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6-617합본호 옥송이⁄ 2018.11.23 14:37:22
카드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에 이어, 간편 결제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선점하지 못한 결과가 실적부진으로 이어졌기 때문. 최근 발표된 주요 신용카드사의 3분기 성적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대비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5% 이상 감소한 수치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 위기론’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내년부터 서울페이 도입 및 ‘3년 주기 재산정’ 원칙에 따라 새로 정해질 가맹점 카드 수수료가 3년간 진행될 예정이어서 카드업계가 위기론을 신속히 타개할 수 있을지도 물음표다.
롯데카드 웃고 신한카드 울고… 카드업계, 순익 25% 급감
올해 카드업계의 3분기 성적표는 마이너스다.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우리, 하나카드 등 7개사의 1~9월까지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4400억 원 가량 급감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 2836억 원으로, 지난해 1조 7235억 원에 비해 무려 25.5%나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곳은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올 3분기 누적 순이익 3963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대비 49.4% 하락했다. 그 다음으로 현대카드(-29.5%), 하나카드(-17.4%), 삼성카드 (-10%)로 그 뒤를 이었다.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회계기준 변경’이 이익 감소를 야기한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기존의 정상채권으로 여겨졌던 채권에 대해서도 충당금 설정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세후 기준 2758억 원의 대손충당금이 환입됐다. 하락 2순위를 기록한 현대카드도 지난해 일회성 요인이 사라지면서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
반면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롯데카드의 순이익은 늘었다. 가장 크게 오른 곳은 전년 동기대비 82.7% 상승한 롯데카드다. 롯데카드 측은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카드사업 부문 인수 과정에서 생긴 영업 상각 등의 ‘일회성 요인’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9.7% 상승한 우리카드 역시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비슷한 수준이다.
전반적인 실적부진, 그 이유는?
주요 카드사 가운데 일부 기업의 순이익이 늘기는 했으나, 단발적인 요인으로 인한 상승에 불과해 전체적인 카드사의 흐름은 하락세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카드사들이 지목하는 실적 하락의 핵심 요인은 지속적으로 이어진 가맹점 수수료 인하다.
11년간 11차례. 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진행된 기간과 횟수다. 실제로 지난 2007년 8월 연매출 4800만 원 미만 영세가맹점 및 일반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인하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2014년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매해 카드 수수료가 인하됐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했고, 올 7월에는 편의점, 슈퍼마켓 등 소액 결제가 많은 21만 곳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췄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3년 주기 재산정 원칙에 따라 내년부터 카드 수수료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폭은 약 1조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6조 원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수수료 인하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위기론의 영향? … 카드업계, 인력감축까지
카드업계의 경영난에 따른 즉각적인 조치는 구조조정 차원의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카드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200명, KB국민카드는 23명의 희망퇴직자를 내보냈다. 현대카드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력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카드는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진단을 통해 400명의 인력 감축을 진단받은 바 있다.
카드업계의 인력 가운데서도 카드 모집인들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자, 고비용 구조인 모집인 규모를 줄이고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드 모집인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6년 2만 2872명이던 카드 모집인은 지난해 말 1만 6658명으로 감소했고, 올해에만 1~9월 사이 3000여 명이 더 줄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정치권에서는 ‘카드 모집비용 절감’ 논의를 통해 수수료 인하 여력을 마련하는 안을 고심하고 있다. 카드 모집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화로 인해 카드 모집 채널 변화는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수수료 인하 압박이 지속되면 카드 모집인 등의 구조조정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쉽지 않은 향후 위기 타개 전망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와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선 등 중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금융 지원 개선안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경영 애로를 겪고 있는 가맹점에 실질적 도움을 주려면 수수료 부담 완화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
따라서 카드업계는 꼼짝없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시행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처럼 카드업계를 둘러싼 안팎 상황이 여의치 않고, 경쟁 요소는 늘어만 간다. 간편 결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비금융권에 밀리고 있는 것도 악조건 중 하나다.
지난해 간편 결제 시장 규모는 약 40조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으나, 카드사 등의 금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나 주도권 싸움은커녕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났다. 정부가 주도하는 간편 결제 시스템 ‘제로페이’가 올 12월 시범 도입을 앞두고 있기 때문. 제로페이는 QR코드 방식으로, 서울시와 정부가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가맹점 50만 개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소득공제 혜택을 40%로 높였다. 이는 신용카드(15%)나 체크카드(30%)의 소득공제율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따라서 제로페이 역시 카드사들을 위협할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위기 타개를 위해 힘을 합칠 예정이다. 롯데·신한·BC카드 등의 카드사들은 통합 QR결제 플랫폼을 연내 출시하기로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로 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 정부의 내년 카드 수수료 재산정, 제로페이 도입 등으로 인해 당분간 카드업계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연내 QR결제 도입 및 해외시장 진출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