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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⑨] 삼성-한화 ‘빅딜’ 3년…김승연 M&A 매직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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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8호 정의식⁄ 2018.03.09 13:31:22

서울 중구 장교동에 위치한 한화 본사 사옥. (사진 = 한화)

2015년 삼성그룹과의 빅딜로 한화그룹에 합류한 화학‧방산 4사가 3년째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덕분에 한화그룹의 실적이 급상승했고 재계 순위도 10위에서 8위로 올랐다. 이에 따라 빅딜을 주도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인수합병(M&A) 능력이 새삼 주목받는다. 민간이 주도한 산업구조조정으로 보기드문 성과를 남긴 삼성-한화 빅딜 3년을 되돌아봤다.

 

역대 최대 빅딜… 삼성-한화 ‘윈-윈’

 

지난 2014년 11월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은 삼성의 석유화학 부문인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과 방위산업부문인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한화가 인수하는 초대형 M&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가 무려 2조 원에 달하는 그야말로 ‘빅딜’(Big Deal)이었다.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의 지분 32.4%와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 등을 각기 8400억 원과 1조 600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인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두 회사와 함께 자회사인 삼성탈레스와 삼성토탈까지 인수했다. 2015년 6월 경 빅딜이 마무리되며 4사는 각기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 한화테크윈과 한화시스템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한화그룹의 화학과 방산 부문 계열사가 됐다. 

 

전례없는 규모와 불안한 업황으로 자칫 한화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불과 1년 만에 화학산업이 호황으로 접어들며 한화토탈을 중심으로 실적이 급등했고 3년이 지난 현재 4사는 한화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거듭났다.

 

한화그룹의 주력인 방산과 화학사업의 몸집이 크게 커지고 삼성 역시 그룹 구조를 주력인 전자, 금융, 건설 등에 집중하는 계기가 된 이 빅딜이 시작된 건 한화 측이 삼성의 방산 계열사를 인수할 경우 큰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 예상해서였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한화는 주력인 방산업종의 사업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M&A 대상을 검토했고 협력관계이던 삼성탈레스의 항공기 엔진과 지상무기시스템 사업을 보유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이에 한화는 삼성탈레스와 이 회사의 지분 50%를 보유한 모회사 삼성테크윈을 함께 인수하고 싶다는 의향을 삼성 측에 내비쳤다. 

한화토탈 대산공장 방향족2공장 전경. (사진 = 연합뉴스)

문제는 삼성테크윈이 삼성탈레스 외에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23.4%도 보유하고 있었고, 삼성종합화학은 자회사 삼성토탈의 지분 50%를 보유하는 등 지분 관계가 복잡하게 꼬여있었다는 점. 이에 삼성 측은 삼성탈레스, 삼성테크윈과 함께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까지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한화 측에 제안했고 한화 측이 이를 받아들여 역사적인 빅딜이 성사된 것이다.

 

빅딜의 타결로 자산가치 13조 원 규모인 삼성 계열사 4개사를 한꺼번에 인수하게 된 한화그룹은 단번에 37조 원의 자산총액(공정자산)을 50조 원으로 늘리고 자산총액 기준 재계서열 10위에서 8위로 올라서게 됐다. 

 

삼성그룹도 비주력 사업으로 고전 중이던 화학과 방산 부문을 매각함으로써 향후 전자 부문의 M&A에 활용할 총탄을 2조 원 가량 확보하게 됐다. 이후 이 자금은 삼성전자 최대의 빅딜로 꼽히는 2016년의 하만(Harman) 인수 등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빅딜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 삼성과 한화가 오랫동안 맺어온 특수한 친분 관계에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삼성과 한화는 경쟁업종이 거의 없고 오너 가문 간에 오랜 우호 관계를 이어왔다. 오너 2세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사이가 막역하고, 3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도 하버드대학 선후배 사이다. 두 그룹의 최고 경영진이 수시로 만나 경영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빅딜 아이디어가 도출됐고 ‘윈-윈’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화토탈, 높은 기여도… 한화테크윈, 상장 대기 중

 

한화그룹은 화약, 방산, 무역, 기계의 4가지 사업 부문을 영위하는 사업지주사 ㈜한화가 한화생명과 한화건설, 한화테크윈, 한화케미칼, 한화호텔&리조트 등의 중간지주사 지분을 보유하고 다시 중간지주사들이 관련 자회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를테면 한화테크윈은 한화지상방산, 한화시스템, 한화파워시스템, 한화정밀기계, 한화디펜스 등 방산 계열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케미칼은 한화첨단소재, 한화솔라홀딩스, 한화갤러리아 등 화학‧태양광‧유통 계열사 지분을 100% 갖는다. 이외에 한화케미칼은 빅딜로 인수한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36.05% 보유하며, 한화종합화학은 한화토탈의 50% 지분을 갖는다. 

 

즉 한화그룹 내 대부분의 기업이 ㈜한화의 연결대상 기업으로 포함되는데, 그 면면은 한화자산운용, 한화손해보험, 한화생명보험, 한화종합화학, 한화큐셀코리아, 한화저축은행, 한화첨단소재, 한화건설, 씨스페이스, 한화도시개발, 한화케미칼, 한화갤러리아, 한화테크윈,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이글스 한화63시티, 한화역사 등이다. 이외에 여천NCC, 한화시스템, 한화토탈, 한화에너지, 한화S&C 등 연결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계열사를 합해 한화그룹 전체의 실적을 집계한다.

 

지난 5일 공개된 ㈜한화의 실적 수정공시에 따르면 2017년 연결기준 매출은 50조 3834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2조 1861억 원, 당기순이익은 1조 3363억 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6.93% 상승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29.67%나 늘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3.70% 증가에 그쳤다.

