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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 쇼크’ 앞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위기돌파 해법은?

차량용‧서버용 반도체 확대 ‘호재’… "초격차 전략으로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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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3호 정의식⁄ 2019.04.03 12:01:5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옥 입구. 사진 = 연합뉴스

반도체 시장의 수익성 악화로 인해 국내 반도체 2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어닝 쇼크’가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60% 이상 급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위기 국면이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과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문가들의 예측처럼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충분한 해법을 갖고 있을까?

‘반도체 2강’ 1분기 성적, 예상보다 더 낮다

지난 3월 26일 삼성전자가 이례적인 자율공시를 발표했다. 4월 5일로 예정된 1분기 실적 잠정치 발표를 앞두고 이날 공개된 ‘2019년 1분기 예상실적 설명자료’의 골자는 “당초 예상보다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사업 환경이 약세를 보여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삼성전자가 실적 잠정치 발표에 앞서 자율공시를 내고 상황을 설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증권가는 긴장했다. 이는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전망치가 삼성전자의 자체 집계보다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함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이날 기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컨센서스, 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53조 6470억 원에 영업이익 7조 9810억 원 수준이었으나, 자율공시가 공개된 후 주요 증권사들은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삼성전자가 3월 26일 발표한 자율공시. 사진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일 기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7조 3245억 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53.17%, 3개월 전 예상실적 대비로는 38.38% 줄어든 수치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6조 원대의 예상치를 내놓은 결과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별도의 공시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어닝 쇼크’를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조 6814억 원이다. 직전 분기인 2018년 4분기 영업이익(4조 4300억 원)보다 무려 62.1%나 줄어들고, 2018년 1분기 영업이익(4조 3673억 원)과 비교하면 38.5%에 불과한 규모다.

메모리 가격 하락 직격탄… 2분기 연속 어닝 쇼크

반도체 2강의 어닝 쇼크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에 나란히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지만, 4분기 들어서는 실적이 급하강해 어닝 쇼크를 겪어야 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17조 57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지만, 4분기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무려 38.53%나 줄어든 10조 8000억 원이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3분기에 역대 최대 기록인 6조 47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약 32% 감소한 4조 4300억 원이었다.

두 회사가 2분기 연속 어닝 쇼크를 맞게 된 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실적 감소세 때문이다. 그 원인은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째 이어진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의 하락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제품의 가격은 3월 28일 기준 평균 4.56달러로 한달 전보다 약 11.1% 내렸다. 이는 지난 1월 17.2%와 지난달 14.5% 내린 데 이어 석달 연속 두자릿수 하락률을 이어간 것으로, 지난 2016년 12월(4.19달러)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지난해 9월 최고치인 8.19달러를 기록한 이래 하락세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SSD 등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제품 가격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28Gb MLC 가격이 지난달 말의 4.22달러보다 2.61% 떨어진 4.1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5.78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 금액(전년 동기 대비). 3월에 역성장폭이 완화됐다. 자료 = 하나금융투자

디램익스체인지는 “D램 과잉공급 현상이 계속되서 당장 가격 급락세가 중단될 조짐이 안 보인다”면서 “낸드의 경우도 일본 업체들이 재고 정리를 위해 가격을 내리는 가운데 다음달에도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가격의 하락세가 근시일 내에 멈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증권분석가들은 메모리 가격 하락세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하반기부터는 상승세로 반전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경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반도체 수출금액이 90.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6%를 기록했지만, 2월의 –24.8%와 비교하면 역성장 폭이 완화됐다”며 그 이유로 “수출 물량이 3월에 증가세로 반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월 반도체 수출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 전월과 비교하면 33.0%”라며 “6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2분기부터 출하 증가, 재고 감소, 반도체 가격 하락 폭 축소 등 업황 바닥 시그널이 기대된다”며 “스마트폰과 PC의 계절적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연말 연초 수요가 급감하여 베이스가 낮은 상태에서 출발하는 올해는 수요 계절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미-중 분쟁 등이 잘 해소된다면, 전방 업체들의 수요 전망치 상향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막대한 R&D 투자로 ‘초격차’ 벌린다

이런 예측이 나오는 건 시장상황과는 별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여전히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 간 거둔 사상최고 실적에 기반한 막대한 연구비용과 이를 활용한 선제적 기술 투자 덕분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지출한 R&D 관련 비용(연결 기준)은 총 18조 6600억 원으로,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전년(16조 8100억 원)보다 무려 11.0%나 증가했다. 10년 전인 2009년(7조 5600억 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에 달하며, 총 매출(243조 7700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65%로 2003년(8.10%) 이후 최고치다.

