아나 인텔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차용하고 있다. 

올해 CES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프리젠테이션에는 무려 천 명 이상의 관객이 몰려들었으며, 거의 모두가 두 시간 내내 자리를 지키고 발표를 경청했다. 이번에 엔비디아가 내놓은 '드라이브 제이비어(Drive Xavier)' 솔루션은 기존의 엔비디아 자율주행 플랫폼의 완성도를 크게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와의 파트너십으로 국내에 알려진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오로라(Aurora)'와의 제휴를 통해 더욱 완벽을 기하는 중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많은 자율주행차의 핵심을 정복한 데 이어, 이번 CES 기간에도 폭스바겐 및 우버와의 파트너십을 추가했다.

인텔이 공개한 AV(자율주행) 컴퓨팅 플랫폼은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제이비어보다 에너지 효율은 3배 더 뛰어나고 성능은 60%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덧 자율주행 기술 부문의 메이저 기업으로 꼽히는 중국의 바이두는 오픈 소스 형태로 접근하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반의 AI(인공지능) 플랫폼 '아폴로'를 업그레이드한 '아폴로2.0'을 선보였다. 아폴로2.0은 지난해 4월에 이미 완성되었고, 이미 320여 개 기업과 제휴하고 있다. 

▲라이다(LiDAR) 센서가 스캔해서 3D 매핑한 이미지의 예. (사진 = Velodyne 홈페이지)


궁극의 센서 'LiDAR' 경쟁 심화

자율주행 플랫폼이 정보 분석 및 판단, 조작 명령을 담당하지만, 애초에 주변 도로 상황 및 돌발 상황 등을 정확하게 감지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센서' 기술이 매우 중요한데, 자율주행차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센서는 '라이다(LiDAR)'라고 한다. 라이다는 빛, 거리, 범위를 뜻하는 Light, Distance, Ranging을 합친 말이다.

라이다는 '초인적인 시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레이저를 이용해 차량 반경 200m가 넘는 거리까지 모든 지형지물과 움직이는 사물을 감지하여, 이를 초당 수십 프레임의 3D 지도 형태로 인식한다. 라이다의 선도 기업은 벨로다인(Velodyne)으로, 다수의 레이저 빔을 회전식으로 운용하는 라이다 기술로 유명하다. 지난해 말 개발한 레이저빔 128개 버전의 라이다를 이번 CES에서 선보였다.

벨로다인의 라이다가 강력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레다테크(LeddarTech)나 퀘너지(Quanergy)같은 기업은 일상생활에서 결코 오류를 범하지 않을 정도의 성능은 레이저빔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성능 좋고 저렴한 기술을 자랑했다. 22세의 젊고 야심만만한 CEO가 설립한 루미나(Luminar)라는 스타트업은, 성능만큼이나 양산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지난해에 공개하려고 했던 라이다 기술에 양산 기술에 대한 해법까지 들고 이번 CES를 찾았다.

▲CES 2018의 기아자동차 전시장에서 참관객들이 미래 자율주행 VR 시뮬레이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자율주행 완성의 키워드는 '연결' 과 '공유'

자율주행차는 도로에서 혼자 달리지 않으며, 혼자 달릴 필요가 없다. 자율주행차는 같은 도로 위의 다른 자율주행차 및 신호 체계 등과 소통할 때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한다. 자율주행차는 서로 연결된 채로(connected) 정보를 공유(share)할 때 효율도 높아지고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아진다. 

그러니 모든 자율주행 차량이 초고성능 센서를 장착할 필요가 없다. 정보 통신 기술이 충분히 발달한다면, 주변 정보를 받아들여 한꺼번에 처리한 뒤 각 차량에 필요한 정보만을 주고받는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자율주행 구현이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이번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자율주행 시범운행이 작년보다 줄었다. 물론 소수의 자율운행 시범운행 차량은 작년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웨이모(Waymo)는 크라이슬러의 미니밴을 운전자 없이 컨벤션센터 주변을 운행하며 실제로 승객을 태우고 다녔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바로 '차량단(Fleet)'이다. 리프트(Lyft)는 이번 CES에서 최대 규모의 차량단(Fleet)을 이끌고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선도 차량과 그 뒤를 일렬로 따르는 차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필요한 정보만을 감지해 서로 주고받으며 일사불란한 합동 자율주행을 선보였다. 라스베이거스 시내의 일반 도로에서 일반 차량들과 함께 달리는 시범 주행에서 이 차량단은 뱀처럼 정체 구간을 빠져나가면서 목적지에 정시에 도달하는 성능을 보였다.

