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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얽히고 설킨 100대 그룹 혼맥…복잡하다 못해 촌수까지 꼬여

정-경 결혼 줄고 경-경 결혼 늘어…GS·LS·두산·SPC·코오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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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8호 윤지원⁄ 2018.10.04 15:15:51

영화 '대부'의 도입부, 돈 꼴레오네(말론 브랜도)의 막내딸 결혼식 장면에 모인 꼴레오네 일가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장면. 

국내 100대 그룹 집안의 혼인 관계 현황이 화제다. 과거와 같은 ‘정경유착’ 관계가 줄어든 대신 전체 혼인 관계의 과반수가 넘는 재계 간 혼맥(婚脈)으로 인해 '재계 유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몇몇 그룹에서는 복잡하게 얽힌 혼맥으로 인해 촌수가 바뀌는 예도 있어 관심을 끈다.

 

일반인과의 결혼도 늘었다지만…

 

지난달 27일 CEO스코어는 총수가 있는 국내 100대 그룹의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중 경영에 참여했거나 참여 중인 이들의 혼맥 현황을 이혼·재혼을 포함해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분석 결과 현재 이들 100대 그룹의 혼맥도에서는 같은 재계 내의 결혼이 전체 367건 결혼 가운데 50.7%인 186건에 달했다. 부모 세대에서는 전체 205건 중 49.3%인 101건이 재계 내 결혼인데 자녀 세대는 162건 중 52.2%인 85건으로 그 비율이 다소 높아졌다.

 

100대 그룹 중 다른 그룹과 사돈을 맺는 혼맥 수가 가장 많은 곳은 7곳의 GS였다. GS와 과거 한 지붕에 있던 LS그룹은 6개 그룹과 사돈을 맺었다. LS의 사돈 그룹은 현대차, 두산, OCI, BGF, 삼표, 사조 등이다. 두산그룹은 LS, LIG, 코오롱, SPC 등 4개 그룹과 사돈지간이다.

 

일반인과 결혼하는 비중이 부모 세대에 비해 크게 늘어난 반면, 정·관계 집안과의 혼사가 줄어든 것도 눈에 띄었다. 일반인과 결혼하는 비중은 부모 세대의 12.7%에서 자녀 세대 23.5%로 비교적 크게 늘어났다. 반면, 정·관계 집안과의 혼사는 부모 세대 23.4%에서 자녀 세대 7.4%로 크게 줄었다.

 

과거처럼 혼맥을 통한 정경유착이 상당 부분 사라지고 있다는 긍정적 해석이 가능한 통계지만, 절반 이상이라는 높은 재계 내 결혼 비율을 감안하면 오히려 '재계 유착'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CEO스코어'가 조사한 '총수가 있는 국내 100대 그룹 간 혼맥도'. (사진 = CEO스코어)

“‘O수저’ 출처” vs “배경 맞춘 결혼 당연” 양분된 누리꾼 반응

 

이러한 조사 결과가 대중들에게 공유되면서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크게 ‘혼맥으로 부를 독점하고 세습하며 기득권 유지하려 한다’는 반응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끼리 결혼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반응 등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전자의 반응으로는 “결혼도 비즈니스”, “재산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혈맹”, “금수저·흙수저의 출처가 여기” 등의 댓글 및 SNS 코멘트들을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21세기 성골, 진골, 육두품 제도인가”,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생각난다”, “역시 드라마 같은 일은 현실에 일어나지 않는다” 같은 코멘트에서도 비판이 강하게 느껴진다.

 

후자의 반응으로는 “서민도 학력, 부모 직업 따져가며 결혼하는데 재벌이 왜 다르겠나”, “자라온 환경 많이 다르면 결혼 후에 갈등이 많을 수 있어”,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다 보면 만나는 부류도 비슷해 결혼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코멘트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들이다.

