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강훈 기자) 포스코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운 인물을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선임해 주목된다. 앞서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선택한 5명의 후보군 모두 ‘포스코맨’으로 ‘낙하산’과 거리가 먼 인물들이었다. 포스코는 이번 기회에 외풍으로 얼룩진 흑역사를 끝낼 수 있을까.
포스코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최정우 포스코컴텍 사장을 선임했다.
이번 회장후보 인선 과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그동안 현 정부 실세들과의 연관성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이 배제됐다는 것이다.
포스코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밀실 회장 선임 논란이 일자, 지난 22일 5인의 회장 후보자를 공개했다. 최정우 사장을 포함한 오인환 철강1부문장, 장인화 철강2부문장,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 김진일 전 포스코 철강생산본부장으로 모두 ‘포스코 출신’이었다.
장하성 청와대 경제수석 및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학연 때문에 주목을 받았던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 참여 정부 때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 활동했던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던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등 정부 인사와 관련된 사람들은 제외됐다.
이는 그동안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흑역사’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치권 구설을 덜 탄 내부 출신 인사들을 회장으로 선정해 외풍을 피하겠다는 생각이다.
포스코는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이 물러난 후 정권 교체기마다 외압 논란에 시달려 왔다. 2000년 9월 민영화 이후 첫 회장이었던 유상부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던 2002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사퇴했고 다음 회장이었던 이구택 회장은 한 차례 연임 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지 1년 만인 2009년 정치권 외압 논란 속에 물러났다.
친MB(이명박 전 대통령) 인사로 꼽혔던 정준양 전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만에 그룹을 떠났고, 2014년 취임한 권오준 회장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남은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지난 4월 “젊은 인재에게 CEO 자리를 물려주고 싶다”며 돌연 사퇴했다.
정권 교체기마다 발생하는 CEO 리스크는 포스코의 경쟁력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공급과잉, 무역규제 심화로 철강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안목과 경영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전 회장들과 출신성분 달라
이는 포스코가 최정우 사장을 회장 후보자로 선임한 배경과 연결된다. 최 후보자가 전임 회장이 세운 경영전략을 지속할 수 있는 인물로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권오준 전 회장은 ‘비(非)철강분야’를 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봤다. 지난해부터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고, 2016년 100억원대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을 1조927억원으로 늘리는 성과를 냈다. 자진 사퇴 전까지도 인프라(트레이딩, 건설, 에너지, ICT 등)와 신성장(에너지 저장소재, 경량소재 등)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최정우 사장은 부산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포스코로 입사해 재무실장을 지냈고 2008년에는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 경영전략실장을, 2014년에는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 대우) 기획재무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그룹 내 ‘재무통’으로 불린다.
그룹의 제1과제인 비철강부문 경쟁력 강화에 그가 갖고 있는 무역·건설 등 다양한 사업 분야의 경험과 재무에 밝은 경영능력이 필요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강점 덕분에 최 후보자가 엔지니어·서울대학교 출신이 아니라는 불리한 점을 극복했다. 포스코는 창립 이래 비(非)엔지니어 출신 내부 인사가 회장 후보에 오른 적이 없었다. 또한 민영화 이후 회장들은 모두 서울대 출신이었다.
포스코는 최 후보자 선임 후 “경영관리 분야의 폭넓은 경험과 비철강분야 그룹사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포스코가 철강 그 이상의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 후보는 오는 7월27일 열리는 임시총회를 통해 제9대 포스코 회장 자리에 오를 예정이다.
이처럼 포스크가 내부 출신의 수장(首長)을 택했지만, 정치권의 흔들기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밀실 인선’이라며 투명하게 회장 후보자 인선절차를 다시 밟을 것을 주장하는가 하면, 최정우 후보자로 확정된 후에도 홍영표 원내대표가 “전임 회장의 비리를 덮어줄 사람을 뽑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