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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제주 1위’ 제주반도체, 로또 3파전서 승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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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9호 정의식⁄ 2018.03.16 15:21:32

지난 2월 동행복권 컨소시엄 출범식에서 포즈를 취한 참여사 관계자들. (사진=제주반도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잘 알려진 로또 사업의 4기 수탁사업자로 동행복권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이 컨소시엄을 주도한 제주반도체가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제주반도체는 메모리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으로 제주도 수출의 60% 이상을 책임지는 ‘제주 수출 1위’ 기업이기도 하다. 거대기업들의 각축장인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무장한 강소기업 제주반도체가 로또라는 날개까지 달게 돼 어디까지 날아오를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낮은 수수료율 제시로 ‘로또 3파전’서 승리

 

3월 9일 기획재정부는 향후 5년간 복권사업을 담당할 4기 수탁사업자를 선정하는 조달청 입찰에 참여한 나눔로또 컨소시엄, 인터파크 컨소시엄, 동행복권 컨소시엄 등 3개 컨소시엄 중에서 동행복권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동행복권 컨소시엄은 주관사인 제주반도체(43.7%)를 중심으로 한국전자금융과 KIS정보통신, 나이스페이먼츠, 케이뱅크, MBC 나눔, 에스넷시스템, 오이지소프트, 투비소프트, 메타씨엔에스 등 강소기업 10개사로 구성됐다.

 

기재부는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제안서 평가위원회가 3월 7일부터 9일까지 각 컨소시엄에 대한 기술 부분 평가를 진행하고 가격 평가 점수를 합산해 최종 점수를 산출한 결과 동행복권이 91.0751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인터파크와 나눔로또의 점수는 각기 90.5663점, 89.6716점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재부 복권위원회와 조달청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행복권 컨소시엄과 기술협상을 한 뒤 이달 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계약 체결이 마무리되면 차기 복권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 컨소시엄은 올해 12월 2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5년간 로또복권 6/45와 연금복권, 스피또복권, 전자복권 등 복권위원회가 위탁하는 다양한 복권의 발행·판매관리 업무를 맡게 된다. 

1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유명 복권방. (사진 = 연합뉴스)

복권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복권 판매액은 하루 평균 104억 원, 연간 총액 4조 1561억 원이었다. 온라인복권(로또)이 3조 7974억 원으로 가장 많고, 인쇄복권(즉석식) 2053억 원, 연금복권 등 결합복권(추첨식) 1022억 원, 전자복권 512억 원 등이었다. 수탁사업자가 가져가는 복권 판매 수수료는 약 5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로또가 ‘황금알’ 사업으로 불리는 이유다.

 

자연히 업계에서는 쟁쟁한 대기업 경쟁자들을 제치고 로또 사업을 따낸 동행복권의 주관사 제주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반도체는 전형적인 ‘언더독’으로 분류된 기업이어서다. 

 

사실 지난 1월 12일 복권위가 조달청에 차기 복권 수탁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경쟁입찰 공고를 냈을 때만 해도 업계에서는 지난 2차와 3차 사업자로 10년에 걸쳐 로또 사업을 운영해온 나눔로또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수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유진그룹의 핵심 계열사 유진기업이 주축이 되고 NH농협은행, 대우정보시스템, 인트라롯, 윈디플랜, 삼성출판사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다.

 

하지만 복권위가 차기 복권수탁사업자의 도덕성 자격 요건을 강화하면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지난 2014년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감점 요인으로 부각됐다. 이에 나눔로또 컨소시엄은 유진기업 대신 우호기업인 ‘동양’을 전면에 내세워 입찰에 참여했지만 결국 도덕성 요건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나눔로또 컨소시엄의 선정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경쟁은 인터파크와 동행복권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여기서 동행복권 컨소시엄이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경쟁업체보다 낮은 위탁 수수료율을 제시한 것. 이에 따라 기술 부문에선 나눔로또, 인터파크보다 근소하게 낮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가격 부문에서 15.0점으로 인터파크(12.9)와 나눔로또(12.2)와 큰 차이를 벌리면서 동행복권이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다.

 

저전력 반도체 생산하는 강소기업

 

제주반도체는 그간 복권과 연관된 사업을 한 적이 없는 매출 1000억 원 수준의 코스닥 상장 기업이다. 제주에 본사를 둔 지방 기업이기도 하다. 그런 제주반도체가 갑작스럽게 로또 사업자 타이틀을 따내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과연 제주반도체는 어떤 기업일까?

 

제주반도체는 초소형‧저전력‧저사양의 모바일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 판매하는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다. 공장 설비 없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에 해당하는 업체로, 설계를 하지 않고 위탁 생산에만 주력하는 ‘파운드리’(Foundry)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반도체를 생산한다.

