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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 계속 항공업계, 복장자유화 등 기업문화 혁신으로 위기 탈출?

노타이-두발자유화-소통광장 등으로 안간힘 쓴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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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3호 윤지원⁄ 2019.10.07 08:45:12

김포공항 계류장의 각 항공사 항공기들. (사진 = 연합뉴스)

항공업계, 바닥 없는 부진의 늪

항공업계가 2분기에 이어 전통적 성수기인 3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대 감소했고, 저가항공사는 제주항공이 약 25%, 티웨이항공은 약 69% 감소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국제 경기 둔화, 항공사들 간의 치열한 경쟁, 한일관계 경색으로 급감한 일본여행 수요, 외국 항공사의 공세 심화, 환율 상승 등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국내 항공업계는 중·일 노선 대신 동남아 및 장거리로 노선을 다변화하고,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권유하는 등 다양한 불황 타개책을 찾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16일 최종구 대표이사가 사내 게시판에서 담화문을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새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몸값 높이기를 위해 무급휴직을 시행 중이다. 제주항공은 국내선 운임을 인상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수익구조의 재편보다 좀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의 수익성 하락은 비용 절감 및 구조조정으로도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지만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기업문화, 조직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승무원들이 오너 일가의 일탈 행위 등 내부의 여러 가지 문제를 폭로하고 개선을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집회를 열어온 데에도 충분한 리액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객실승무원들이 지난해 5월 서울 광화문에서 한진그룹 총수일가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 얼굴을 가리기 위해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발언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보수적인 업계 특성에 황제 경영 더해져

항공업은 운송업인 동시에 서비스산업으로 객실승무원들의 단정한 외모와 미소로 대변되는 친근한 이미지가 있지만, 기업문화는 비교적 경직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업계는 안전과 정시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특수성이 있어서다. 그리고 이는 비행기가 한번에 수백 명을 태우고 수십 시간을 이동하며 사고는 목숨과 직결된다는 문제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들 때문에 정부의 통제 및 보호를 많이 받는다는 특수성도 있다. 반면, 제조업이나 다른 서비스업과 달리 창의성이 딱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산업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항공업은 재벌 그룹의 오너 일가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내 경제의 특수성까지 더해져 더욱 보수적인 문화가 고착된 것으로 분석된다. 오너 경영은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기업의 성장을 촉진시키기도 했지만, 오너 눈치보기나 밥그릇 지키기 같은 폐해도 낳는다.

바쁜 기내 서비스 도중 생기는 승무원의 작은 실수도 그룹 회장이 이를 지적하는 순간 강등 및 감봉이라는 중징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오너 일가의 분노가 승객 생명 보호를 위한 안전 규정 준수보다 우선시 되는 모순을 낳아 ‘땅콩 회항’ 같은 갑질 문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심지어 당시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증명하듯, 기존의 항공사 조직에서는 이러한 폐해를 내부적으로 자정하는 시스템이 오너의 일탈과 관련해서는 올바로 작동하지 못하고, 약자의 부당한 피해를 구제하는 시스템 역시 망가졌다는 지적도 일어난다.

KCGI, 소위 ‘강성부 펀드’가 한진칼의 지분을 사들이며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견제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도 이처럼 항공업계의 비뚤어진 기업문화로 인해 막대한 비용이 불필요하게 발생해 주주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주항공의 JJ 펀 서비스 팀. (사진 = 제주항공)


서비스 차별화에서 조직문화 변화로

그런 가운데 국내 항공업은 지난해까지 최근 수년간 항공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LCC의 빠른 성장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경쟁은 차별화의 필요성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국내 항공업계는 변화와 함께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수평적·창의적 기업문화를 조성한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수년간 지속된 항공업계 갑질 논란과 감정노동자인 객실승무원의 처우 논란 등에 대한 관심의 확대,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트렌드도 이러한 변화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기업문화의 변화는 저가항공이 먼저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대형항공의 틈새에서 차별화의 필요성이 뚜렷하고, 비교적 몸집이 작아 운신의 폭이 넓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저가항공은 무료 식음료 제공이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등 기내 서비스가 많지 않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비용이 덜 들고도 ‘재미있는’ 여정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도입했다. 재미있는 비행이라는 기조는 미국 저가항공의 대명사로 40년 이상 흑자경영을 이어온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성공 비결로도 유명하다.

