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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의 모빌리티 ①] ‘모빌리티 강자’ 다임러, 한국서 새 실험

신규 법인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 코리아’ 출범…첫 사업은 장기 렌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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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1호 윤지원⁄ 2019.12.08 11:29:37

다임러, BMW, 현대자동차그룹,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미래형 모빌리티 서비스의 글로벌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차량공유, 구독형 서비스 등 그간 저마다 본국을 중심으로 선보였던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을 재정비하고, 해외로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 이에 CNB는 자동차 제조 및 판매라는 전통적인 사업 형태를 넘어 모빌리티에서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서고 있는 이들 완성차 업체들의 최신 동향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사진 =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 코리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가운데 모빌리티 관련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했던 다임러 그룹이 최근 한국에서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7월 사명을 변경한 ‘다임러 모빌리티 AG’(이하 다임러 모빌리티)는 변경 후 첫 모빌리티 사업 법인을 한국에 설립하고 이달 3일 공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 코리아’(이하 MBMK)라는 이름의 이 신규 법인은 먼저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에 대한 프리미엄 장기렌터카 서비스를 시작으로 향후 단기 모빌리티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임러 모빌리티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그룹의 금융 자회사인 ‘다임러 파이낸스 서비스’가 전신이다.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할부, 리스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업이 사명에 ‘모빌리티’를 넣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변신을 꾀했다. 그런데 이 모빌리티 사업의 첫 진출지가 다름 아닌 한국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다임러 모빌리티 AG의 이본 로슬린브로이쉬 아프리카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이사가  다임러 그룹의 모빌리티 사업 확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EQ 퓨처 전시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본 로슬린브로이쉬 다임러 모빌리티 AG 아프리카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이사는 먼저 다임러 모빌리티의 변신 배경에 대해 “자동차 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모빌리티에 대한 요구의 변화도 빨라지고 있다”며 “(다임러 모빌리티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금융 서비스업 일변도를 벗어나 모빌리티 전반으로 확장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MBMK는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새로운 구독·렌탈 서비스를 한국에서 선보일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광범위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킬 것이며, 모빌리티 서비스를 연 단위부터 분 단위까지 제공함으로써 개개인의 삶을 관리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 코리아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다임러 그룹 글로벌 이사진이 기자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디미트리 실라키스 대표, 다임러 모빌리티 AG 이본 로슬린브로이쉬 아프리카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 코리아 기욤 프리츠 대표, 힐케 얀센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 대표. (사진 = 윤지원 기자)


첫 모빌리티 법인을 왜 한국에?

다임러 모빌리티는 새로운 사업의 첫 도전장을 내미는 시장으로 본토인 유럽이나 미국, 중국 등의 거대한 시장이 아닌 대한민국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MBMK는 한국의 역동성에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욤 프리츠 MBMK 대표는 "다양한 조사를 통해 한국 시장은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며 모빌리티의 흐름 또한 활기차고 역동적이며 변화가 두드러진다는 판단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특히 MBMK가 빠르고, 쉽고, 디지털화된 프로세스를 통해 편리하고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실현해 나가는 데 있어 “장을 볼 때조차 디지털과 모바일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수준으로 대중화된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을 갖춘 유리한 지역임을 언급했다.

벤츠 파이낸셜코리아의 힐케 얀센 대표도 "한국 소비자들은 이동 과정에 있어 더 높은 융통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법인을 세우고 장기렌터카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MBMK는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 벤츠 파이낸셜 코리아, 다임러 트럭 코리아 등과 함께 한국 내 다임러그룹 계열사가 됐다.
 

다임러 그룹의 카셰어링 서비스 '카투고'(Car2go). (사진 = 카투고)


모빌리티 강자의 한국 진출 기대

다임러가 한국에서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체를 설립한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 국내 자동차 업계의 기대가 컸다. 글로벌 완성차들 중 모빌리티 사업에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현재 유럽, 북미 등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펼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임러의 디지털서비스 플랫폼 ‘메르세데스 미’가 현재 제공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는 ▲렌탈 서비스인 ‘메르세데스-벤츠 렌트’ 외에도 ▲카셰어링 ‘카투고’(Car2Go) ▲주문형 복합 교통 서비스(multimodal on-demand mobility) ‘무블’(Movel) ▲라이드 헤일링(차량호출) 서비스 ‘마이택시’(mytaxi) ▲에스코트 서비스 ‘블랙레인’(Blacklane) ▲장거리 버스 네트워크 ‘플릭스부스’(Flixbus) 등등 다양하다.

특히 카투고는 2017년 기준 유럽, 북미, 아시아 26개 도시에 회원 250만 명, 공유자동차 1만 4000대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카셰어링 네트워크다.
 

BMW의 카셰어링 브랜드 '드라이브 나우' 차량(왼쪽)과 다임러의 '카투고' 차량. BMW와 다임러가 지난 3월 모빌리티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다.  (사진 = 메르세데스-벤츠)


지난 3월에는 최대의 라이벌 기업인 BMW그룹과 손을 잡고 모빌리티 조인트 벤처 ‘유어 나우’(YOUR NOW)를 설립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두 회사는 이 모빌리티 조인트 벤처에 총 10억 유로(약 1조 3100억 원)를 공동 투자해 ▲라이드 셰어링 ‘프리나우’(Free Now) ▲렌탈 서비스 ‘셰어나우’(Share Now) ▲복합운송서비스 ‘리치나우’(Reach Now) ▲충전서비스 ‘차지나우’(Charge Now) ▲주차서비스 ‘파크나우’(Park Now) 등 5종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서 협업한다.