 

하지만 “부를 세습하건 말건 범죄만 저지르지 마라”,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끼리끼리 뭘 하든 문제겠는가”, “지긋지긋한 빈익빈 부익부”, “부러우면 지는 것” 등 재계가 끼리끼리 혼맥으로 엮이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뒷맛은 씁쓸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통계상으로 일반인과의 결혼이 증가했지만 정략 결혼 형태의 전근대적인 결혼 문화가 여전히 재계에 남아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혼맥 분석을 통해 일부 그룹의 3세·4세 세습 구도를 예측해보는 시도도 찾아볼 수 있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사진 = 박서원 인스타그램)

숙모님 될 뻔한 6촌 누나

 

재미있는 건 몇몇 그룹의 혼맥은 한 눈에 파악하기 힘들 만큼 복잡한 관계로 얽혀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재벌 그룹들 중에는 산업화 초기 소수의 그룹에서 분화된 곳도 많고, 혼사가 여러 세대, 많은 형제들에 걸쳐 거듭되다보니 ‘겹사돈’에 가까운 복잡한 관계가 형성되고, 심지어 촌수가 달라지는 예도 찾을 수 있다. LS그룹과 두산그룹 사이에 맺어진 혼맥이 대표적인 예다.

 

고(故)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과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은 친형제다. 구태회 회장의 4남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과 구평회 회장의 장남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사촌형제다. 구자철 회장의 딸 구원희 씨와 구자열 회장의 아들 구동휘 LS전선 상무는 6촌 재종형제(再從兄弟) 관계다. 일가가 함께 그룹을 경영해 나가는 LS그룹 가문에서 6촌은 결코 먼 친척이라고 할 수 없다.

 

구원희 씨는 2005년 두산 집안의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과 결혼했고, 2010년 이혼했다. 원희 씨의 아버지 구자철 회장이 박서원 부사장의 아버지인 박용만 회장과 경기고 동창으로 친분이 두터웠기에 자식들끼리도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며, 같은 시기에 미국 유학 생활을 하면서 깊어진 인연이 결혼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구동휘 상무와 지난해 결혼한 박상민 씨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딸이자 박용곤 명예회장의 친손녀다. 만약에 구원희-박서원 부부가 이혼하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두 부부 간의 관계는 어느 집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박상민 씨의 할아버지이자 박서원 부사장의 큰아버지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입장에서 보면 구동휘 상무는 손주 사위가, 구원희 씨는 조카며느리가 된다. 즉, LS그룹에서 구원희 씨와 구동휘 상무는 같은 항렬이지만 두산그룹에서는 원희 씨가 구 상무의 5촌 숙모가 되는 것이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왼쪽)이 지난해 9월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강형모 골프협회 부회장(가운데),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과 함께 육성기금 1억 원 전달식을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대한골프협회)
갓 결혼한 신랑 신부가 식을 마치고 행진하며 하객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함. (사진 = Pixabay)

동서의 조카와 사돈의 조카가 결혼하다

 

GS그룹은 이번 조사에서 100대 그룹 내에서 7개 그룹과 사돈 관계를 맺으며 가장 많은 재계 혼맥을 자랑했다. 조사에서 거론된 GS그룹의 사돈 그룹은 과거 한 지붕 아래 있던 LIG를 비롯해 금호석유화학, 세아그룹, 태광그룹, 중앙일보, 아세아그룹, 삼표그룹 등이다.

 

GS그룹은 100대 그룹 밖에서도 조선일보, 부방, 벽산, 현대그룹과 사돈관계를 맺었다. 재계 외에도 정계, 관계, 학계, 법조계 및 언론계와 방대한 혼맥을 자랑하는데, 27명의 GS그룹 오너가족 배우자들 중 재계 출신이 절반에 가까운 13명(48.1%)이나 된다.

 

GS그룹의 재계 혼맥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사돈 관계다. 허 회장의 장남 허서홍 GS에너지 상무의 아내 홍정현 씨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딸이다. 차녀 허유정 씨의 남편 방준오 조선일보 부사장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장남이다.