막대한 R&D 비용 투자 결과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의 차세대 스마트폰용 256GB급 저장매체 UFS 양산, 세계 최초의 차세대 10나노급 8Gb DDR4 D램 양산, 세계 최고 속도의 5세대 V낸드 기반 PC SSD 양산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외에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2055건, 미국에서 6062건의 특허를 각각 획득했다.

3월 20일 열린 ‘삼성전자 제 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은 '초격차 전략'을 강조했다. 사진 =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총 2조 8950억 원을 R&D 비용으로 지출했다. 2017년의 2조 4870억 원보다 16.4%나 늘어났으며, 3년 연속 2조 원대 R&D 지출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다만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는 과정에서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R&D 비용의 비중은 7.2%로, 전년(8.3%)보다 조금 낮아졌다.

SK하이닉스는 사업보고서에서 “메모리연구소, 제품개발연구소, 낸드솔루션&미래기술 연구소 등에서 R&D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현재 반도체와 관련해 모두 1만 2786건(특허 1만 2588건·상표 198건)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량·서버용 반도체 수요, 계속 커진다

차량용 반도체, 서버용 반도체 등 지속적으로 새로운 반도체 수요가 커지는 것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유리한 환경 요인으로 지목된다.

우선 차량용 반도체는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분야다.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등 첨단 자동차 부품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것.

글로벌 반도체 수급동향 조사기관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의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매출은 총 539억 달러(61조 2000억 원)로, 전년보다 18.6%나 증가했다. 전체 반도체 시장 매출 증가율(13.7%)보다 훨씬 높은 성장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전용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를 출시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독일 아우디에 ‘엑시노스 오토 V9’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 부품플랫폼사업팀을 중심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용 V시리즈를 비롯해 ADAS용 A시리즈, 텔레매틱스 시스템용 T시리즈 등 맞춤형 자동차용 프로세서를 지속 출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016년 ‘오토모티브 전략팀’을 구성해 메모리 기반의 ADAS, 인포테인먼트 시장에 도전했다. 최근 이 회사는 LPDDR(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 등 D램 제품과 eMMC(내장형 멀티미디어카드) 등 낸드플래시 제품을 잇따라 자동차용으로 출시했다.

두 번째로 주목받는 분야는 서버용 반도체다. 앞서 2016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인공지능(AI) 기술에 집중투자하면서 대대적인 데이터센터 구축 작업이 이어졌고, 이는 반도체 슈퍼싸이클의 견인차로 작동했다. 하지만 2018년 후반 들어 이들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줄어들며 반도체 경기도 하강세를 보였다. 그러다 최근 구글과 엔비디아 등이 데이터센터 사업 강화에 나서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다시 서버용 D램과 SSD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1일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기술 컨퍼런스에서 AI서버와 그래픽카드를 위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HMBM2E 규격 D램’을 공개했다. 이전 제품보다 최대 용량을 2배 가까이 늘리고, 데이터 전송 속도도 2배 빠르게 만든 제품이다.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ZNS SSD. 사진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지난 3월 25일 미국에서 열린 ‘2019 OCP 글로벌 서밋’에서 차세대 기업용 SSD 표준 ‘ZNS SSD 솔루션’을 최초 시연했다. 기존 SSD가 사진, 영상, 음악 등의 데이터를 구별없이 동시에 저장하던 것과 달리 용도와 사용 빈도가 다른 데이터를 SSD 내 각각 다른 공간에 저장할 수 있게 해 효율성을 높인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 사회에서 반도체는 석유에 버금가는 필수재로 계속 새로운 수요처가 나타나고 있다. 업황에 등락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반도체 산업 자체가 사양길로 접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관건은 ‘반도체 코리아’의 기술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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