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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VR피팅존, 예상보다 성과 미미한 이유

롯데쇼핑 “서비스 자체로 의미 있다”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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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8-589호 윤지원⁄ 2018.05.14 10:33:52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설치된 3D 가상피팅기 앞에서 사용자가 가상피팅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 롯데백화점)

최근 패션·유통업계에서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기술을 응용한 ‘가상피팅’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개월 동안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운영된 가상피팅 체험존의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치 당시만 해도 롯데쇼핑의 옴니채널 전략의 간판으로 여겨졌던 가상피팅 체험존은 온라인 채널과의 연계나 타 지점으로의 확대 설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패션업계, ‘가상피팅’에 주목하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대표적인 전통 산업인 패션 유통업계도 첨단 테크놀로지 도입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그 중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VR과 AR 기술을 응용한 가상피팅(fitting, 옷 입어보기) 솔루션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말 ‘가상 피팅 거울’의 특허를 취득했고, KT는 지난 3월 현대홈쇼핑·신세계티브이쇼핑과 제휴해 올레TV에서 ‘홈쇼핑 VR 피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페인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 ‘자라’는 전세계 130여 개 매장에서 AR 기술을 응용한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상피팅, 직접 입어보는 것보다 낫다고?

 

가상피팅은 옷이나 액세서리의 맵시를 확인하기 위해 매장에서 옷을 일일이 갈아입는 번거로운 절차를 스마트폰 앱이나 가상피팅 디바이스로 대신하는 솔루션이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제품을 다양한 코디로 피팅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 패션 매장만의 장점으로 여겨진 ‘피팅’이 온라인 채널에서도 어느 정도 실감나게 구현되면 비대면 채널을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손쉽게 원하는 패션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사이즈 문제나 변심 등에 의한 반품, 교환에 드는 비용은 물론 옷 입어보기 시 발생할 수 있는 제품 손상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디바이스를 통해 수집되는 다양한 피팅 관련 데이터는 단순한 매출 및 재고 관련 자료보다 상세한 가공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업계는 대체로 미래의 패션 쇼핑 트렌드에서 가상 피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낙관론이 있는 반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입장 또한 존재한다. 가상 피팅을 체험해본 네티즌들의 의견을 찾아보면, 가상 피팅이 빠르고, 재미있으며 덜 번거롭다는 장점에는 동의하면서도, 피팅 결과가 합성 사진처럼 보이고, 직접 입어보는 것이 더 낫다며 한계를 함께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롯데쇼핑 가상피팅 솔루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 사용자가 롯데백화점 본점에 설치된 가상피팅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 롯데백화점)

롯데쇼핑, 가상 피팅 존 20개월 째 운영했지만…

 

롯데쇼핑이 오프라인 매장에 가상피팅 솔루션을 도입한 것은 벌써 20개월 전이다. 롯데쇼핑은 2016년 9월 서울 중구 소공동의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3D 가상 피팅 체험 존’(이하 가상 피팅 존)을 설치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체험 존은 초반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대기업 유통업체가 가상 피팅 솔루션을 도입한 거의 최초의 사례로, 특히 전통적인 오프라인 쇼핑의 상징과도 같은 롯데백화점 본점과 첨단 ICT 기술이 만난 독특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백화점이라는 대표적인 오프라인 채널과 점점 비중이 높아져 가는 온라인 채널을 넘나드는 옴니채널 구축을 목표로 내세웠고, 가상 피팅 존은 그 선발대 중 하나였다. 

 

그동안 가상 피팅 서비스는 여러 개별 브랜드 매장이나 현대백화점·용산 아이파크몰 등 유통업체에서 도입되어 운영되기도 했다. 그런데 대형 유통업체가 가상 피팅 존을 1년 반 이상 운영한 곳은 롯데백화점이 유일하다. 가상 피팅의 미래를 가늠할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동안 지켜본 업계 관계자 중에는 그 성과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선 가상 피팅 존은 롯데쇼핑이 옴니채널 구축의 일환으로 도입한 서비스였다. 롯데쇼핑은 애초 지난해에 롯데백화점의 온라인 쇼핑몰 ‘엘롯데’에서 온라인 가상 피팅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가상 피팅 존과 온라인 채널의 연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그 배경이 궁금해진다.
 