 

주력 제품은 슈도에스램(PSRAM)과 셀룰러램(CRAM)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의 대표선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모바일 메모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사양이지만 보급형 PC와 스마트폰 등 틈새시장에서 인기가 높아 매출이 지속 상승 중이다.

제주반도체의 주요 제품. MCP(Multi Chip Package, 왼쪽)와 옥타램. (사진 = 제주반도체)

제주반도체의 창업자는 박성식 현 공동대표다. 1961년 생인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출신이다. 반도체 개발과 영업을 담당하다 2000년 서울에서 제주반도체의 전신 ‘EMLSI’를 설립했다. 

 

초창기 주력 제품은 S램이었다. 당시 휴대폰 시장 1위였던 노키아에 4M S램을 공급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휴대폰 시장이 급성장하며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 덕에 EMLSI는 2003년부터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선전할 수 있었다. 이후 반도체 시장이 가라앉자 2007년부터 D램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D램 개발 기술을 보유한 국내기업 ‘램스웨이’를 200억 원에 인수해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후 꾸준히 성장하던 제주반도체는 2016년부터 메모리 시장에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이어지면서 수혜 기업이 됐다. 저성능임에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적지 않았던 것. 제주반도체는 다가올 사물인터넷(IoT) 전성시대에 실적이 한층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수출 효자, 제주도에 뿌리 내리다

 

제주로 본사를 옮긴 건 2005년의 일이다. 수도권 기업이 충남 천안 이남으로 이전하면 일정 기간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조세제한특례법의 혜택을 얻기 위해 지방 이전을 검토하다 직원들 사이에서 제주도 이전 아이디어가 인기를 끌었고 결국 이에 따라 제주도 기업이 되기로 결정했다. 같은 해 2월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했고, 2013년 3월 회사명을 기존 EMLSI에서 제주반도체로 바꿨다.

 

제주로 이전한 후 토종기업으로 뿌리내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다. 제주대 공과대학에 반도체 기술인력을 전문 양성하는 ‘제주반도체 트랙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임직원 직접 강의와 현장 실습, 멘토링 등은 물론 매년 약 20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한편 과정 이수자 중 3~4명을 매년 제주반도체 연구원으로 채용해 지역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반도체 장학금 수여식. (사진 = 연합뉴스)

최근에는 본사 사옥으로 쓰기 위해 도내에 빌딩도 구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주반도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제주지사 사옥을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를 통해 168억 3000만 원에 낙찰받아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건물은 제주도 중심인 노형오거리에서 160m 거리에 위치해 있다. 제주반도체는 이 건물 부지에 16층 규모로 사옥 겸 오피스 빌딩을 신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반도체는 제주도에서 가장 많은 수출액을 자랑하는 ‘수출 효자’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한국무역협회 제주지부가 공개한 ‘2017년 상반기 및 7월 제주지역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17년 7월 기준 제주도 전체 수출액 중에서 제주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무려 61%나 됐다. 광어, 소라 등 해산물과 생수의 수출 비중을 아득히 뛰어넘은 것. 2017년 상반기 전체 비중으로 보면 약 43.4%로 줄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제주 1위’다. 제주반도체가 현재의 성장세를 지속할 경우 올해안에 수출 비중이 8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블 엔진 장착하고 고성장 드라이브

 

2017년 제주반도체는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월 21일 제주반도체 공시에 따르면 2017년 매출액은 1170억 원으로 전년(566억 원)보다 약 107%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84억 원으로 전년(5억 원)보다 무려 1720%나 폭증했다. 덕분에 당기순이익도 적자에서 39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올해는 약 1519억 원의 매출, 15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통신과 자동차, 가전 등 IoT 분야가 나날이 성장하는 등 메모리 시장의 슈퍼사이클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저전력 모바일 메모리를 생산하는 제주반도체에 여러모로 유리한 시장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제주반도체의 매출 상승 추이 및 향후 전망. (자료 = 리딩투자증권)

서형석 리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의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 UMC와 공동 개발 중인 중저가 스마트폰용 U2램 개발이 완료되면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커지고 다양한 산업군으로 제품 공급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며 “셋톱박스 기업 등 신규 고객사에 낸드플래시 공급이 증가하며 올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판단돼 올해 약 1541억 원의 매출과 154억 원의 영업이익을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로또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제주반도체는 또 하나의 안정적 캐시카우를 확보하게 됐다. 한 업계 전문가는 “로또는 연간 4조 원 이상의 매출과 500억 원 이상의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알짜 사업”이라며 “성공적으로 수탁 사업을 수행할 경우 수익성은 물론 제주반도체의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향상되는 유무형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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