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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B737-MAX 운항 재개? 팔 안으로 굽는 미 결정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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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윤지원⁄ 2019.10.23 11:09:10

보잉 737 MAX 8. (사진 = 보잉 홈페이지)

두 차례 추락 참사를 일으키고 전 세계 하늘에서 퇴출당한 보잉 737 MAX 8 항공기가 재이륙을 위한 시동 걸기에 한창이다.

제조사인 보잉은 추락 원인으로 지목된 737 MAX 8(이하 맥스8)의 자동 실속 방지 시스템인 MCAS(조종 특성 향상 시스템)의 결함을 보완한 소프트웨어 2개의 업그레이드를 완료하고 미국 연방항공청(FAA) 등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을 찾은 보잉의 랜디 틴세스 부사장은 FAA가 맥스8의 운항 재개를 연내 승인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각 미국과 캐나다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과 에어캐나다는 연방 항공 당국의 승인이 연내에, 늦어도 내년 초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 하에 각각 내년 1월 16일과 2월 14일을 맥스8 운항 재개 시점으로 보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는 두 나라에서 가장 많은 맥스8을 도입한 항공사이기도 하다.
 

보잉 737 MAX 8. (사진 = 위키피디아 Oleg V. Belyakov)


연내 승인의 발목 잡는 ‘결함 은폐’ 정황들

그런데 최근 FAA와 보잉이 실적을 위해 맥스8의 안전과 관련된 경고를 무시했던 정황이 드러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보잉 소속 맥스8 기술담당 조종사로 일했던 마크 포크너가 지난 2016년 11월 동료 조종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맥스8을 가리키며 "그것은 시뮬레이터에서 통제 불능이었다"고 썼다는 내용이 지난 18일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보도된 것.

보도에 따르면 포크너는 제트기가 조종 행위 없이도 일정한 비행자세를 유지하며 자기 순항하는 '트리밍' 중에도 예상 밖의 움직임이 시뮬레이션 비행에 반영됐다고도 썼다.

특히 문자에는 "FAA에 거짓말을 했다"는 말도 적혔는데, 이 거짓말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사안이 보도된 후 보잉은 21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상업용 항공기 부문 책임자인 케빈 맥컬리스터 대표를 경질했다.
 

21일 보잉 긴급 이사회에 의해 경질된 케빈 맥컬리스터 상업용 항공기 부문 전 대표. (사진 = 보잉)


보잉과 FAA가 맥스8의 MCAS에 관해 결함을 우려하는 기술분석팀의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했다는 주장은 앞서 지난 3월에도 제기된 바 있다. 심지어 FAA는 에티오피아항공 추락사고 11일 전 기술분석팀이 ‘위험’ 평가를 보고했음에도 안전성 승인을 독촉했다는 익명의 증언도 나왔다.

그리고 FAA는 연방 검사로부터 보잉과의 부적절한 거래에 응했을 거라는 혐의를 사고 직후부터 받고 있다. 모종의 거래에 따라 기체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보잉과 FAA의 신뢰도는 회복이 불가능 한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다.

안전보다 기업 이익 먼저 챙겨 준 FAA?

부적절한 거래까지는 몰라도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보잉을 감싸는 모습은 계속 있었다. 3월 추락사고 직후 유럽과 아시아 50여 개 국가의 항공 당국이 맥스8의 운항 중단을 줄줄이 선언하고 나선 뒤에도 FAA는 며칠 동안 맥스8 기종의 안전을 주장하며 “운항 중단을 명령할 근거가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보잉을 옹호했었다. 전 세계적인 여론이 FAA의 안전 불감증과 제 식구 감싸기를 비난했고, 결국 미국은 4일이 지난 후에야 맥스8의 운항을 중단시켰다.

또한, 지난달 말 미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면밀한 조사 결과,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경험이 부족한 조종사들은 감당하지 못할 만큼 위급 상황에 너무 많은 경보가 울리게 되어 있는 복잡한 조종석 설계의 문제라고 발표했고 FAA는 NTSB의 이러한 발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잉 737 맥스 8 조종석 이미지. (사진 = 보잉)


이는 설계의 결함이 드러났더라도 더 노련한 조종사였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으로 보잉의 과오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결론이다. 이 역시 미국의 항공 교통 당국이 자국 거대 기업의 단점을 감싸는 모양새로 보인다.

보잉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우주산업체이자 굴지의 방위산업체이다. 지난 3월 사고 직전 보잉의 시가총액은 2400억 달러(한화 약 281조 4000억 원)에 육박했다. 미국 정부로서는 크나큰 자산이다.

게다가 유럽의 라이벌 업체인 에어버스의 성장세가 놀랍고, 보잉의 악재는 곧 에어버스의 호재로 이어졌다. 두 회사의 경쟁은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나 맥스8은 항공기 산업 역사상 가장 많은 판매 계약을 이뤄내며 보잉의 시장 선도 업체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기종이었기에 보잉과 미국 정부로서는 맥스8이 사고 기종이라는 불명예를 떨쳐내고 긍정적인 재평가를 받는 것이 간절한 상황이다.
 

항공기 운항 승인의 기준은 승객 안전이 되어야 할 것. 사진은 지난 8월 휴가객들로 붐비는 인천공항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국가간 관계보다 안전성 검증이 철저해야

다른 것도 아닌 ‘안전’ 문제에 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검증, 결함을 완벽하게 개선한 뒤 재검증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사 및 검증 절차를 수행할 기관의 객관적인 태도와 책임감 또한 중요하다.

이제껏 항공기 운항 승인 여부는 해당 항공기 제조사가 속한 국가의 항공 당국의 결정 사항을 타국 항공 당국이 따라가는 것이 통상적인 관행이었다. 하지만 사고 이전부터 보인 FAA와 보잉의 은밀한 관계는 유럽과 호주 등 다수 국가의 불신을 자아냈다. 이들 항공 당국은 각각 FAA가 맥스8의 운항 재개를 승인하더라도 다른 기관들의 별도 조사결과를 공유하며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민국과 미국의 오랜 우호 관계에 비춰 봤을 때, 그리고 대한항공, 이스타항공을 포함 다수의 국적 항공사가 맥스8을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 계약을 체결한 상황임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항공 당국은 맥스8 운항 재개에 관해서는 FAA의 결정을 존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국이 어떤 결정을 하건 국민의 안전에 대한 고려가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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