가상 피팅 존의 확대 설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가상 피팅 존 설치 초기부터 다른 지점에도 추가 설치해 고객 체험 기회를 늘리겠다는 구상이 있었으나, 아직까지 상설로 운영되는 가상 피팅 존은 본점의 한 대가 전부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가상 피팅 체험기는 가상 피팅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광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역할을 한다. (사진 = 롯데백화점)

피팅을 만인이 주시하는 곳에서 한다?
"현재론 광고판 기능이 전부" 비판도

 

가상 피팅 존은 본점 지하 1층 픽업 데스크 옆에 자리하고 있다. 이 자리는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직접 이어지는 곳이어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공간 중 하나다. 따라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돼 최적의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고, 매출로도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가상 피팅 존은 지나치게 오픈돼 있다”면서 “피팅은 어떤 옷이 나와 어울릴지 아닐지를 살펴보고 선택하는 행위인데, 그곳을 지나는 수많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피팅을 하면서 제품을 구매할 소비자가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이 가상 피팅 존을 체험해 본 몇몇 블로거의 후기를 살펴보면, 가림막이 있었으면 좋겠다거나, 부끄러워서 말 그대로 ‘체험’만 해봤을 뿐, 쇼핑하는 기분으로 옷을 고르진 못했다는 의견이 많다. 색다르고 즐거운 경험이었다고는 해도 실제로 그것을 이용해 의류를 구매했다는 후기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서비스를 홍보하고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데는 적절한 장소일 수 있다”면서도 “다른 행사장이나 의류 매장에 설치된 가상 피팅 존과 비교해보면, 롯데백화점에서는 유동인구에 비해 이용자가 적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상 피팅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는 일반적인 광고용 디스플레이 기능을 하는데,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 아니라 본래의 용도가 광고판인지 가상 피팅 존인지 모호해지는 것이 단점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롯데백화점 가상 피팅기에서 QR 코드를 통해 피팅 사진을 모바일로 전송하는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 롯데백화점)

롯데쇼핑 “옴니채널 구축 위한 다양한 시도 중 하나일 뿐”

 

이러한 우려에 대해 롯데쇼핑 측은 “특정 가상 피팅 존 하나만 꼽아 말한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면서도 “큰 틀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관계자에 따르면 가상 피팅 존은 롯데쇼핑이 구상하는 ‘옴니 채널 구축’이라는 큰 그림에서 그간 단독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적도 없고, 현재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미래 4차산업혁명 시대의 유통 환경을 고려한 옴니 채널 구축을 위해 VR·AR 기술 외에도 AI나 빅데이터 같은 다양한 ICT 기술을 모든 사업 프로세스에 적용해 혁신을 기하고 있다”면서 “가상 피팅 존 설치 당시에도 엘봇, 스마트 픽업 등 여러 첨단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함께 선보였으며, 지금도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다양한 시도를 거쳐 지금은 롯데쇼핑의 ICT 관련 사업 역량을 쇼핑 어드바이저 챗봇 같은 AI 기반의 서비스에 좀 더 비중있게 집중하는 단계”라며 “가상 피팅 존 또한 롯데쇼핑이 그리는 미래의 일부인 만큼 기대를 낮추거나 소홀히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가상 피팅 존은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향후 롯데쇼핑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 차원에 설치한 것”이라며 “장애인 고객이 거의 방문하지 않는다고 해서 휠체어 대여 서비스를 없앨 수 없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대답했다.

 

구매 유도 효과 등에 관한 비판은 롯데쇼핑의 의도와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설치 위치와 개방성에 관해서는 홍보 효과 때문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많은 소비자에게 가상 피팅의 개념이나 기기 및 서비스가 아직 생소한 만큼, 먼저 눈에 잘 띄는 곳에서 보여주고, 궁금증을 유발해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에 유동 인구가 많은 현재의 장소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도의 성패는 그동안 가상 피팅 존에서 수집된 수치로 가늠해볼 수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가상 피팅 존의 체험자 수는 2017년 기준 일 평균 50여 명, 월 평균 1500명 정도로 나타났으나, 지난 4월 데이터에서는 그 수가 두 배 정도로 증가했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연동도 막연한 것만은 아니다. 가상 피팅 서비스가 제공되는 온라인 쇼핑몰 및 모바일 쇼핑 앱이 국내외에 이미 다수 존재하며, 특히 현재 롯데백화점의 가상 피팅 존 디바이스와 연계되는 국산 앱도 있어 향후 이러한 기존 솔류션이 엘롯데와 결합될 가능성은 적지 않아 보인다.

 

VR 및 AR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지적들을 기우라고 본다며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나감에 따라 가상 피팅 솔루션 시장은 활발히 넓어지는 추세라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패션업계가 VR 및 AR 기술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변화의 바람을 실감하고 있다”며 “중국·일본뿐 아니라 유럽 쪽에서도 많은 제휴 문의가 들어오고 있고 수출 상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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