이 조인트 벤처는 출범 전 유럽연합(EU)과 미국 정부로부터 독점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를 받았다. 다임러의 ‘카투고’와 BMW의 카셰어링 서비스인 ‘드라이브 나우’(Drive Now)의 기존 고객만 세계 31개 도시 40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회사는 결국 지난해 말 EU와 미국의 반독점 규제 당국 승인을 받아냈다. 유럽 자동차 산업의 기둥이나 다름없는 두 회사가 ‘우버’(Uber)나 ‘구글’(Google, 이상 미국), ‘디디추싱’(중국) 등 IT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으려면 플랫폼 합병이 꼭 필요하다고 설득한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 코리아 기욤 프리츠 대표이사가 프리미엄 장기렌터카 서비스 가입자 특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모빌리티 이름 걸고 렌터카 사업?

이처럼 안방인 유럽에서는 이미 많은 모빌리티 서비스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다임러가 ‘모빌리티’라는 단어를 사명에 넣고 만든 최초의 법인을 한국에 세우고 가장 먼저 선보이는 서비스는 장기렌터카다.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에서 렌터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제주지역에 한정된 사업을 하고 있는 시트로엥(한불모터스)을 제외하면 MBMK가 처음이다.

MBMK는 벤츠의 전 승용차종을 1년에서 5년까지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을 이날 출시했다. 렌탈 비용은 E300 아방가르드 월 68만 원대, 가장 저렴한 A220은 월 52만 원대 등으로 책정됐고, 이후 한국 시장의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서비스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첫 서비스를 장기렌터카로 정한 이유에 관해 프리츠 대표는 “딜러사 등 판매 현장에서 벤츠 장기 렌탈에 대한 문의와 요청이 지속적으로 있었다”고 대답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렌트카 시장은 지난 5년 사이 두 배로 성장했고,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잠재적인 벤츠 렌탈 수요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되어 장기 렌트카 사업을 펼치기에 적절했다는 것이다.
 

기욤 프리츠 대표가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 코리아의 장기 렌터카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하지만 기자들은 장기렌터카 외에 차량공유, 택시 호출 등 더 다양하고 미래지향적인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이 없는 것이 아쉬운 듯 이와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에 대해 프리츠 대표를 비롯한 다임러 간부들은 “오늘은 단지 MBMK의 시작과 첫 서비스를 알리는 자리이고, 향후 시장 수요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프리나우 등 BMW와 세운 조인트 벤처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해서는 현재 한국에 소개할 예정이 없고, 카투고나 무블 같은 다임러의 기존 모빌리티 서비스를 국내에서 시작할 예정도 없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성공한 모빌리티 상품을 국내에 도입하는 것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우버, 타다, 카카오택시 등의 몇몇 모빌리티 사업들이 국내에서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과 여러 규제에 발목이 잡힌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MBMK가 말하는 ‘모빌리티’의 정의?

또 프리츠 대표는 이러한 질문 및 지적에 대해서 MBMK가 생각하는 ‘모빌리티’의 정의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우리에게 ‘모빌리티’의 정의는 간단하다. 벤츠 차량을 이용해서 우리 고객을 년 단위든 분 단위든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간단하고 쉽게 이동시키는 것”이라며 “‘우리는 당신을 움직입니다’(We Move You)라는 모토에 따라, 삶의 상황에 적합한 고객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손끝에서 출발하고 완성되는 모빌리티’라고 표현했다.

모빌리티 서비스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차량공유, 승차공유, 택시 호출 등의 틀이 아니라 ‘이동 방법’의 모든 형태, 즉 전통적인 차량 판매와 그에 결부된 할부, 리스 등의 금융 서비스, 또 렌트카 서비스까지도 모두 모빌리티에 포함하는 것을 전제하고, 벤츠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빠르고 쉽게 벤츠를 제공하는 것이 MBMK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디지털, 스마트폰을 활용한 도시 모빌리티에 관한 벤츠의 구상도. (사진 = 메르세데스-벤츠)


또 프리츠 대표는 MBMK의 장기렌트카가 일반적인 장기렌트카와 다른 점들을 강조했다. 프리츠 대표는 “빠르고(Fast), 쉽고(Easy), 디지털화된(Digital) 프로세스”를 강조했다. 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 앱 등을 이용한 디지털 프로세스를 통해 종이 서류는 한 통도 작성할 필요 없게 했다는 것.

MBMK는 국내에서 벤츠 자동차를 판매하는 11개 딜러사 모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 등 기존 다임러 그룹의 국내 자회사들의 폭넓은 지원을 받게 된다. 국내에 이미 갖춰진 벤츠 유통 및 서비스망이 MBMK의 사업 기반이 된다.

프리츠 대표는 그밖에도 "유지·보수 패키지 등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계약 기간 내 렌트비 변동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이고, “현재 최장 5년까지 계약 기간이 연 단위로 길게 책정되어 있지만, 향후 월 단위, 주 단위, 일 단위로 다양하고 세밀한 계약이 가능하게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렌탈 기간이 다양하고 세밀해지면 향후 쏘카나 딜카 같은 단기 렌탈 서비스와 경쟁할 수도 있고, 여러 차종을 동시에 계약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BMW와 현대차그룹 등이 선보인 것과 같은 차량 구독 서비스로 파생될 여지도 있다. 한국 시장만의 특별한 환경과 제약 조건들로 인해 전에 없던 새롭고 혁신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이 등장할 수도 있다. MBMK의 현재보다 향후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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