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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재계] 정의선·구광모·조원태, 40대 그룹 오너십의 기업문화 혁신 행보

청바지 입고 권위 내려놓고 … “혁신은 직원 능력발휘 돕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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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3호 윤지원⁄ 2019.12.19 17:35:45

최근 국내 주요 그룹사의 오너십이 3~4세대로 승계되는 추세 속에서 재계 리더들이 부쩍 젊어졌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한진그룹 등은 지난해부터 40대의 젊은 새 기수들이 그룹의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나섰다. 2019년 한 해, 각 그룹은 이들 젊은 오너십의 영향으로 과거와 크게 달라진 기업문화를 갖춰 나가며 달라진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 각 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1970년생), 구광모 LG그룹 회장(1978년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1976년생)은 재계의 40대 젊은 오너들이다.

구 회장과 조 회장은 각각 지난해와 올해 부친의 갑작스런 타계로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고,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을 각 그룹(대기업집단)의 새로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부친인 정몽구 회장을 보좌해오다가 지난해 말 총괄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경영의 최고 권한을 쥐게 됐다. 공정위는 현대차그룹의 동일인이 여전히 정 회장인 것으로 판단했으나 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최고 결정권은 이미 정 수석부회장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세 그룹은 이들 젊은 마인드로 무장한 새로운 리더십을 갖추고 올 한해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공통적으로 나타난 가장 뚜렷한 변화의 방향은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노력이다.
 

불과 10년 전까지 삼복 더위에도 넥타이를 메야 했던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 취임 이후 노타이 근무를 시작했으며 지난 9월부터는 전면 복장 자율화를 실시했다. (사진 = 대한항공)


“청바지 입은 회장님” 겉모습부터 확 바뀌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근무 복장의 변화다.

정 수석부회장 체제의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부터 임직원 근무 복장 완전 자율화를 도입했다. 정장 일변도의 복장에서 벗어난 것은 당연한 얘기이며, ‘비즈니스 캐주얼’ 수준도 아니고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도 가능하게 했다.

LG그룹은 구 회장 취임 전에도 자율복장제를 도입해 시행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구 회장 취임 후에는 청바지의 착용도 허용이 되는 캐주얼 데이를 확대 운영하고, 기존에는 주 1회 운영되던 완전자율복장제도를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전 근무일로 확대하는 등 ‘자율’의 범위가 큰 폭으로 넓어졌다.

한진그룹의 복장 자율화는 좀 더 놀라운 변화였다. 항공업체인 대한항공은 조종사와 승무원 등이 아예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고, 사소한 실수가 중대한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에 엄격한 규율이 요구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반팔 와이셔츠조차 허용되지 않던 복장 규정에 여름철 한정으로만 노타이가 허용된 것이 겨우 10년 전이었다.

그런 한진그룹이 조원태 회장 취임 이후 지난 5월부터 연중 상시 넥타이를 매지 않는 ‘노타이’ 근무를 실시하더니 9월부터는 아예 전면 복장 자율화를 시작했다. 특히 조 회장은 제도 시행 첫날 직접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여, ‘자율복장’이 말 그대로 입고 싶은 대로 입어도 좋다는 의미임을 분명히 못 박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테크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LG그룹)


수평적 소통 가능한 조직 만들기

수평적 조직을 만들기 위한 또 다른 공통적인 변화는 호칭, 서열, 절차 등을 포함한 인사 제도의 대대적인 변화다.

현대차그룹은 9월부터 일반직 직원의 호칭을 ‘매니저’와 ‘책임매니저’의 2단계로 통합했다. 직원 직급도 기존 6단계를 4단계로 줄이고, 임원 직급도 기존의 이사대우, 이사, 상무를 모두 상무로 통합해 전무 이하 4단계를 2단계로 줄였다.

임직원 승진 인사에서 연차의 요건을 폐지하고,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도입해 능력과 성과 위주의 인재 발탁이 가능하게 했다. 임원 인사 역시 연말 정기 인사가 아닌 수시 인사 체제를 지난 4월 도입하고, 이후 지금까지 30여 명의 인사를 진행했다. 이러한 원칙은 신입사원 채용에도 적용돼 그룹 전체 정기 공채 대신 상시 공채로 전환하고, 본사 인사 부문이 일괄적으로 채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업 각 직무에서 필요한 만큼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나를 부를 때는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직위보다 직무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의미로, 그룹 전체에 수평적 조직문화를 뿌리내리겠다는 뚜렷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LG그룹 임직원들의 직급도 기존 5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했다.

