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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공정거래 자율준수)가 매출 발목? 그런 시대는 갔다”

동아ST CP 운영팀 박재욱 부장 인터뷰 … “의미 갈수록 확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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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3호 이동근⁄ 2019.10.06 13:25:36

포털에 제약업 관련 검색어를 치면 거의 대부분 연관검색어로 ‘리베이트’가 뜬다. 과연 제약업종만 유난히 비리가 많고, 위법 행위가 많은 것일까. ‘규제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두드러져 보이는 면이 있지만 ‘주홍 글씨’나 ‘낙인’처럼 작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 전부터 제약업계가 강조하고 나선 것이 있다. 바로 CP(compliance program: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이다. 이에 CNB저널이 제약업계의 CP 적용 현황을 살피기 위해 국내 제약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CP를 도입,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아ST의 CP 운영팀 박재욱 부장을 만나 동아쏘시오 그룹 계열, 더 나아가 제약업계 전반의 CP 적용 현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동아ST의 CP 운영팀 박재욱 부장. 촬영 = 동아쏘시오홀딩스 홍보팀

 

“CP? 지금은 포괄적 개념으로 봐야”

현재 제약업계에서 CP를 적용하지 않은 업체는 거의 없다. 리베이트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뒤 앞 다투어 도입한 덕분이다. 그러나 CP를 어떻게, 어떤 수준으로 도입했는지는 천지차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P의 정의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으로 거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박재욱 부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CP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사실 CP라는 용어부터 잘못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CP라는 용어를 끌어오면서 컴플라이언스를 어떻게 기업에 반영할까 하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를 도입했지만, 실제로 다국적 제약사는 거의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management’(‘경영’으로 번역 가능)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같은 차이는 Program이라는 단어가 ‘통제’라는 느낌을 주지만 management는 ‘관리’라는 느낌을 주는데서 크게 나타난다. 즉, 법을 준수하도록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준수하는 경영이 부각되는 것이다.

박 부장은 더 나아가 CP의 개념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좁은 의미에서 CP가 ‘법률’과 업계가 지키겠다고 정한 ‘규약’을 준수하는 것이라면 넓은 의미에서 사규 및 행동 강령, 도덕적 가치, 사회적 책임까지 모두 포함해 ‘윤리경영’, 더 나아가 ‘정도경영’으로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ST의 CP 운영팀 박재욱 부장. 촬영 = 동아쏘시오홀딩스 홍보팀


좁은 의미의 CP ‘준법경영’, 사실 이상한 것

이같은 CP의 개념의 확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이유는 국내에서 CP가 도입되는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법률과 규약을 지키는 좁은 의미의 CP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일 뿐, 별도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것 자체는 이상하다.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꾸로 해석하면 CP 도입 전에는 법을 잘 지키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리베이트라는 측면에서는 더욱 그랬다.

박 부장에 따르면 실제로 CP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도다. 이는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가 강하게 이뤄지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리베이트 규제는 2006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를 개시하는 것에서 시작해 2009년 보건복지부의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한 약가인하, 2010년 ‘리베이트 쌍벌죄’(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를 처벌하는 개념), 2011년 정부 합동 리베이트 전담수사반 출범, 2014년 소위 ‘리베이트 투아웃제’라고 불리는 리베이트 약제에 대한 급여정지 및 퇴출제도 시행까지 쭈욱 이어졌다.

물론 CP가 실제로 적용된 것은 한국제약협회(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나서 ‘공정거래규약’을 만들어 공정위의 승인을 받고나서부터였다. 그러나 실제로 리베이트에 대한 정부 규제가 크게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리베이트 투아웃제’ 부터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쌍벌죄는 받는 쪽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등 그 효과가 미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규제의 실효성을 제약업계가 체감하기 시작한 것은 리베이트 적발시 아예 건강보험 적용 약가 목록에서 삭제되는 수준에 이르는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이후였다.

박재욱 부장은 “(쌍벌죄 시행 이후) 4년 동안 전문가(의사)가 처벌받은 경우는 드물었다. 대신 제약업계는 이 기간 연간 10~15% 성장했다. 제약업계 모두가 정상적인 영업을 안했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대부분 (리베이트 영업을)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동아쏘시오 계열은 CP의 개념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2014년 7월 CP 담당자나 전담팀 수준에 머물렀던 관련 기구를 2014년 7월 CP 관리실로 승격했다. 동아쏘시오 뿐 아니라 한미약품 등 대부분의 상위사들도 이 당시에 CP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즉 2014년 7월 이전까지가 좁은 의미의 CP가 운영되던 시기였다.

2017년 대전환이 이뤄지기 전까지 CP가 적극적으로 도입되지 않았던 이유는 경제적인 면이 크게 작용했다. 리베이트 없는 공정거래 방식으로는 품질 경쟁력이 떨어지는 복제약(제네릭)을 주로 생산했던 국내 제약사들이 힘을 키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박 부장은 “(2017년 전) 당시 제약사들끼리 경쟁하다 보니 CP의 개념은 ‘지킬 수 있을 정도만 지킬 께, 자율준수는 지킬 수 있을 때 까지만 이라는 정도였다”며 “특히 영업현장의 반발이 컷다”고 회고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옥. 촬영 = 이동근 기자


글로벌 기준에도 CP는 필수

CP개념이 확대된데는 외부적 요인도 작용했다. 특히 수출을 위한 글로벌 기준에 CP는 필수적이다.

수출이나 다국적사와의 협업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 가는 국제표준화기구의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인증에 있어서도 CP가 요구되고 있으며, 해외부패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FCPA)에서도 CP는 필수조건이다.

