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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맞춰 책 읽기] KBS 보며 운다는 북한인들…jtbc는 또 얼마나 울리려고

북한사람들 사는 이야기가 ‘남쪽 터치’로 방송될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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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6호 최영태 CNB뉴스 발행인⁄ 2018.07.13 15:39:50

 

최영태 CNB뉴스 발행인

요즘 필자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소식은, jtbc 관계자들이 평양에 들어가 평양 지국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방북부터 최근 문재인-김정은 간의 판문점 회동까지 남북한 사이에는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교류가 있었지만, 평양에 남한 방송사의 지국이 설치되는, 즉 언론 사이의 교류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만약 jtbc의 평양 지국 개설이 허락된다면, 이는 남북한 교류에 그간 없던 큰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다. 왜냐면 북한의 얼어붙은 땅을 녹이는 데는 언론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북한을 꽁꽁 싸맨 겨울옷을 벗기기 위해 햇볕정책을 추진했다지만, 언론 교류가 빠진 햇볕 정책은 효과가 미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옷을 꽁꽁 여민 사람에겐 불을 쬐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계하는 그 사람이 술술 옷을 벗게 하려면 물리적 환경만 따끈한 게 아니라 마음 속을 더 먼저 따뜻하게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옷을 벗어도 아무 문제가 없겠구나”라고 생각해야 옷을 벗지, ‘벗었다간 죽는다’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삼복더위라도 절대로 외투를 벗지 않는 게 사람이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을 돌리도록 만드는 데는 언론만한 게 없다. 독일 통일 때도 동독 사람들이 서독 위성TV를 보는 통에 'TV 속 오렌지주스가 너무 먹고 싶어서' 서독 쪽으로 떼지어서 걸어가는 바람에 통일됐다는 소리가 있지 않은가? 그간 적잖은 남북한 교류에도 불구하고 언론 교류는 제로였던 게 바로 이런 이유다.

 

jtbc의 평양지국 설립을 위한 방북을 보도한 노컷뉴스의 인터넷 화면.

요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태영호의 증언 -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2000년 12월 북한과 영국이 정식 외교관계를 맺기 위해 서둘 때 그 교섭 과정에 참여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에게 영국 정부가 내놓은 두 선결 조건은 ‘영국 외교관들의 북한 내 자유 활동을 보장해줄 수 있는가’와 함께 ‘영국 기자들이 평양에 상주할 수 있는가’였다고 한다.(책 160~161쪽).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이 공산권 국가에 대사관을 개설하면서 내건 두 선결 조건 중 하나가 기자들의 상주였다니, 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자유 중의 최고는 생각을 말할 자유인데…

 

영국이 이처럼 언론인의 상주를 중시하는 이유는 바로 자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말하는 자유’ 즉 언론 자유인 까닭이다. 영국뿐 아니라 전세계 자유주의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J. S. 밀의 ‘자유론’에서 가장 중시하는 게 바로 이 말하는 자유, 즉 생각-사상의 자유이다. 

 

그리고 지금 북한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물론 배불리 먹고살 음식이 첫 번째이겠지만, 그 다음은 말하는 자유라고 할 수 있다. 남한에서도 생각하고 말하는 자유가 100% 보장되지는 않지만(왜냐면 아직도 국가보안법이란 족쇄가 생각과 말에 재갈을 물리고 있으니), 북한인들처럼 ‘아예 입도 뻥긋 못하는’ 상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 
 

최근 북한 관련 책들을 읽는 가운데, 북한 사람들의 실정을 알고 눈물 흘리게 만드는 책이 있었다. 바로 중국 현지에 나와 있는 북한인 100명을 직접 인터뷰했다는 강동완-박정란 저 ‘사람과 사람, 김정은 시대 북조선 인민을 만나다’라는 책이었다. 저자 강동완은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그들(재중 북한인)을 만나고 돌아온 늦은 밤이면 호텔방에서 엉엉 소리 내며 서러운 눈물을 홀로 쏟아냈다.(13쪽) 

 

그는 왜 홀로 눈물을 쏟았을까? 한국 방송을 보고 마음의 변화를 일으킨 북한인들이 너무나 불쌍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북한인들과의 심층 면접 내용을 읽으면서 필자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에 나와서야 비로소 세상을 알게 된 북한인들의 말을 듣게 되면 그들의 신세가 너무 애달펐다. 

