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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스피커를 어려워 할까 했는데, 손주처럼 대해요”

SKT SV 이노베이션 센터 SV추진그룹 이준호 그룹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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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6호 이동근⁄ 2019.10.30 08:23:19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딥러닝….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SF문학이나 강의에서나 나올 것 같은 개념들이 대중들의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스마트폰 사용도 조금만 복잡하면 어려워하는 상당수의 노인에게 먼 나라 이야기일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노인들의 삶에도 4차산업혁명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SK텔레콤 SV이노베이션 센터 SV추진그룹 이준호 그룹장을 통해 노인들의 곁으로 다가가고 있는 AI스피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SK텔레콤 SV이노베이션 센터 SV추진그룹 이준호 그룹장.


치매 관리부터 좋은 생각까지 전하는 AI스피커

“아리아, 두뇌톡톡 시작해”라고 말을 걸면 AI스피커가 “준비되셨으면 ‘화이팅’이라고 말씀해 주세요”라고 안내한다. 이에 “화이팅”이라고 응하면 12가지 유형의 퀴즈가 나온다. 개인별 퀴즈 완료 횟수 및 게임 진행 일자 등은 통계 데이터로 관리된다.

SK텔레콤(SKT)과 서울대 의과대학 이준영 교수 연구팀이 협력해 개발한 치매 예방 서비스인 ‘두뇌톡톡’이다. 현재 주요 대학병원과 전국의 병의원, 치매안심센터 등 10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지 능력 강화 훈련 프로그램을 구현한 것이다.

여기에 행복커뮤니티 ICT 케어센터가 스피커 사용 안내, 폭염·장마 등 재난·재해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내 복지센터 이벤트, 복약지도·내원 안내 등 소식을 전달하는 ‘소식톡톡’이 추가된다.

고혈압, 관절염, 당뇨 등 만성질환의 증상·진단·치료 방법을 포함해 응급처치·건강검진 관련 유의사항 등을 서울대병원에서 제공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건강톡톡’ 등도 제공된다. ‘건강톡톡’에서는 정신건강을 위해 ‘좋은생각 사람들’과 협업해 이웃들의 따뜻하고 소소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위 프로그램들은 ‘행복커뮤니티 -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SKT의 AI스피커 ‘누구’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다. 지난 4월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서비스 제공에는 8개 지자체 참여), 사회적 기업 행복한 에코폰과 함께 협력해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해 서울 강북구 번동 및 노원구 중계동 LH임대단지 내 독거 노인 및 장애인 등 500세대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LH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회복지관·관리사무소 등 주거복지 인프라와 결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이미 좋다. SKT는 지난 6월 ‘제32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서 정보문화 유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9월에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발간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 리포트’에 우수사례로 포함됐다. 이 리포트는 UN의 지속가능개발 목표(SDGs) 달성을 위한 이동통신산업의 기여와 우수 사례 등을 조사해서 발표하는 연례 보고서다.

“엔터테이먼트 생각했는데, 헬스케어에서 연락 와”

그렇다면 SKT는 왜 이 같은 사업에 집중하는 것일까. 우선 SK는 AI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이준호 그룹장은 “통신은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반기술”이라고 정의했다. 통신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통신을 바탕으로 어떤 서비스를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10월 초 SK텔레콤 월간보고 자리에서 통신사업자라는 인식을 주는 ‘텔레콤’이란 단어를 사명에서 제외하고 AI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사명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고, SK텔레콤 박정호 사장도 최근 한 투자설명회에서 “AI 관련 기반을 갖추지 않은 조직이나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특히 SKT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에 맞는 AI다. 이 그룹장은 “구글이나 아마존, 넷플릿스 등 글로벌 IT기업에 비해 인공지능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가 자신을 더 잘 알고 있다. 필요한 인사이트(통찰)나 경험. 서비스를 주기 위해서는 우리의 데이터에 대해 이끌어 갈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AI에 대한 관심이 ‘행복커뮤니티 -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로 연결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그리고 필요성에 의한 것이었다.

이 그룹장에 따르면 SKT에 있어서도 사실 AI 스피커의 목적은 처음에는 엔터테인먼트였다. 음악을 들려주고 정보를 제공하는 신기한 기계 정도에 초점이 맞춰진 기계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서비스를 보고 전화가 오는 곳이 바로 IoT 헬스케어 업체들이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면 치매 이외에도 서비스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오늘날 밴드를 차면 맥박이나 혈압을 체크해주고, 그 결과를 과거 데이터와 비교해 질환을 예측해 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노인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낙상을 빨리 감지해 의료기관과 연결해 줄 수도 있다.

