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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보잉 737맥스, 다시 뜰까?…나라-항공사별 이해관계 복잡

이스타항공·대한항공 "당국만 바라봐야"…국토부 "빨라도 내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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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5호 윤지원⁄ 2019.10.21 11:21:31

이륙하고 있는 보잉 737 MAX 8. (사진 = 보잉 홈페이지)

지난해와 올해 잇따른 추락사고로 전 세계 하늘에서 퇴출된 보잉 737 MAX 8 항공기의 운항 재개 여부에 각국 항공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29일은 라이온에어 소속 B737 MAX 8(이하 맥스8)이 인도네시아 수크라노 하타 국제공항에서 이륙 직후 바다로 추락하며 189명이 목숨을 잃은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불과 5개월 뒤인 지난 3월 10일에는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의 맥스8이 추락했다. 이 항공기 역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을 이륙한 지 6분 만에 추락하며 15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기종 자체 결함에 대한 강력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전 세계 항공 당국은 줄줄이 운항 중단 조치를 결정했다. 이후 6개월 이상 해당 기종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검토가 진행되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지난 4월 유럽, 호주의 항공 당국과 합동 기술 점검 팀을 꾸려 맥스8의 문제점을 검토했다. 그리고 지난달 23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전 세계 약 50개국 항공 규제 당국자들을 모아 놓고 맥스8의 점검 상태에 대해 비공개 브리핑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미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보잉 측이 조종사들의 능력을 과대평가한 상태로 조종석을 설계했으며, 위급 상황에서 울린 수많은 경보에 경험이 부족한 조종사들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FAA는 NTSB의 조사 결과 발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지난 14일, 보잉사의 상용기마케팅 담당 랜디 틴세스 부사장은 우리나라를 방문해 사고와 그로 인해 차질을 빚은 항공사들의 어려움에 대해 사과하고, 맥스8과 관련한 현 상황을 설명했다.
 

(사진 = 연합뉴스TV 보도화면 캡처)


보잉, 한국 찾아 사과…“연내 운항 재개 기대”

틴세스 부사장은 이날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항공시장 전망 간담회에 참석해 “737 맥스 8의 운항이 중단된 상황으로 인해 고객사와 여객들에게 많은 지연과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차질이 빚어짐에 있어 다시 한번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그리고 “맥스8의 운항이 연내(4분기) 재개되기를 기대한다”며 “최종 결정권자는 전 세계 항공 규제 당국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무엇보다 맥스8 기종의 안전한 운항 재개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보잉이 MCAS(조종 특성 향상 시스템)라는 자동 실속(失速) 방지 시스템의 결함을 보완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완료하고 FAA 등 연방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등 운항 재개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틴세스 부사장은 맥스8의 운항 중단으로 인해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은 항공사들을 위한 보상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다만, 그는 특정 항공사에 대한 세부적인 보상책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운항 스케쥴 등) 차질을 완화하는 도움은 여러 가지 형태로 이뤄질 수 있으며 모든 고객사와 개별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26일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국내 첫 보잉 737 맥스 8 항공기 도입식을 가졌다. (사진 = 이스타항공)


손해 불가피했던 국내 항공사

맥스8의 잇단 사고와 전면적인 운항 중단에 국내 항공사들도 적지 않은 손해를 입었으며, 운항 재개가 늦어지는 만큼 손해는 누적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2027년까지 제주항공 56대, 대한항공 30대 등 총 114대의 맥스8을 들여올 예정이었다. 당장 지난 4월부터 올해 말까지 도입이 예정된 맥스8만 해도 대한항공 6대, 이스타항공 4대, 티웨이항공 4대 등 14대였으나 모든 계획이 사고 이후 전면 보류됐다.

특히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먼저 맥스8 2대를 도입한 이스타항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말 도입한 맥스8 2대로 부산~싱가포르 부정기편을 운항하고, 이를 기반으로 싱가포르 노선 정기 운수권을 배부받았다. 저가항공사(LCC)들의 단거리 노선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기존 B737-800 대비 연료효율이 14% 개선되고 항속거리가 6500km로 향상된 맥스8을 활용한 중장거리 전략은 이스타항공의 수익성 제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이스타항공은 연내 기업공개도 예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맥스8 운항금지로 이스타항공은 B737-800을 대체기로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두 대의 맥스8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천공항 주기장에 보관된 채로 리스료, 정비비용, 인건비 등 고정비용과 기회비용 등을 매달 수억 원씩 허비하고 있다.

설상가상 항공기 업황이 전반적으로 침체 되고, 3분기 성수기에 일본여행 불매운동까지 겹치며 이스타항공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이스타항공은 이달부터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포하고 임직원 무급휴직을 시행했다. 업계 일각에는 최근 이스타항공이 매각될 거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또, 틴세스 부사장이 항공사의 손해에 대한 보상을 거론했지만 이스타항공과 보잉은 아직 이와 관련한 논의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애초 보잉과 30대의 맥스8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구매계약을 맺고 지난 5월부터 해당 기종을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라이온에어 추락사고로 인해 “안전이 완전히 확보되기 전까지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며 계획을 보류한 상태다.