 

북한인들이 최근 한국의 TV 드라마와 K-팝 노래 등을 즐겨 보고 듣는다는 것은 이제 다 아는 얘기다. 심지어 북한 안에서도 한국 미디어가 친숙하고, 그래서 그 전에는 안 쓰던 남한 말투가 북한인 입에 붙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4.29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한 언론매체 인터뷰에 등장한 탈북인은, 김정은 위원장의 입에서 나오는 “북한에서는 안 쓰던 남한 말투를 듣고 놀랐다”고 했다. 북한 여자들은 과거에 친구의 오빠를 “누구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한국 드라마들을 하도 봐서 그런지 요즘은 누구 오빠라는 말을 잘 쓰며, “당연하지” 같은 한국식 표현도 잘 쓴다고 외국인이 쓴 책 ‘조선자본주의공화국’(다니엘 튜더, 제임스 피어슨 공저)에 나온다. 

 

"깼죠. 통제 더 심해졌는데, 더 심하게 놀아요"

 

남한 TV를 자주 보는 바람에 달라지는 북한인의 양상을 20대 남성 재중 북한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강동완-박정란의 책은 전한다.  

 

"말투도 따라하는데 (중략) 친구들이 술 마시다가 말투 툭툭 나오더라고요 (중략) 통제가 더 심해졌어요. 옛날보다 더 심해졌는데, 심해진 만큼 더 사람들이 노는 것도 더 심하게 논단 말이에요. 깼죠, 사람들이."(512쪽)

 

친한 친구들끼리 말하다보면 한국 드라마에서 들은 남한 말투가 툭툭 튀어나온다는 소리다. 웃기는 것은 통제가 심해졌는데도 인민들의 노는 것 역시 더 심해졌다는 표현이다. 

 

7월 5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 여자부 친선경기를 관람하는 북한 젊은이들.(사진=공동취재단)

인민들의 노는 양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 양상을 ‘조선자본주의공화국’도 이렇게 전한다. 

 

전형적인 국가 관리는 라디오를 갖고 있는 사람을 식권 정도로 본다. 라디오 수상기에다 몇 달러의 뇌물까지 챙길 수 있는 기회로 보는 것이다. 라디오는 압수해서 되판다. (중략) 처벌했다가는 그저 이런 수익의 기회만 날릴 뿐이다.(223쪽)   

 

남한 방송을 들을 수 있는 단파 라디오를 북한의 단속 관리들이 ‘식권’ 정도로 본다는 얘기다. 라디오를 단속하고 처벌을 하지 않으면 뇌물을 챙길 수 있고, 또 압수한 라디오는 장마당(북한식 시장)에 내다 파니 꿩먹고 알먹고란 얘기다. 단속의 원래 목적은 단파 라디오를 북한에서 없애버리는 것이지만, 일선 관리들이 이런 의식을 갖기에 라디오는 돌고돌면서 계속 남한의 소리를 전달하고 있단다. 

 

날로 '깨가는' 북한 젊은이들이 요즘 차려 입는다는 패션을 소개하는 채널A 프로그램의 한 장면. 

‘깬’ 젊은이들이 더 심하게 한국 음악을 듣는 양상에 대해서도 이 책은 이렇게 전한다. 

불법이어서 적발되면 처벌을 받는데도 아랑곳없이 한국 음악을 듣는다. 부모 입장에서도 자녀가 한국 노래를 듣다가 적발되더라도 뇌물로 무마할 준비가 돼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고 더 나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지만 북한 사람들의 한국 음악 선호도가 낮아질 것 같지는 않다. (‘조선자본주의공화국’ 80쪽)

 

적발되더라도 대개는 뇌물로 해결할 수 있기에 한국 드라마-K팝에 대한 북한 내 시청이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현상이라는 소리다.

 

심지어 단속원(안전원)이 북한 가정집에서 남한 방송을 함께 봤다는 웃기는 사례도 나온다. 중국에 와서 일하는 30대 남성은 “그니까 와서 몰래몰래 보지요. 안전원이 친구니까 와서 같이 보지요”라고 말했다. 안전원이 단속은 단속대로 하되, 저녁 으슥한 시간이 되면 친구 집을 찾아와 “밑에 애들(=남한 사람들) 거 보자”하며 남한 방송을 다정히 시청하곤 했다는 얘기다. 

 

북한을 완전 다른 나라로 만들고 있다는 장마당 현상을 소개하는 TV조선의 화면. 

헌데, 이 두 책은 모두 2015년도에 나왔다.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은 영문판이 2015년에 나왔고 북한 얘기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2년이 지난 작년에야 겨우 번역이 됐다니 그간 한국인들이 북한에 대해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알려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2015년에 이미 이랬을진대, 그 당시에 이미 “깼다”는 북한인들이 지난 3년간 더 변화했을 테니 한국 TV의 북한인에 대한 영향을 더욱 커졌을 게 분명하다. 