 

이처럼 허 회장은 국내 최대 언론사 두 곳의 사주들과 직접적인 사돈 관계를 맺고 있을 뿐 아니라, 삼성그룹과도 연결되어 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홍정현 씨의 고모이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종사촌이다.

 

GS그룹은 허광수 회장을 통해 범 현대 가문과도 직접 이어져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바로 허광수 회장의 손아래 동서이다. 그런데 GS그룹과 현대가의 연결고리는 또 있다. 허광수 회장의 큰형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맏사위 정대호 씨((주)대화 대표)는 정문원 전 강원산업 회장의 장남으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부회장의 사촌 처남이다. 즉 허광수 회장 입장에서는 동서(정몽구 이사장)의 친조카와 사돈(정문원 회장)의 친조카가 결혼해 부부가 된 셈이다.

 

허진수 SPC 부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2015년 9월 SPC그룹 사옥에서 열린 ‘르노뜨르 소믈리에 마스터 클래스’ 그랜드 오픈식에서 권인태 (주)파리크라상 대표이사(왼쪽 두 번째) 등 관계자들과 리본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SPC)

4촌이 10촌으로 늘어나는 마술

 

사돈의 사돈과 엮이면서 간단하던 촌수가 복잡해지는 관계도 있다. 코오롱, 두산, SPC그룹 사이의 혼맥이 한 예다.

 

코오롱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이원만 회장의 딸 이미향 씨는 허인영 SPC그룹 회장과 결혼했고, 이 부부의 장남인 허진수 SPC그룹 부사장은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손녀인 박효원 씨와 결혼했다.

 

앞 문단은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혼인 관계 두 건을 단 한 문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각 인물을 좀 더 자세히 묘사하기 위한 관형어구를 더하다보니, 무려 네 개 그룹의 오너들이 한 문장 안에 등장한다. 대한민국 재계의 혼맥에 숨어있는 폐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세 그룹 사이에 얽힌 혼맥이 혼란을 야기한다. SPC그룹 며느리 박효원 씨의 아버지인 박용욱 회장은 박두병 회장의 여섯 번째 아들이다. 그래서 박효원 씨에게는 많은 사촌형제가 있는데, 나이 차이가 가장 가까운 사촌은 아버지 바로 위의 삼촌(박두병 회장의 다섯째 아들)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두 아들,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과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다.

 

이중 박용만 회장의 차남 박재원 상무는 2014년에 결혼했다. 박 상무의 아내 이현주 씨는 평범한 치과의사의 딸이라고 알려졌었지만, 할아버지 중 한 분이 고(故) 이원달 전 코오롱상사 사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코오롱 One&Only 타워. (사진 = 코오롱그룹)

이원달 사장은 코오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원만·이원천 형제와 함께 한국나일론을 함께 창립했던 원년 멤버일 뿐 아니라, 이원만·원천 형제의 6촌 동생이다. 즉, 현주 씨는 고(故)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에게는 9촌 조카, 즉 삼종질(三從姪)이 되고, 현재 그룹회장이자 이동찬 회장의 외아들인 이웅열 회장과는 10촌, 즉 사종형제(四從兄弟)가 된다.

 

이웅열 회장이 허진수 SPC그룹 부사장과 고종사촌(외사촌) 형제이므로, 촌수만 따지자면 허 부사장의 아내인 효원 씨와 현주 씨의 남편인 재원 씨도 10촌 사종형제 관계가 되는 셈이다. 본래 효원 씨와 재원 씨는 두산그룹 가문에서 사촌 관계이고, 그것도 아주 가까운 사이인데, 배우자 집안에서는 꽤나 먼 친척이 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부터 국내 30대 그룹의 총수 일가는 모두 평균 13촌 이내로 얽혀있다는 말이 돌았다”면서 “일반적으로 외가 쪽이나 배우자 쪽 10촌이라고 하면 남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겠지만, 재벌가 경조사에 모인 손님 가운데 10촌 정도는 ‘가까운 집안사람’으로 소개되는 일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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