㈜한화의 놀라운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한 건 한화케미칼이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매출 3조 9654억 원과 영업이익 5884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6년보다 각기 13.9%, 47% 급증한 것이다. 

 

이는 한화케미칼이 석유화학 호황의 수혜를 듬뿍 받은 덕분이지만 삼성과의 빅딜로 한화케미칼이 지분을 보유하게 된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의 실적이 급성장한 영향도 컸다.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 관계. (사진 = 한화)

한화토탈은 한화에 인수되기 전인 2014년엔 석유화학 업황의 부진으로 1727억 원의 영업이익을 보였지만 이후 업황이 개선되면서 2015년엔 7974억 원, 2016년엔 1조 466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2017년 영업이익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대략 1조 5000억 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하는 분위기다,. 

 

한화종합화학 역시 2014년엔 적자를 보였지만 2016년 5547억 원의 흑자를 냈다. 다만 이 흑자 대부분이 한화토탈로 인한 지분법 이익이라 직접적인 영업이익은 수십억 원에 불과했다. 2017년도 비슷한 양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테크윈과 자회사 한화시스템도 좋은 성과를 보였다. 한화테크윈의 영업이익은 한화에 인수된 직후인 2015년 -395억 원에서 2016년 1591억 원으로 급등했으며 2017년에는 82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7년 영업이익이 2016년에 비해 무려 45%나 줄어들었지만 인수 당시와 비교하면 놀랄만한 성장을 이룬 셈이다. 한화테크윈에 따르면 영업이익 감소는 항공기 엔진사업 관련 투자 증가와 보안 부문 부진 때문이다. 대신 4분기에 한화지상방산의 K9 자주포 노르웨이 수출 성공 등으로 4분기 영업이익만 5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한화는 한화테크윈을 4개사로 나눠 각기 상장시킴으로써 방산 부문을 전략적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7월 한화테크윈은 4개사로 물적분할됐다. 방산 부문의 한화지상방산, 에너지 장비의 한화파워시스템, 산업용 장비의 한화정밀기계 등이다. 기존 한화테크윈에는 항공엔진과 CCTV 보안 사업만 남겼다. 각각의 기업을 상장시켜 얻은 자금을 한화는 방산 부문 기술투자와 M&A에 사용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구 삼성탈레스)도 선전 중이다. 2016년 2437억 원의 매출이 2017년 8234억 원으로 약 4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영업이익도 2016년 135억 원에서 2017년 244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김승연의 M&A 매직, 아직 안 끝났다

 

삼성과의 빅딜로 합류한 4사를 비롯한 여러 계열사들의 선전에 힘입어 지난해 한화그룹의 총 영업이익은 3조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이미 한화그룹의 자산규모와 순이익은 크게 개선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화그룹의 자산규모는 123조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160조 원으로 무려 30%나 늘었다. 

 

결정적으로 한화그룹은 빅딜을 통해 그룹의 체질 개선과 장기적인 먹거리 마련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주력이던 방위산업 부문에서 규모를 늘리며 국내 1위의 글로벌 종합방산회사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고,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LG화학, 롯데케미칼과 함께 ‘빅3’의 위상을 굳건히 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성공을 주도한 건 업계에서 ‘M&A의 마술사’로 통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은 삼성과의 빅딜은 물론 역대 고비고비마다 결정적인 M&A를 성공시켜 오늘의 한화를 만든 장본인으로 주목받는다. 

지난해 12월 11일 김승연 회장(가운데)이 중국 장쑤성 난퉁시에 위치한 한화큐셀 치둥 공장을 방문해 모듈 생산라인을 돌아보며 김상훈 전무(오른쪽 끝, 치둥 공장장)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 한화)

김 회장은 지난 1981년 선대 김종희 회장이 갑자기 임종하면서 불과 29세의 나이에 2대 회장으로 취임한 후 1년도 안돼 한양화학(현 한화케미칼)과 한국다우케미칼을 인수해 화학을 그룹의 주력으로 키웠다. 1983년에는 인천 경인에너지를 인수해 회사 이름을 한화에너지(현 SK인천석유화학)로 바꿨다. 한화케미칼 인수에 힘입어 한화는 1981년 1조 600억 원 수준이던 그룹 매출을 3년 만에 2배 수준인 2조 1500억 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엔 레저, 유통, 금융업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했다. 1985년 현 한화호텔&리조트의 전신인 정아그룹을 인수해 레저산업을 시작했고, 1986년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 2000년 동양백화점(현 한화타임월드)을 인수하며 유통사업에도 진출했다. 2002년 대한생명보험(한화생명)을 인수해 2010년 한국거래소에 상장시켰으며 푸르덴셜투자증권과 푸르덴셜자산운용도 인수했다. 

 

2010년부터는 신재생에너지와 방위산업 확장에 집중했다. 2010년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를 인수하고 2012년 독일 큐셀을 인수해 한화큐셀을 설립하는 등 본격적인 태양광사업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2015년 삼성과의 빅딜로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인수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후로도 김 회장은 2016년 두산DST(한화디펜스)를 인수하며 방산하는 등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올 초 김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경영을 예고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더 강력한 변혁을 촉구하고 있다”며 “밀려오는 파도에 움츠러들기보다는 기회의 파도에 올라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촉구했다. 또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고 투자를 축소하는 소극적인 내실화가 아니라 지금부터 미래성장 전략을 고민하고 경쟁사보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내일의 기반을 더 적극적으로 다지자. 각 사마다 체격에 따라 체질개선을 이루고 글로벌 수준의 체력을 갖추자”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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