▲볼보의 화물차 수송단 자율주행 시스템인 '볼보 플래투닝'을 소개하는 사진. (사진 = 볼보)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

'차량단' 형태의 운행 외에 또 다른 개념으로 주목받은 것은 바로 토요타의 모빌리티(Mobility: 이동성) 서비스 플랫폼이었다. 모빌리티 서비스는 자율주행 시대에 차량의 소유 개념이 사라질 것을 예측한 데서 비롯된다. 

운전이 필요 없는 차량을 탄다는 것은 운전자가 없는 택시를 타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자가용을 굳이 구매해서 소유하지 않고, 대규모 카셰어링(차량 공유) 서비스에 가입하면, 필요할 때 언제든지 가까운 곳에 있는 빈 차를 호출해서 타고 다닐 수 있다. 도시 전체의 차량 대부분이 일사불란하게 통제되며 자율적으로 주행하고, 그것이 시민 모두에 의해 효율적으로 공유되는 시대가 온다면, 운행하지 않고 주차장에 머무는 차가 없어지고, 도로는 물론 도심 전체가 더욱 쾌적해질 수 있다. 기존의 택시기사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또한, 완성차 업체는 팔 수 있는 자동차의 대수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경제의 근간이 뒤흔들릴 수 있다.

이동의 개념이 바뀌는 것은 자가용 소유나 대중교통 체계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토요타는 '이팔레트(e-Pallette)'를 소개하면서 미래에 자동차의 개념과 용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니버스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진 이팔레트는 바퀴 위에 빈 박스가 얹어진 형태다. 그 빈 박스형 공간은 우리가 흔히 아는 버스의 형태로 꾸며질 수도 있고, 화물차의 형태로 꾸며질 수도 있다. 그리고, 두 용도가 반씩 합쳐진 형태로 꾸며질 수도 있다. 그리고 모두 토요타가 제공하는 인터페이스에 의해 통제되고 운행된다.

▲토요타가 CES 2018에서 제시한 이동성 서비스 플랫폼 '이 팔레트'. (사진 = 토요타자동차)



완성차 업체가 은퇴를 고하다

일정 시간 동안 일정 구간을 오가는 자율주행 버스는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대중교통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하지만 탑승자의 목적지와 이동 시간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이동 경로를 임의로 바꿔 택배 및 상품 배달의 용도로 차량의 일부를 사용할 수도 있다. 승객이 거의 없는 시간에는 완전히 화물을 운반하는 용도로만 이용될 수도 있다. 이런 스케줄 조정 및 경로 조정이 인공지능에 의해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다용도의 차량에 '이동성' 서비스의 개념까지 더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푸드 트럭은, 사장이 원하는 곳에 차를 세운 채로 그곳에서 음식을 만들어 판다. 하지만 이팔레트를 개조한 '식당형 차량'은, 지금 식사를 하려는 고객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간다. 운전자가 필요 없으니 주인은 출발 전에 메뉴 주문을 받아 이동 중에 요리를 끝내고, 손님 앞에 도착하자마자 음식을 내놓을 수도 있다. 이팔레트는 아예 '상점' 형태를 갖추고, 도시를 돌아다니는 이동식 매장 서비스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토요타는 이제 일반적인 개념의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아닌, 이팔레트라는 이동성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매년 세계 최대 실적을 올리는 완성차 기업이 완성차 제조업을 사양산업으로 선언한 셈이다. 대신,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기술을 활용해 미래를 먼저 대비하겠다고 나섰다. 미래 도시인의 삶의 형태를 앞장서서 바꾼다고 나선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 공유 및 이동성 서비스가 적용된 미래에 대한 상상. (사진 = Sidewalk Lab 홈페이지)


토요타의 이런 선언은 이번 CES에서 자율주행 및 미래 모빌리티의 판세를 바꾸는(게임 체인징)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주목받았다.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모빌리티 서비스의 모든 기술과 개념이 한 데 어우러진 데다,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을 제안하고 있다. 게다가 구상은 이미 끝났고, 아마존이라는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 우버나 디디 같은 호출형 택시 서비스 기업, 그리고 피자헛 같은 배달 기반 레스토랑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2020 도쿄올림픽에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한다. 상용화도 먼 미래가 아니라 겨우 수년 앞에 다가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직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라거나 "검증되기 전에는 우리 것을 공개하지 않는다"라며 혁신 기술이나 개념에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보수적인 기업들도 CES에는 있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가 처음 발명됐을 때에도 신호등이나 도로는 없었다"라고 말하며, "남이 무엇을 시작한 뒤에 후발주자로 따라가려고 생각하면 늦는다. 그땐 이미 주변 풍경이 모두 바뀌고 난 다음일 것"이라며 이런 구태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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