 

'생생정보통' 등 한국 방송을 보면서 북한인들이 가장 놀라는 것은, "어떻게 저렇게 먹을 게 많을 수 있느냐?"는 점이란다.

재중 북한인들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놀라게 되는 점은, 그들이 중국에서 한국 TV를 몰래 보면서 보이는 반응들이다. 북한인들은 KBS와 TV조선을 좋아한단다. 빠져서 봤다는 프로그램에 KBS 또는 TV조선의 것이 많다.

 

KBS TV 프로그램 중에서도 특히 ‘아침마당’ ‘생생정보통’처럼 남한 사람들에게는 비인기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인기 있단다. 이런 생활형 또는 지방순회형 프로그램에서 이들이 눈이 크게 뜨고 바라보는 것은, 화면 속 남한 사람들의 잘 입은 옷차림, 그리고 너무나 풍부하게 먹어대는 음식들이라고 한다. 

 

우선 먹는 문제다. 배불리 먹지 못하는 북한인들에게 남한 TV에 차고 넘치는 먹거리들은 정말로 불가사의한 존재인가 보다.   

 

50대 북한 남성은 이렇게 말했다. 

“생생정보통을 보면 먹는 거 나오는 거 다 보니까네. 먹는 거… 많더만. 돼지도 그렇고, 소고기도 그렇고 많더만. 물고기요. 먹는 거 많이 먹더만. 우리는 그렇게 못 먹는데. 그래서 내가 이랬다고 야, 배추도 정말 크다.” (429쪽)

 

돼지고기, 소고기, 물고기 등 온갖 음식 재료를 풍성하게 쓰는 걸 경험한 적 없으니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는 소리다. 오죽 신기했으면 “야, (남한은) 배추도 정말 크다”고 탄성을 질렀겠는가? 굶어보지 않은 사람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소리다.

 

방송 내용보다 화면 속 음식과 옷차림에 먼저 눈 동그라져

 

60대 재중 북한 여성도 인터뷰에서 “그 무슨 ‘왕가네 식구’(2013~2014 KBS 드라마)들 보면 그저 부러운 것밖에 없습니다. 우리 거기서야(북한) 뭐 기렇게 살아봅니까? 고저, 진짜 여기 와서 드라마 보믄 볼 때마다 눈물 흘리며 봅니다”(424쪽)

 

‘왕가네 식구’처럼 젊은이들에겐 핫하지 않은 드라마라도 북한 사람들에게는 옷차림, 먹는 것에 눈길이 가고 눈물이 쏟아진다는 얘기다. 

 

말이 통하는 동족이 이렇게 잘 먹고 잘 사는 걸 보면서 북한인들을 통일을 꿈꾼다. 통일이 되면 자신도 그렇게 먹고 입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빨리 … 통일 되어서 인민들 배불리 밥 먹게 해달라고, 고저 그게 소원이죠.” (60대 남성, 262쪽)

 

“(남한이) 노동자, 농민이 다 잘살 수 있고 그렇게 해주니까 야, 이렇게 좋은 나라도 있나, 큰 감정을 느낍니다. 대한민국에 가면 힘껏 기꺼이 일해보겠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50대 여성, 262쪽)

 

북한인들의 뇌리에 가장 꽂히는 방송은, 남한에서 잘 사는 탈북자들의 모습이란다.(채널A 방송 캡처)

아예 “한국에 가고픈데 어떻게 해야 가는지 그런 말 좀 하고 싶습니다”라며 남한행을 도와달라고 주문한 40대 북한인 여성도 있었다. 중국에서 북한인을 만나면서 혹 공안요원이 들이닥칠까 조마조마한 상태였던 저자들은 이런 부탁에 더욱더 놀랐다고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한국 텔레비전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남한에 대한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지금 순간의 어려움을 달래는 (그들의) 유일한 즐거움이다”(439쪽)라고 썼다. 남의 나라 중국에 와서 힘들게 노동하면서도(외국인 노동자이기에 일하는 시간은 길고 힘들면서도 임금은 중국인보다 훨씬 적다) 유일한 희망은, 남쪽의 동족 나라가 세계 최고 선진국으로 잘 사니, 어떻게든 통일만 되면 그 혜택을 자기네들도 누릴 수 있다는 실낱같은 가망성을 붙잡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서적으로 큰 차이 없어 남한 드라마 즐겨봐

 

또한 북한인들은 드라마 등에서 보여지는 남한인의 정서가 자기네의 그것과 거의 같은 것에 대해서도 안도한단다. 70년을 떨어져 살았어도 민족 정서는 어디 딴데로 가지는 않는 모양이다. 