제주항공은 2008년부터 객실승무원들이 차별화된 서비스 아이디어를 직접 내고, 기획해서 진행하는 ‘JJ 펀(Fun) 서비스 팀’을 운영해오고 있다. 제주도 방언으로 진행하는 기내 방송이 대표적이며, 승객들이 다 같이 참여하는 단체 가위바위보 게임 등 간단한 레크레이션은 제주항공이 먼저 시작한 후 머지않아 국내 모든 저가항공사로 퍼져갔다.

재미있는 서비스를 반긴 것은 승객만이 아니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JJ 펀 서비스 팀은 승무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 참여하는 승무원이 점점 늘어나 지금은 10개 팀 이상, 350명 이상의 승무원이 참여하는 객실 서비스 아이디어 창구로 거듭났다. 경직된 업무 환경에서 감정노동을 하던 승무원은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을 통해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항공사 입장에서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수단이 된 것이다.

사내 온라인 게시판을 비롯해 홈페이지 외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경영진과 임직원, 소비자 간 소통이 활발해지고, 동시에 ‘블라인드’와 같은 익명 게시판에서 터져나오는 내부 불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승무원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에 사내 고충 처리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고, 이러한 소통은 승무원들의 처우 개선은 물론 근무환경의 유연화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헤어스타일, 손톱, 화장은 물론 출퇴근 시 차림새까지 통제하는 철저한 기준으로 악명 높던 항공사 승무원 복장 규정도 해마다 달라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4월부터 승무원이 안경을 착용하고 손톱을 어느 정도 꾸밀 수 있게 허용하고 있고,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5월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파마와 염색은 물론 올림머리, 포니테일, 양갈래 땋은 머리 등이 모두 가능한 두발자율화를 시행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헤어스타일 자율화를 시행한 지난해 5월 8일 크루 미팅 현장의 풍경. (사진 = 티웨이항공)


대한항공도 변하고 있다…핵심은 '소통'

장시간 서서 근무하는 승무원의 하체를 압박하는 청바지 복장이 논란이 됐던 진에어는 올해 하반기부터 치마 유니폼을 추가 적용하기로 했다. 보수적인 복장과 엄격한 규율을 중시해 온 양대 대형항공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올라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월부터 승무원의 복장과 두발 규정을 완화했고, 공항으로의 출퇴근시 모자 착용 의무 규정을 폐지했다. 또 지난해 10월부터는 일반직 임직원의 복장을 비즈니스 캐주얼에서 자율복장으로 개편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정장과 타이 차림을 유지해왔으나 지난 4월 오너 3세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취임한 이후 ‘연중 노타이’ 근무를 실시했고, 지난달 1일부터는 제복을 착용해야 하는 직원을 제외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율복장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복장 자율화는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덜고 일상적인 편안함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으며,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완화시키고 이를 통해 창의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날씨는 물론 개인의 체질과 취향에 맞춰 옷을 입을 수 있게 되면 업무 공간의 냉·난방에 쓰이는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지난 2008년 하계 시즌 노타이 제도를 시행할 때는 넥타이를 풀면 체감온도가 2℃ 내려간다는 점에 착안해 에너지 절감 효과에 대한 기대가 더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 9월 1일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율복장제도를 시작했다. 평소 엄숙하고 경직된 대한항공이 아닌, IT 스타트업 기업과도 같은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사진 = 대한항공)


업계 관계자는 또 대한항공의 승무원 복장에도 규정 완화가 곧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40대 젊은 총수의 유연함이 그러한 변화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며, “승무원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엄숙하고 경직된 문화를 가진 조직에서 유연하고 활발한 조직으로 탈바꿈해나가고 있으며, 그 바탕은 ‘소통’이라고 밝혔다. 소통은 현재 대한항공의 화두이며, 이는 경영층의 강력한 의지이기도 하다는 것. 조원태 회장은 취임 당시 “현장 중심 경영, 소통 경영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며 소통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대한항공이 2015년 만든 ‘소통광장’은 소재와 형식을 불문하고 임직원의 각종 제언이나 요청사항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특히 익명성이 철저하게 보장되는 게시판으로, 대한항공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다.

‘소통광장’은 현재 다양한 궁금증, 제도 변경 요구, 불만사항 등이 수시로 등재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가 적극적인 안내와 상세한 설명을 해 나간다. 이를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직원과 회사가 서로를 이해해나가는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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