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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타미플루 북송으로 ‘정중동’식 北돕기 시동

인도적 지원 재개된 격…“관심은 부담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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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6호 이동근 기자⁄ 2019.02.11 10:15:37

로슈 ‘타미플루’.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동근 기자) ‘타미플루 북송’이 재개되면서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됐던 대북 의약품 지원이 다시 가능해 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이와 함께 과거 북한에 인도적 차원에서 의약품을 지원해온 기업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해당 제약사들은 너무 주목을 받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CNB가 제약업계 표정을 들여다봤다.

정부가 최근 “북한에 타미플루를 보낼 것”이라고 밝히면서 의약품을 매개로 한 남북교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몇 년 만에 이뤄지는 정부 차원의 의약품 직접 지원이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첫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지원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1997~2007년 UNICEF, WHO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보건의료 지원·교류를 진행했지만,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천안함 피격사건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고, 대북 제재가 이뤄지면서 직접적인 대북 지원은 중단된 바 있다.

인도적 차원의 의약품 지원도 2015년 12월 백신 지원이 마지막이었고, 국제기구를 통한 의료 지원 역시 2016년부터는 끊긴 상태다.

민간 차원의 의약품 지원도 그동안 사실상 멈췄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에 따르면 2004년부터 북한에 지원한 의약품은 2015년까지 총 116억 원 상당이다. 그런데 2010년까지 활발하게 이뤄진 대북의약품 지원은 2011년~2017년에는 거의 중단됐다.

모든 의약품 지원이 KPBMA를 통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에서 요구하는 의약품의 종류가 다양한 경우 KPBMA에서 회원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민간 차원의 의약품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2015년의 경우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비롯한 방북단이 북한을 방문하는 행사가 있어 3억1137만원 어치 지원이 이뤄졌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다.

남북 분위기가 해빙 분위기에 들어서면서 북한에 대한 의약품 지원은 일단 재개되는 분위기다.

정확한 규모 및 세부명세는 확인이 어렵지만,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인도지원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신고는 54건이 수리됐고 결핵약과 분유, 밀가루 등 14건의 대북 물자 반출이 있었다. 대북지원 물품의 총금액은 47억4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총 6개 단체가 대북 인도지원에 참여했는데 한 단체는 상·하반기 9차례에 걸쳐 결핵약과 의약소모품 34억3400만원어치를 실어 냈다. 나머지 단체들은 지난 8월 이후 영양제·의약품 등(3억500만원)을 북한에 지원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항생제나 해열진통제 등은 생산 공장을 통해 자급할 수 있으며,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만성질환 치료제나 항암제 등이다. 또 제약공장이 낙후돼 제약공장의 현대화를 통한 현지 생산화, 아울러 의약품 품질개선에 대한 의지가 강해 남북 합작공장 건립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만 아직은 대북 의약품 지원이 조심스럽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 단체는 2018년에는 KPBMA를 통해 약 20종의 의약품이 북한에 보냈는데,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원 내용이 공개되는 것이 추후 의약품 지원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 의약품을 지원한 한 제약업체의 관계자는 “업체들 입장에서 의약품 대북지원은 이야기하기 어려운 소재다. 단순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널리 알리는 것이 좋겠지만, 구체적인 지원 내용이 알려지는 것은 자칫 논란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북지원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는 게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제약사들의 대북 지원은 더욱 활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곳이 한미약품과 동아ST, 유한양행 등이다.

 

2012년 한미약품이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와 함께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진행한 북한 수해지역 지원용 물자 북송식. 당시 한미약품은 13억원 규모의 의약품을 지원했다. 사진제공 = 한미약품

한미약품은 1997년부터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와 함께 북녘 어린이를 위한 의약품 지원사업을 진행해 왔다.

2010년 10월에는 개성 수해 지역을 직접 방문해 영양수액제, 해열진통제 등 13억원 규모의 의약품을 전달했고, KPBMA의 대북 지원 실적이 없었던 2012년에도 평양 만경대어린이병원에서 사용할 항생제 아목클란정, 진통소염제 트라스펜정 등 3000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후원한 바 있다.

한미·동아·유한 등 대북지원 적극적

이 밖에 2015년 12월에는 비타민, 종합감기약 등 10억원의 의약품을 만경대어린이병원에 보냈으며, 2018년에도 상당수의 의약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금액은 100억원에 달한다.

북한 내에서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결핵 치료제 지원도 활발하다. WHO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다제내성결핵 환자가 매년 8000명 이상 새로 발생하고 있다.

동아ST는 지난해 말 대북 의료지원단체 유진벨재단과 후원 계약을 통해 항결핵치료제 크로세린을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초도물량은 30만 캡슐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원 상당이다. 유한양행도 올해 유진벨재단에 다제내성결핵 치료제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제약업계의 대북 지원이 활발한 이유는 시장 확대에 대한 실리적 기대나 인도적 차원에서의 고려도 있지만, 1세대 업계 CEO들이 북한과 인연이 있거나 한국전쟁을 전후해 월남하면서 죽음과 질병을 절박하게 맞닥뜨린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북 지원사업에 가장 활발한 것으로 알려진 유한양행은 창립자인 고 유일한 박사가 평양 출신이며, 설립 초 중국과 북한 등지에 사업체를 두고 성장했지만,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북쪽의 자산을 모두 상실한 바 있다.

GC녹십자는 북한 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업이다. 1967년 제약사를 설립한 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은 ‘1세대 개성상인’으로 불리는 고 허채경 회장의 차남이다. 허채경 회장은 개성상인 집안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월남한 이후 서울에서 석회석 사업을 시작해 한일시멘트를 창립했고, 이 회사로부터 녹십자가 탄생했다.

한독약품의 창업주 고 김신권 회장도 평안북도 신의주 출신이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을 와서 연합약품(한독의 전신)을 설립했다. 일성신약을 세운 윤병강 명예회장은 평안남도 순천 출신의 기업인이다.

수입의약품 논란 2% 아쉬워

한편 통일부는 조만간 타미플루의 북한 전달을 재시도할 계획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월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물자 수송 및 인도·인수에 필요한 사항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적기에 북한에 전달되도록 지금 마무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일정이 확정되면 알리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통일부·보건복지부 실무인원 10명 내외가 개성까지 육로로 물자를 인도해 인수하게 할 예정으로, 타미플루 20만명분과 신속진단키트 5만개를 북측에 전달할 계획이었다.

다만 이번 타미플루 전달은 국내 제약업계에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표면적으로는 북한이 ‘타미플루’ 라는 제품명을 콕 찍어서 지원을 요청했다지만, 타미플루의 특허가 끝나 국내에서도 품질 좋은 다양한 제네릭 제품들이 생산되는 상황에서 굳이 비싼 수입 제품인 오리지널 ‘타미플루’를 공급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왕이면 남과 북 양쪽의 실리와 체면을 세우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살얼음판 같은 시기를 거쳐 어렵게 재개된 남북교류다. 특히 의약품 지원이 큰 기대를 갖게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조금 더 신중한 입장을 갖고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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