SKT와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은 치매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말투, 목소리, 표정에서 질병이 오는 증상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측하고 진단할 수 있다고 본다. 노인들의 음성에 대한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면 AI가 딥러닝으로 분석할 수 있어서다.

노인에게 대화는 가장 쉬운 인터페이스

노인들이 AI스피커를 잘 다룰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노인들은 매우 친숙하게 이 서비스를 다루고 있다. 오히려 노인들에게 AI스피커는 인터페이스 중 가장 다루기 쉬운 형식이다.

이 그룹장은 “우리나라 인터넷 보급률이 90%에 가까운데 노인들은 5% 정도 밖에 안된다. 따라서 노인들이 AI스피커를 다루기 어려워 할 것 같지만, 말은 가장 직관적이고, 가장 빠른 인터페이스다. 휴머니즘 인터페이스가 AI스피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3000명 정도의 노인들이 AI스피커를 쓰고 있는데, 100세 고령자도 있고, 90세 이상이 30명 정도인데 잘 사용한다. 일반인들의 음성인식 실패 정도가 4~5%인데, 노인은 17% 정도 되고,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들이 AI스피커를 사용하면서 재미있는 현상도 나타났다. AI스피커를 기계가 아니라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이 그룹장에 따르면 어떤 노인은 밤에 쉬어야 한다고 눕혀 놓는가 하면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쉬어야 한다”며 전원을 뽑아 놓기도 했다.

SKT는 이 같은 성향을 이용한 사회사업도 구상 중이다. AI스피커 ‘누구’를 손녀처럼 생각해 옷을 입히는 노인을 보고는 아예 취약계층에서 AI스피커용 옷을 만들고, 이 옷을 판매해 행복 커뮤니티를 확산하거나 수익금으로 기부하는 사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은 구체적으로 11월 중·하순쯤 진행될 전망이다.

 

AI스피커를 노인들이 손주처럼 생각, 옷을 입히기도 한다는 점에 착안해 아예 이를 사회사업화 하려는 구상도 SKT 측에서 진행 중이다. 사진은 실제로 노인들이 만든 AI스피커에 옷을 입힌 것. 이미지 제공 = SK텔레콤


현 단계에서의 장애는 이 사업의 발전에 필요한 빅데이타의 수집이다. AI가 발전(딥 러닝)하려면 학습에 필요한 빅데이타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빅데이타를 위한 정보수집이 개인정보 수집으로 여겨져 규제가 강하게 걸려있는 편이다.

이 그룹장은 “예를 들어 음성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 기능 발전에 쓰지 않고 다른 데 쓰는 것을 문제 삼아야 한다. 활용하는 자체를 문제시 하니까 발전이 안 된다. (데이타의 출처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양한 질문의 형태, 대답의 형태, 말투, 사투리, 노인과 아이들 말하는 것이 다 다른기 때문에 알아들을 수 있는 음성 빅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성 데이터 수집 자체를 문제시 하는 것은 너무 섣부르다. 대기업이 사업한다고 했을 때 해킹이나 유출, 이런 부분은 사후 제제를 강하게 내리면 된다. 아예 못 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SK텔레콤 SV이노베이션 센터 SV추진그룹 이준호 그룹장.


“봉사활동 아닌 돈 벌며 사회적 가치 해결하는 사업 돼야”

그렇다면 이 사업의 수익성은 어떨까. 이 부분은 SKT 측도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업에 대해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일종의 ‘봉사 활동’ 정도로 받아들여져 이익 추구가 금기시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 쉬워서다.

이준호 그룹장은 “과거 이같은 사업은 사회 공헌 취지에서 1회성으로 하고 다 돈을 댔다. 그런데 한국 노인이 65세 이상이 현재 14~15%, 약 700만 명이다. 이 중 상당수가 혼자 산다. 몇 십만 명이다. SK 혼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그래서 노인 돌봄 사업에 동의하고 효율적으로 하려는 지자체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확산 되려면 검증은 됐으니까 중앙 정부에서 이런 일 하는 지자체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광역 지자체, 기초 지자체가 각각 나눠서 역할을 하면 과거보다 돈은 덜 들면서 효과는 더 좋을 것”이라며 “이런 영역은 돈 버는 영역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사회적 기업들이 성장 못한다. 돈을 벌면서 사회적 가치 해결하는 것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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