남한에서는 시청률이 아주 낮은 TV조선에 재중 북한인들이 매혹된다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그 이유는 TV조선이 자주 탈북자들을 등장시켜 발언시키기 때문이다. 한 60대 북한인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TV조선 보면 탈북자들이 한국에 가서 인생 고치고 다 잘사는 것 보니까 다행이라는 생각했어요.”(407쪽) 

 

평양 현지에서 북한 소식을 전하는 CNN 특파원. 외국 언론이 외국어로 북한 소식을 전하는 것과, 남한 언론이 한국어로 북한 소식을 전하는 방송은 완전히 다른 효과를 북한인들에게 줄 수 있다. 

탈북자가 이북 말투로 북한과 남한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에 대해 그들의 귀가 쫑긋 솟을 수밖에 없다(왜냐면 자기에게도 닥칠 수 있는 가능성이기 때문에). 정치적 성향으로 볼 때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달 수 있는 TV조선이 이런 탈북자 동원 방송을 하는 주요 목적은 아마도 한국인들을 향해 ‘불행하고 가난한 북한보다, 행복하고 부유한 한국에 사는 걸 다행으로 알아라’는 국민 계도용이겠지만, 국내 시청자들은 별로 재미없어 하는 이런 방송이 북한인들에게는 감동적으로 다가간단다. 

 

향후 남북 관계 개선과 장래 통일을 생각하더라도 ‘탈북인이 한국에서 잘 사느냐?’하는 문제는 이렇게 중요하다. 남한으로 내려가도, 또는 통일이 돼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통일에 정말로 긴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2013~2014년, 오로지 ‘정권 안보’를 위해 이웃나라 중국에 한국 망신을 시켜가면서까지 탈북자 유우성을 간첩으로 조작시켜버리고야 말겠다는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같은 것은 정말로 한심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남한으로 오면 잘먹고 잘산다’는 걸 더욱더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한국 국정원과 검찰은 죄 없는 탈북자를 때려잡는다’는 소문을 전세계에 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열성적 취재에 나선 북한 기자단을 보여주는 MBC의 방송 화면.

 

여태까지는 남한의 모습을 남한 TV가 남한 방식으로 보여주는데도 이랬다. 앞으로 jtbc 평양 지국이 생긴다면, ‘우리(북한인)의 얘기를 남한 방식으로’ 보여주게 될 텐데(물론 jtbc 평양지국이 방송을 시작하더라도 그 방송 내용은 북한 당국이 그은 한계 안에서 진행될 것이고, 그래서 북한의 명승지나 맛집 등 ‘대외적으로 좋은 내용’만 방송되겠지만, 그래도 북한인들은 그간 몰래 남한 TV를 시청했듯이 jtbc의 평양발 방송을 유심히 보게 될 것이다), 북한인들이 느끼는 감흥은 더욱더 크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사람들 말로 ‘밑에 애들’ 또는 ‘아랫동네 애들’ 얘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번쩍 들어 의식이 깰 정도인데, 북한 현지 얘기를 아랫동네 방식으로 어떻게 보도하는지를 접하면 북한 사람들이 정신이 한번 더 깰 것 같다. 왜냐하면 북한 TV는 살갑게 사람 사는 얘기 등을 방송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재미없는 내용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북한 방송 '본방 사수'는 14% 불과 

 

‘조선자본주의공화국’에 따르면 북한인들이 북한 방송을 정기적으로 시청하는 사람은 14%에 불과하다고 한다. 재미가 없어서 그렇단다(59쪽). 수령님(김일성), 장군님(김정일), 원수님(김정은)을 위해 한 목숨 바치라는 애국-사상교육 방송이 대부분이고, “개인의 건강과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북한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다”(‘사람과 사람’ 431쪽)고 하니 윗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반 국민을 위해 방송을 하는 남한 jtbc 방송의 위력에 북한 사람들이 또 한 번 넋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기여를 한 주인공으로 필자는 김어준을 필두로 하는 나꼼수 멤버들의 팟캐스트 방송, 그리고 팟캐스트에서 진행되는 왕성한 반론과 논의를 공중파 무대로 끌고온 손석희 jtbc 사장을 꼽는다. 이 두 그룹이 없었다면 한국 국민 일반의 머리를 깨칠 수 없었고 그저 관제 어용 방송-신문이 짜놓은 대로 프레임이 흘러가기 쉬웠던 까닭이다. 현재 북한 실정은 관제 어용 방송-신문 이외에는 그 어떤 목소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틈을 한국의 TV 프로그램과 한류의 인기가 주로 중국을 통해 파고들어갔다. 이뤄질지 안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jtbc 평양지국이 오픈하고 첫 방송을 송출하는 날, 남북 겨레가 두 팔 벌리고 웃으며 만나는 날이 한 걸음 더 성큼 다가올 것 같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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