또한, 구 회장은 지난해 말 첫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규 임원을 평소보다 약 30% 많은 136명이나 뽑은 데 이어 지난달 28일 진행한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106명의 신규 임원을 발탁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LG그룹 각 계열사 CEO 등 60대 기존 임원들이 동시에 대거 물러나고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만 66세)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를 50대인 1960년대생들이 채웠다. 특히 올해 신규 임원 중에는 45세 이하가 21명이나 되어 향후 구광모 시대를 함께 이끌 주역들의 세대교체를 가속화 했다.

조 회장도 취임 후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에 힘쓰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한진그룹의 임원 직위 체계를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했다. 또 지난달 말 시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그룹 전체 임원 수를 27% 가량 축소하고, 기존에 임원으로 대우받던 상무보 지위를 수석부장 직위로 대체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 2번째). (사진 = LG화학)


‘순혈주의’ 타파하고 외부 전문가 과감히 발탁

특히,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새로운 리더십 아래에서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등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 경영을 총괄하기 전부터 디자인, 상품기획 등의 여러 핵심 분야에 외국인 중역들을 과감하게 발탁해 왔다. 이들의 역량은 올해 내수 실적의 대대적인 회복 및 제네시스 등의 글로벌 호평 등의 성과로 입증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첫 정기 인사에서 아버지 때부터 함께 해 온 부회장단 6명 중 5명의 자리를 지키면서, LG화학 박진수 부회장 대신 3M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해 주목받았다.

이후에도 구 회장은 자동차 업계에 잔뼈가 굵은 김형남 부사장을 ㈜LG에 신설한 자동차부품팀 팀장으로 영입하고, 보쉬코리아 출신 은석현 전무를 VS 사업본부에 영입하는 등 지금까지 총 27명의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지난 10월 22일 현대자동차 양재동 본사 1층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임직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


창의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 도입

옷만 편하게 입는다고 창의적인 기업문화가 정착되는 것은 아닐 터. 이들 젊은 그룹 오너들은 유연하고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시도를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정 수석부회장과 임직원 천여 명이 열린 공간에서 눈높이를 맞추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임직원들을 위해서는 따로 오픈 채팅방을 개설해 소통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22일 양재동 본사 사옥 1층 대강당에서 마련된 타운홀 미팅에는 임직원 1200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라는 주제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는 “조직문화 혁신 등 우리의 일하는 방식이나 문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부터 앞장서 하고 있고 이미 다른 회사들도 다 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대가 바뀌면 다 바뀌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하며 조직문화 변화의 필요성을 오랫동안 생각해 왔음을 내비쳤다.

그는 결재나 보고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절차를 생략하고, 메일을 통한 소통을 할 때도 효율적이고 간소화된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지금의 혁신은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200~300% 발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변화고 앞으로도 변화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직원들 모두가 훌륭한데 그 훌륭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문화가 아직 한국에는 많기 때문에 그 틀을 깨는 것이 회사가 해야할 일”이라며 “기업 문화가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 사람들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우리가 가장 추구해야 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이 서초 R&D캠퍼스에 마련한 '살롱 드 서초'에서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 = LG그룹)


역동적인 기업문화 바탕으로 ‘뉴 LG’ 기대

구 회장 또한 LG그룹 임직원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데 노력해 왔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서초 R&D캠퍼스에 ‘살롱 드 서초’라는 공간을 열었다. 살롱은 응접실, 거실 등을 뜻하는 말로 프랑스 등 유럽 문화에서 ‘사교계의 만남의 장소’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LG그룹은 좌석을 계단형으로 배치하는 등 ‘광장’을 모티브로 하여 살롱 드 서초를 열린 공간으로 꾸몄다. 서초 캠퍼스 내 연구원들은 소속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이 공간에서 문화활동을 즐기거나 자유롭게 소통하며 창의적인 생각을 나눌 수 있다.

또 서울 여의도동 LG트윈타워 서관 33층에는 ‘다락’(多樂)이라는 소통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은 LG전자 임직원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경영진과의 오픈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한 소규모 행사, 동아리 활동, 재능기부 수업 등에 사용된다. 마찬가지로 LG사이언스파크에는 ‘컬처 커뮤니티’ 공간, ‘시너지 허브’ 공간 등이 설치되어 임직원들의 창의력 증진을 위한 자율적인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10월에는 서울 마곡의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직원들이 즐기고 참여하는 문화축제행사 ‘LG 컬처위크 2019’를 3일 동안 열기도 했다. LG사이언스파크에 입주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등 8개 계열사 임직원 1만 7000여 명이 LG테드(TED: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특강), 북콘서트, 벼룩시장, 문화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즐기며 지식과 생각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이 구 회장 취임 이후 격식에서 벗어나며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조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이 실용주의적인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자유롭고 역동적인 기업문화를 그룹 전반에 심고 있다”며 “이를 통해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기업문화가 활성화되면 LG는 과감히 혁신에 도전할 수 있는 ‘뉴 LG’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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