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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편한 ‘인싸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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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2호 이동근⁄ 2019.09.21 09:06:33

‘인싸’ 마케팅 하면 떠오르는 서비스 중 하나인 ‘틱톡’의 샘플 이미지들. 한 때 초등학생들이 ‘인싸’가 되는 코스로 이 서비스의 이용 여부가 꼽히기도 했다. 출처 = 틱톡 홈페이지.


# 모 대형쇼핑몰의 보도자료에서 한 상품을 소개하면서 ‘최근 20·30세대 ‘인싸템’으로 떠오르는 보이차, 히비스커스 차’라고 표현한다.

# 모 지자체의 시장은 올해 초 간부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행사에서 “교육지원정책과 관련해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다보니 ‘인싸’, ‘아싸’라는 유행어를 배우게됐다”며 “현장 중심의 시민 행정을 펼침에 있어 ‘인싸’ 기왕이면 ‘핵인싸’가 돼보자”고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인싸’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아웃사이더(outsider)를 줄여서 ‘아싸’라고 부르다가 반대의 개념으로 ‘인사이더’(insider) 줄임말로 인싸라고 부르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NS에서 ‘인싸’, ‘인싸템’이라고 검색하면 해시태그로 연결된 수많은 게시물들이 뜬다.

그리고 이를 언제부터인가 마케팅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소위 ‘인싸 마케팅’, 혹은 ‘인싸템’이다. ‘사람들 사이에 끼려면 우리 물건을 구입, 또는 사용해 달라’는 의미를 담은 상술이다.

어느 술자리에서 한 회사의 홍보 담당자와 이야기 하다가 ‘인싸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당시 그의 대답은 “그게 잘 먹히니까”였다. 사실 물건을 팔기 위해 “이게 유행입니다”라고 포장하는 것 만큼 효과적인 마케팅도 드물다.

하지만 이 마케팅은 사실 조금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사실 ‘아싸’의 다른 표현은 사람들 사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이를 뜻한다. 말하자면 집단괴롭힘의 대상을 뜻하는 ‘왕따’다.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인싸가 있다면 당연히 아싸가 있다.

외향적인 사람을 인싸, 내향적인 사람을 아싸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척하는 의미인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인싸는 영미권의 ‘normie’(normal people), 일본의 ‘리얼충’(소위 ‘오타쿠’들 사이에서 사회적인 이들을 가르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과 같은 용례에 사용된다. 즉, 인싸는 정상인, 아싸는 이들 사이에 어울리지 못하는 이들을 뜻한다.

즉 필연적으로 인싸는 아싸를 만들고, 소통하는 무리의 테두리 안과 밖을 구분하게 만든다. 실제로 한 학생복 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인싸’ 문화의 단점으로 ‘인싸 문화를 체험하지 못하거나 인싸템을 구매하지 못한 사람에 대한 차별’이 27.1%를 차지하기도 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며 짧은 동영상 SNS인 ‘틱톡’이 ‘인싸’ 초등학생을 양산했을 때 인싸가 되기 위해 성인들이 출 법한 춤을 춘다던가 하는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아싸’가 안 되기 위해 반에서 유행하는 게임을 한다는 초등학생 아이를 말리기 어렵다는 부모들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과잉 해석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원래 ‘인싸’라는 단어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커뮤니티 외부인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거나, 억지로 유행에 민감한 척 하는 이들을 조롱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아무리 지금은 그 뜻이 변질돼 사용됐다고 해도 부정적인 의미였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오’”라는 나레이션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동양증권의 광고 한 장면. 지금이라면 그야말로 ‘아싸’가 되기 딱 좋은 컨셉이다. 


인싸 마케팅에 대척점에 선 마케팅이 한 시대를 풍미한 적이 있었다. 동원증권의 2001년 광고 ‘Yes도, No도 소신 있게’ 편이다. 베우 유오성이 나오고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좋다”는 나래이션이 흐르는 이 광고는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 광고가 소개된 유튜브 페이지에 붙은 한 댓글은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서는 왕따 당하기 쉽지’였다. 모두가 ‘네’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기 힘들어진 오늘날의 사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게 다가온다.

어느 날, 다른 회사의 홍보 담당자와 다시 ‘인싸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반응은 “당연히 잘못됐다”였다. ‘인싸 마케팅’에 대한 문제점을 모두가 모르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마케팅이 100% 완전히 도덕적일 필요는 없다. 어디든 소속돼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그게 따르는 부작용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을 ‘인싸’ 또는 ‘아싸’로 낙인찍는다는 사실을 외면하면 안 될 것이다.

 

영화 ‘인사이더’의 한 장면. 담배 회사의 내부 고발자에 대한 영화인데, 결국 거대 조직과 돈의 힘에 밀려 내부고발이 되지 못하는 자본주의의 씁쓸한 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실 인사이더라는 말은 영단어로 ‘내부자’로 내부 고발자를 뜻하기도 한다. 실제로 1999년 담배 회사의 내부 문제를 고발하는 ‘인사이더’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인사이더의 마지막은 담배 회사의 문제점을 고발했으나 방송사가 소송에 휘말릴 것을 걱정해 방송에 고발 내용을 내보내지 못하는 것으로 끝난다.

‘인싸 마케팅’이 효과적이라고 여겨지는 지금. 용감하게 ‘아싸 마케팅’을 펼칠 곳은 없을까. 아니다. 소외될 수 있는 이들을 활용하는 따뜻한 광고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아싸 마케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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