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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CC 품귀 현상에 물 만난 삼성전기… ‘1조원 클럽’ 진입 초읽기

스마트폰‧전기차 등 수요 폭증에 상위업체들 ‘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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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8호 정의식⁄ 2018.12.07 15:39:27

초소형 전자부품 MLCC. 사진 = 삼성전기

‘적층 세라믹 캐패시터(MLCC:: Multi-Layer Ceramic Capacitors)’의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전기의 실적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MLCC는 스마트폰은 물론 전기자동차와 각종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수백~수천 개씩 들어가는 초소형 전자제품으로 일명 ‘전자제품의 쌀’로 불린다. 최근 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한 중국세의 추격이 만만치 않지만, 글로벌 1위 무라타제작소와 2위 삼성전기 등이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MLCC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내년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삼성전기, 역대급 호실적의 비결 ‘MLCC’

2년 전인 2016년 24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삼성전기가 지난해 약 3062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더니 올해는 분기마다 최고 실적을 양산하며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게다가 이 성장세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기세다.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하는 2019년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은 1조 5000억 원을 넘어선다.

지난 10월 31일 삼성전기는 3분기에 매출 2조 3663억 원에 영업이익 4050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의 영업이익 1032억 원보다 무려 4배나 늘어났고, 직전 2분기의 2068억 원보다도 약 2배나 늘어난 역대 최고의 분기 영업이익 기록이다. 심지어 지난 2017년 연간 영업이익 3062억 원보다도 1000억 원 가량 많다.

2016~2017 삼성전기 영업이익 상승 추이. 자료 = 삼성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넘어선 ‘퀀텀 점프’급 호실적의 비결은 MLCC의 선전이다. 삼성전기는 “고사양 MLCC의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로 모듈 및 기판 등 주요 부품의 공급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분기 실적을 사업부문별로 나눠보면 소형·초고용량 MLCC를 생산하는 컴포넌트 솔루션 부문의 매출이 1년 전보다 69% 증가한 1조 268억 원을 기록한 반면, 카메라 및 통신 모듈을 생산하는 모듈 솔루션 부문 매출과 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을 생산하는 기판 솔루션 부문 매출은 각기 약 8% 늘어난 8851억 원과 4324억 원에 그쳤다.

과연 MLCC가 무엇이기에 삼성전기의 실적을 홀로 견인하는 것은 물론 D램의 뒤를 이을 새로운 수출 효자로 주목받기에 이르렀을까?

작지만 비싸다… ‘전자업계의 쌀’

MLCC는 전자기기 내부에서 전류를 필요한 만큼만 안정적으로 흐를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는 초소형 부품이다. 기판에 위치한 여러 전자부품 사이에서 전기를 보관했다가 일정량씩 내보내주는 댐 역할을 하는데, 전원 공급을 안정화하는 것은 물론 노이즈를 제거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서 거의 모든 전자제품의 기판에 대량으로 탑재된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에 약 800~1000개, TV에 약 2000여 개, PC에 약 1200여 개, 일반 자동차에 약 3000개, 전기자동차(EV)에는 약 6000~1만 개의 MLCC가 들어간다. 이렇게 많은 MLCC가 필요하기에 ‘전자업계의 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실제 제품 크기는 쌀 한 톨(15㎜)의 250분의 1 정도인 가로 0.6㎜, 세로 0.3㎜이며, 두께는 약 0.3㎜로 머리카락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작은 부품 내부에 약 500~600층의 유전체와 전극이 겹쳐져 있다. 크기는 작지만 단위 면적 당 가격은 의외로 비싸다. 와인 잔 하나에 담을 수 있는 분량이 약 2억 원에 달할 정도다.

MLCC의 크기와 구조. 사진 = 삼성전기

가뜩이나 비싼 MLCC 가격은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때문이다. 수요 증대의 주요 이유는 ▲스마트폰의 고기능화 ▲자동차 전장 부품 증가 ▲사물인터넷(IoT) 기기 증가 등이다.

특히 자동차 전장 부품과 관련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자동차용 MLCC 시장의 규모는 약 1.6억 달러 규모였지만 연평균 성장률이 약 23% 수준으로, 2020년 이후에는 약 3.5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예정이다. 자동차용 MLCC 시장 규모는 조만간 스마트폰용 MLCC 시장을 능가할 전망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용 MLCC 시장도 줄어드는 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둔화되고 있지만 개별 스마트폰이 고기능‧고성능화되고 있어 1대 당 MLCC 탑재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제조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있음에도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다.

3분기의 승자 삼성전기… 내년도 화창

이런 상황에서 무라타제작소, 삼성전기, TDK, 타이요유덴, 야교(Yageo) 등 MLCC 상위 5개사의 시장 판도에 최근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3분기에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의 매출 증가율과 수익성이 나머지 4사를 뛰어넘은 것.

일본 무라타제작소 컴포넌트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약 29%로 전년 동기 대비 5.3% 상승하고, TDK 15%(전분기 대비 2.2%↑), 타이요 유덴 12%(전분기 대비 1.7%↑), 야교 55%(전분기 대비 0.5%↓) 등 3분기에 경쟁사들의 실적이 하락하거나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 달리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38%로 전분기 대비 무려 9.2%나 늘었다. 그 결과 1년 전의 영업이익률 순위는 무라타, 야교, 삼성전기, TDK, 타이요 유덴 순이었지만, 올 3분기의 순위는 야교, 삼성전기, 무라타 순으로 바뀌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의 승자는 수익성 개선 폭이 가장 컸던 삼성전기”라며 “삼성전기, 무라타, 타이요 유덴, TDK 등 선두권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3분기에 호실적을 낸 것과 달리 야교의 3분기 수익성이 하락 반전하고 10월 매출이 급감한 것은 선두그룹과 후발그룹의 차별화 사이클이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만 야교의 경우 중화권 고객 비중이 79%에 달하는데 최근의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중국 수요 둔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유통 판매 비중이 63%로 높아 가격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다”면서 “반면, 선두권 업체들은 전장용, 산업용 통신장비용 수요 강세가 유지되고 있고 범용품이 아닌 고부가품 위주로 생산라인을 운용하고 있어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 분석했다.

주요 MLCC 업체의 영업이익률 변동 추이. 사진 = 키움증권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MLCC의 장기 호황으로 삼성전기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2020년 2분기 가동을 목적으로 중국 텐진에 전장용 MLCC 공장을 신축 중인데, 현재 전체 MLCC 매출액의 5~6%가 전장용으로, 향후 텐진공장 가동 시에는 전기차와 커넥티드카를 중심으로 전장용 MLCC 매출액의 증가가 예상된다”며 “여기에 데이터센터와 이동통신 기지국을 중심으로 한 산업용 MLCC 매출액도 전체 비중의 15%까지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도 삼성전기의 호실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MLCC는 고용량 IT 제품과 산업용, 전장용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반면 야교는 저용량 IT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며 “야교의 10월 매출 감소는 TV, PC, 스마트폰 업체의 저용량 MLCC 수요 감소에 기인한 것인 반면 삼성전기는 전장용 및 산업용, 고용량의 수요 강세로 4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증가 1.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19년 MLCC 업체의 공급 증가는 고용량 IT 분야보다 전장용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삼성전기의 전장용 매출 비중이 2018년 4분기 7%에서 2019년 16%, 2020년 25%로 증가하며, 고용량 MLCC는 삼성전기와 무라타만 공급이 가능해 경쟁력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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