박 부장은 “법 제도는 후행적이다. 하지만 국내사들이 다국적사의 약물을 취급할 공동판매 할 때도 글로벌 법을 준수하는 것을 의무사항으로 걸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은 환경이 있으니 단계별로 지켜달라고 하던 다국적사들이 지금은 유럽, 미국과 똑같은 수준으로 지켜달라고 한다”고 털어 놓았다.

정부의 압박 수준이 강해진다는 점도 작용했다. 과거에는 리베이트가 이뤄진 원인을 조직의 말단 수준인 담당자에게서 찾았지만 지금은 대표이사, 경영진이 책임지라고 한다는 것이다.

박 부장은 “과거에는 리베이트를 조사할 때 담당자나 리베이트 대상을 조사했지만 지금은 회사 시스템적으로 무언가가 만들어져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포렌식(Forensic, 범죄수단을 입증하기 위한 과학적 수단이나 기술 등)을 통해 리베이트 가능한 시스템이 언제부터였냐까지 살펴 5년 전, 10년 전까지 살핀다”고 밝혔다.

CP의 가장 큰 장애물? 매출 하락 우려

이 같은 요인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 내에서 확장된 의미의 CP를 도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적극적인 준법 경영이 매출하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박재욱 부장은 “(다른 회사에서 상담을 받으러 오면) 실제로 그런 질문 나온다. 하지만 그건 뭔가 잘못된 거다. CP 하면 매출이 줄어든다는 거는 매출의 성과가 준법 범위 밖에서 나왔다는 거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매출 하락에 대한 우려는 동아쏘시오 측도 마찬가지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2014년도 오너의 의지가 있었다. 매출이 줄어도 가겠다고 하는. CP관리실 생긴 것도 최고경영진 생각이었고, 쭉쭉 간 거다. 임원회의에서는 책임지고 (예전 방식대로) 가겠다는 이야기 까지 나왔다”고 털어 놓았다.

손해 보는 일도 많았다. 밖에서는 “동아는 CP 잘지키니까 동아 것(영업망) 빼앗자”는 이야기 까지 나왔다. 결국 동아쏘시오는 장기간 매출 하락을 겪었다.

다른 회사에서 CP를 도입할 때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박 부장은 ‘개인의견’임을 전제하면서 ‘내부고발’을 꼽았다. 준법경영을 하게 되면 내부고발이 꼭 따라온다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내부고발을 하면 ‘배신자’였지만 지금은 CP의 중요조건이라는 설명이다. 내부고발을 예상했으면 CP를 더 잘 만들었을텐데, 잘 못 만들어지면 탈이 난다는 것이다.

 

동아ST의 CP 운영팀 박재욱 부장. 촬영 = 동아쏘시오홀딩스 홍보팀


중요 3사 뿐 아니라 계열사까지 CP 적용

결국 이 같은 어려움을 겪은 지금의 동아쏘시오는 상당한 수준의 CP체계를 보유하게 됐다. 특히 올해부터 동아쏘시오 계열의 중요 3사(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ST, 동아제약)뿐 아니라 전 계열사까지 확대됐다는 점을 박 부장은 강조했다.

각사에서 올라오는 CP관련 보고는 구체적이고, 상당한 양이었다. 실제로 그가 공개한 CP관련 홈페이지에는 상당수의 보고서가 올라와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지출에 대한 판촉물에 대한 보고서는 제주맛집 책자에 한페이지 들어가는데 들어가는 비용까지 상세하게 올라와 있었다. 각 나라별 부패방지보고서는 아시아의 경우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유럽은 크로아티아의 내용까지 올라와 있었다. 박 부장에 따르면 나라별 보고서는 48개국 것이 올라와 있고 했다.

이 사이트에 공개된 가이드라인은 약 30여개에 달했는데, 예를 들어 판촉물 관련 가이드라이은 버전이 9.1대까지 나왔다. 큰 폭의 개선이 9번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이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는 것은 모두 CP위반이 된다고 한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 내용들이 외부에까지 모두 공개된다는 점이었다. 지출보고 시스템은 도매업계나 관계사 모두 볼 수 있게 돼 있다. 가이드라인 같은 것은 다른 회사에도 공개한다. 아예 제약바이오협회에서 가이드라인 판권을 구입해 책을 제작, 외부에 나눠주기도 한다.

박 부장은 “우리가 제일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CP 관련 노하우를 타사들과) 공유해야 한다”며 “지금은 제약바이오협회에 각사 관계자들이 모이면 사례를 공유한다. 지금은 도덕적인 것은 나눠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외부 변호사의 조언을 통해 제작한 헬프라인, 사이버감사실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제 CP가 매출 악영향 주는 시대 끝났다”

그렇다면 CP가 회사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일까. 박 부장은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리스크 관리다. 특히 내부고발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과거에는 내부고발하면 보호를 안해줬다. 그러면 고발인은 검찰이나 경찰을 찾았다. 그런데 지금은 국민권익위원회로 간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권익위에서 지급하는 포상금 중 제약 업종이 가장 많다.

다음으로 이제는 실제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 동아에스티의 경우 CP의 적극적인 도입 이후 실제로 매출이 다소 감소했다. 그러나 지금은 바닥을 찍고 위로 올라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국적사, 국내사들과의 공동판매(Co-Promotion)이 상당한 기여를 했는데, CP의 강력한 준수가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 부장은 “길게 보면 (동아쏘시오 계열사에) CP가 자리잡는데 10년 걸렸다. 사실 내부 직원도 반대했다”면서도 “과거와 달리 이제는 CP를 지키면서도 매출이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터닝포인트다. 모든 제약사가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다”며 이제는 CP가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되는 시대가 왔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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