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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에 또 거센 반대 왜?

수정 거듭해 ‘누더기 법안’ … 공정거래법 어겨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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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2호 이성호 기자⁄ 2019.12.23 09:33:27

11월 25일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공동으로 국회 정론관에서 진행한 ‘신용정보법,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악 반대’ 기자회견 모습. 사진 = 참여연대

(CNB저널 = 이성호 기자) 최근 김종석 의원(자유한국당)이 대표발의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겨졌다. 이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에 대한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함이 골자다.

인터넷은행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한도초과보유주주(대주주)가 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의 승인(10%, 25%, 33% 초과 시 각각 승인 필요)을 받아야 한다. 이때 기본 요건 중 하나가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이러한 인터넷은행의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 요건에서 금융관련법령 위반만 남겨두고 나머지 법률 위반 조건을 제외토록 했다. 단, 정무위 심사 과정에서 ‘조세범 처벌법’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은 현행대로 유지하도록 하고 공정거래법만 삭제했다. 즉, 공정거래법을 어겼어도 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법안이 발의된 배경에는 현행 인터넷뱅크의 쌍두마차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각기 다른 처지가 있다.

먼저, 카카오뱅크는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보고 누락 혐의, 카카오M의 담합 관련 1억원 벌금형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통해 금융위로부터 승인을 받아냈다. 덕분에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카카오로 바뀔 수 있었다.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은 34%이며, 한국투자금융그룹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한국투자금융지주를 통해 각각 29%와 5%-1주, 총 34%-1주를 보유하게 됐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 카카오뱅크 주주 현황을 보면 카카오 34%,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29%, 한국투자금융지주 5%-1주, KB국민은행 10%, 우정사업본부 4%, Skyblue(텐센트) 4%, 넷마블 4%, 이베이 4%, SGI서울보증 4%, 예스24 2%+1주다.

반면 케이뱅크(K뱅크)는 상황이 다르다. 케이뱅크의 설립주체인 KT는 공정거래법상 입찰 담합협의로 과징금 57억원의 처분을 받고 검찰에 고발까지 당해 카카오뱅크와 달리 대주주 적격성 심사절차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KT는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고, 허덕이던 자본 확충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시민단체 거센 반발 직면

당연한 얘기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ICT 기업에게 은행 시장 참여의 길을 열어 혁신을 추동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기업의 불법·탈법까지 용인하는 건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이 법안의 목적은 KT 등 특정 산업자본의 편의, 단 하나다”라며 “공정경쟁 질서를 저해한 산업자본이 은행까지 소유할 수 있게 한 것은 공정한 금융시장의 근본 토대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경실련 역시 “예금자들의 돈을 운용하는 은행 대주주의 엄격한 자격요건은 금융시장의 기본원칙”이라고 전제한 뒤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KT를 위한 맞춤형 입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화살을 날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처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 당사자들은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혹독한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의원들도 고개를 젓고 있다. 추혜선 의원(정의당)은 “사익 편취와 부당한 경제력 집중을 시도하는 산업자본은 함부로 은행을 소유해서는 안된다는 은산분리 원칙의 뼈대 중 하나였던 논리가 촛불정부에서 무너지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담합혐의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대주주자격을 갖추지 못한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도록 해주기 위한 맞춤형 입법이라는 의심과 함께 향후에도 법을 위반하는 경우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해 줄 것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이처럼 특혜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데,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도한 혜택 시비가 누적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017년 정부 주도에 의해 기존 은행과 차별성을 갖고 ICT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출현시킨다는 목적으로 인터넷은행(1호 케이뱅크, 2호 카카오뱅크)이 등장했다.

이때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예비인가 심사 당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할 대주주에게 적용하는 BIS비율(위험자산대비 자기자본비율) 요건을 기존과 다르게 대폭 완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규제완화 거듭하다 정체성 모호

케이뱅크 인가 과정 전반은 철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투명하게 진행됐다는 금융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자격이 안 되는 특정업체에게 금융위의 유권해석으로 은행업 인가를 내줬다는 논란이 일었었다.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이 무너진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인터넷은행도 은행인 만큼 시중 여타 은행과 동일하게 은행법에 따른 은산분리 규제를 받고 있었다. 기업의 사금고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10%로 제한하고, 이중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4%로 막는 규제다.

하지만 이런 장벽에 가로막히다 보니 카카오나 KT가 경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없어 과감한 투자나 자본 확충에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은산분리 문제는 애초에 인터넷은행 활성화의 필수조건이었지만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은행들을 출범부터 시킨 탓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야당 시절 재벌의 사금고화 및 동양사태 등 제2의 대형금융사고 발생 등을 우려해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반대했었지만 여당이 된 이후엔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미 영업을 시작한 마당에 활성화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고, 케이뱅크·카카오뱅크에 이은 3호·4호·5호 등 2차 사업자 모집도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국회에서 은행법을 손대지 않고 따로 떼어낸 ‘특례법’이 전격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됐다. 인터넷은행만 한정해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를 풀어주고, 의결권 있는 주식 보유한도를 34%까지 늘리게 한 법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족쇄가 풀리자 반색하며 지분을 확보하려 했지만 범법 이력으로 인해 대주주 적격성 부분을 넘지 못해 또 다시 발목이 잡혔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까지 눈감아 주겠다고 하니 인터넷은행을 둘러싼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정업체에 너무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공분까지 일고 있는 형국에서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현재 상임위 통과로 입법의 8부 능선을 넘었지만 법사위에서 막혀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이 기존 금융과 관련된 법률과의 체계 충돌 문제 등을 제기해 법사위에 계류하게 된 것.

11월 2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채 의원은 “자본시장법에 금융투자업자도 공정거래법 위반하면 안 된다. 심지어 영업 지역이 제한돼 있는 저축은행마저도 공정거래법 위반하면 안 된다. 금융사업을 직접 하지않는 금융지주회사마저도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면 안 된다. 그런데 왜 인터넷은행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해도 대주주가 될 수 있는가”라며 제동을 걸었다.

여·야 대치 정국은 차치하더라도 이런 논란들 때문에 현 시점에서 국회 본회의 상정 여부는 불투명하다. 법사위에서 법안심사소위로 다시 회부해 이 개정안에 대한 법률 체계를 다시 검토할 수도 있어 추이는 지켜 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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