또, 내년 3월 말부터 인천~오키나와 노선에 맥스8 기종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또한 국토교통부의 국내 운항 재개 결정이 선행되지 않는 한 확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미국 아메리칸항공의 보잉 737 맥스 8 실내 모습. (사진 = 아메리칸항공)


맥스8, 운항 재개? 아니면 영구 퇴출?

맥스8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미국의 항공사들은 운항 재개 승인을 재촉하는 분위기다.

ABC 등 외신은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이 내년 1월 16일부터 맥스8의 운항 재개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메리칸항공은 FAA의 연내 승인을 전제하고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에게 맥스8 운항 재개 의향을 알리기 위해 미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항공사는 FAA 및 미연방 교통부(DOT)와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는 성명도 발표했다.

아메리칸항공은 미국 내에서 맥스8을 가장 많이 보유한 3대 항공사 중 하나로, 본래 오는 11월을 맥스8 운항 재개 시점으로 계획했으나 FAA 승인이 늦어지면서 1월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아직 운항 재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캐나다 최대 항공사인 에어캐나다 역시 연방 항공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에어캐나다도 본래 4분기 중 승인이 날 것을 기대하고 맥스8 운항 재개 시점을 내년 1월 8일로 예정했지만 했지만, 당국이 정해진 일정이 없다고 밝힘에 따라 이를 2월 14일로 늦췄다.

FAA는 아직 맥스8 운항 재개 시점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항공사들과도 구체적인 시점을 거론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과의 오랜 무역 마찰과 제조업 경기 둔화 등으로 경제 지표에 적신호가 켜진 이상, FAA가 미국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보잉과 항공업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FAA가 연내 맥스8의 운항 재개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보잉 737 맥스 8. (사진 = 보잉)


EU-호주 등, “운항 금지 지속해야”

미국 외 국가들에서는 맥스8의 운항 중단 조치를 지속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유럽연합(EU)과 호주의 항공 당국이 대표적인데, 이러한 입장은 다소 이례적이다. 대개 각국의 항공 당국은 항공기 제조사가 속한 국가의 규제기관이 내리는 결정을 수용해 왔기 때문이다.

우선, 유럽연합 항공안전청(EUASA)은 FAA 결정과 무관하게 맥스8의 안전성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별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잉과 FAA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확신할 근거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 따른 이해관계는 이 같은 입장의 또 다른 배경일 수 있다. EU는 보잉사의 최대 라이벌인 에어버스에 대한 불법 보조금 지급 문제로 미국과 20여 년간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보잉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EU와 에어버스의 보조금 관계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미국 정부로 하여금 2004년 EU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게 했다. 그리고 WTO가 최근 유럽의 보조금 지급을 인정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5억 달러의 유럽 수출품에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EU 역시 보잉과 미국을 같은 불법 보조금 혐의로 WTO에 제소했고, 내년에 이에 대한 WTO의 결정이 나오면 EU와 미국의 무역 갈등은 더욱 심화 될 여지가 있다.

호주 항공안전청(CASA) 역시 “맥스8 운항 재개 결정의 주체는 당연히 FAA지만 사안의 특성상 전 세계 기관들이 주목하고 있다”며, 맥스8을 별도로 조사하고 있는 EUASA과 캐나다 교통국(Transport Canada) 등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그들의 견해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지난달 19일(현지 시각) 보도한 바 있다.

호주는 맥스8 운항 재개와 관련한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 호주의 항공사 중에는 호주 2위 항공사인 버진 오스트레일리아가 48대를 발주했고 호주 최대 항공사인 콴타스항공이 구매를 고려한 바 있을 뿐, 맥스8을 이미 도입해 운항하던 항공사가 없다.
 

이스타항공 보잉 737 맥스 8 기종. (사진 = 이스타항공)


국토부, “빨라야 내년 3월”

우리 정부는 FAA가 맥스8의 운항 재개를 올해 안에 승인하더라도 국내에서는 내년 3월까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맥스8은 국내 공항 이착륙은 물론 영공 진입도 불가능한 상태다. 이러한 조치는 항공 당국이 세계 항공사에 전달하는 통지문인 ‘노탐’(NOTAM)에 의해 지난 3월 시행됐고, 이는 6월과 9월에 두 차례 연장되었으며 오는 12월에도 다시 연장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항 재개까지 절차가 복잡하고, 항공사도 (새 소프트웨어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하므로 빨라야 내년 3월에 운항 재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FAA와 국토부가 맥스8의 운항 재개를 허용하더라도 항공사가 이를 마음 놓고 운영할 수 있는 시기는 더 늦어질 수 있다. 한국이 맥스8의 영공 통과를 허용해도 중국 등 인접 국가의 허가가 늦어지면 중국 영공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맥스8의 최대 고객이었으며 미국 외에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였다는 점에서는 운행 재개를 다른 나라 못지않게 기다리고 있겠으나,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 된 상황이어서 FAA의 승인 결정을 쉽게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가별, 항공사별 이해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에 대한 승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맥스8은 연이은 추락사고로 인해 공포의 대상이 됐다”며 “국토부를 포함 전 세계 항공 규제 당국의 승인이 나더라도 안전에 대한 승객들의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하는 한 맥스8을 섣불리 운용할 수 있는 항공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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