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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기사] 국내 최초 제약사가 만드는 화장품, 어떻게 다를까(동영상)

동화약품 ‘활명’ 플래그십 스토어 참관기 … 제품명부터 포장, 인테리어에까지 담은 ‘활명’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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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6-667호 이동근⁄ 2020.01.24 09:15:28

안국역 인근에서 갤러리현대 본관 및 금호미술관을 지나 국립 현대 미술관에 도착하기 전, 그리 크지 않은 3층 연한 황토색 건물이 있다. ‘활명’이라는 글자가 벽면에 튀지 않게 적혀 있는, 최근 문을 연 동화약품의 ‘활명’ 플래그십 스토어다. 길 건너편으로 경복궁의 건춘문(建春門)이 보이는 활명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어서면 건물 밖과 비슷한 연한 황색에 나무의 느낌을 살린 인테리어가 보인다. 과하게 고급스럽지도, 그렇지만 가벼워 보이지도 않는다. 안에서 만나는 화장품들도 그랬다. 흔히 화장품 매장에서 풍기는 과한 인공향료 냄새는 전혀 없었고, 그렇다고 ‘한방 화장품’ 하면 떠올릴듯한 한약 냄새 같은 것도 없었다. 화장품 매장답지 않은 정갈함이었다.

 

제약업체가 화장품을 만드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동국제약은 마데카 크림 시리즈를 홈쇼핑에 이어 올리브영까지 진출시키면서 눈길을 끌고 있고, 대웅제약은 자사가 개발해 신약까지 등록한 EGF(epidermal growth factor, 상피세포 성장인자)를 이용해 화장품으로 개발한 이지듀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다. 동성제약은 화장품 브랜드 ‘에이씨케어’를 출시, 봉독화장품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동화약품의 화장품 브랜드 ‘활명’이 내세운 것은 자사의 제품이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품은 ‘활명수’와 역사였다. 멋보다는 역사를 내세운 것이다.

 

 

경복궁의 건춘문 건너편에 위치한 ‘활명’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 = 이동근 기자

동화약품이라고 하면 오래된 느낌이 먼저 든다. 실제로 동화약품은 1897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제약사다. 궁중 선전관 출신인 노천(老川) 민병호 선생이 만든 국내 최초의 서양식 약물 ‘활명수’를 개발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초대 대표는 아들인 민강이 맡았다.

동화약품 하면 활명수를 빼고 언급할 수 없다. ‘활명수’(活命水)라는 제품명은 ‘생명을 살리는 물’로 번역되는데, 당시 급체와 토사곽란(음식이 체해 갑자기 토하고 설사하는 급성 위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이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뜻이 담겼다. 게다가 이 약으로 번 돈은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에 지원되기도 했으니 한국의 생명수이기도 했다. 참고로 초대 대표인 민강 사장은 독립운동에 연루돼 두 번의 옥고 끝에 숨을 거두었다.

활명수 유전자 품은 화장품 ‘활명’

동화약품의 화장품인 ‘활명’은 이 활명수의 유전자를 품고 있다. 실제로 동화약품은 활명이라는 브랜드명은 ‘피부를 살리는 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제품에 들어가는 주성분인 ‘WM1897-P5’는 활명수에 들어가는 11가지 성분 중 5가지 성분인 진피, 건강(말린 생강), 육개, 육두, 현호색을 포함하고 있다.

억지로 활명수에 들어간 재료를 담은 것은 아니다. 매장 담당자에 따르면 진피에는 비타민 C 성분이 풍부하며, 건강은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한다. 육개·육두는 피부를 부드럽게 해 주고, 현호색은 보습력이 좋을 뿐 아니라 소염, 진정 작용이 있다고 한다.

 

‘활명 스킨 엘릭서’ 제품. 기초화장품으로 사용 가능하며, 보습을 위한 미스트 처럼도 사용 가능하다. 사진 = 이동근 기자

제품 명 중에서도 활명수의 뜻을 담고 있는 제품이 있는데, 바로 ‘활명 스킨 엘릭서(WHAL MYUNG Skin Elixir)’다. ‘엘릭서’는 연금술에서 마시면 어떤 질병도 치료하고, 불로불사가 될 수 있는 영약을 뜻한다. 생명의 구하는 물이라는 활명수를 의역한 단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제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제약사에서 나온 화장품 답게 피부 건강을 고려했음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너글로우 모이스쳐라이징 세럼‘은 주성분인 ‘WM1897-P5’에 고농도 히알루손산이 캡슐 형태로 들어 있는 것이 눈에 보이며, ‘안티 옥시던트 리쥬베네이팅 세럼’은 홍삼의 주성분인 사포닌이 들어 있어 피부장벽을 강화하는 한편 기미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킨엘릭서 마스크’ 제품은 접착제 성분을 빼고 타사 마스크 제품보다 무거운 25g일 정도로 많은 성분을 담았다.

클렌징에는 소염 효과를 더하기 위해 아줄렌(Azulene) 성분을 첨가했는데, 약효를 더하기 위해 케모마일이 아닌 유칼립투스에서 추출한 아줄렌 성분을 사용한다는 것이 매장 담당자의 설명이다.

색조 종류 부족 아쉽지만 “피부 건강해진 느낌” 호평

 

 

색조 화장품이라고 할만한 것은 쿠션(파운데이션의 일종) 제품으로서 위 3종(왼쪽과 가운데는 쿠션 제품인 ‘이화분’, 오른쪽은 섀도우 처럼 쓸 수 있는 ‘도화분’)만 공개돼 있다는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제품 케이스나 성분을 보면 많은 공을 들였으며, 무엇보다 피부 건강에 신경 쓴 제품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사진 = 이동근 기자.


제품들에서 인위적인 화려함을 찾기는 어려웠다. 색조 화장품이라고 할만한 것은 쿠션(파운데이션의 일종) 제품으로서 21호(피부톤 밝기 정도) 한 종류이며, 피부색만 소위 ‘웜톤’, '쿨톤‘에 맞춰 사용 가능하다. 섀도우(얼굴에 음영을 주는 제품)용 화장품에 대응하는 것은 볼터치 용으로 사용 가능한 제품이 하나 있었다. 아직은 제품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각 제품들은 매우 신경을 써서 만들었고, 무엇보다 건강을 생각했다는 것은 제품 설명만 들어도 와 닿았다. 쿠션 제품에 선크림 기능을 하는 성분으로 무기자차를 넣었지만 백탁현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든가 골드펄이 들어 있다든가 하는 부분은 확실히 ‘공 들여 만든 제품’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매장 관계자는 “현대인은 매우 피부가 예민하데, 그분들의 후기를 보면 피부가 전보다 건강해졌다고 한다. 이것이 타사(화장품 전문 업체들) 제품과의 차이점”이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창문 밖 건춘문 보며 과거 그리다

 

매장 2층 창문 건너편으로 경복궁 건춘문이 보인다. 사진 = 이동근 기자

 

매장 자체에서나 제품 디자인에서도 활명수에 담긴 뜻을 엿볼 수 있다. 애초에 위치가 그렇다. 길 건너편에 있는 경복궁, 그것도 건춘문 앞에 위치한 이유는 민병호 선생이 궁중 선전관 시절 출근하며 드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매장 2층에 들어서면 창밖으로 건춘문이 잘 보이는 것을 보면 쉽게 납득이 간다.

내부도 활명수를 만드는 데 사용됐던 우물을 주제로 설계됐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부채살을 형상화한 목재들이 사용됐다. 동화약품 브랜드인 ‘부채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한 것이다. 매장 담당자는 곡선에 일가견이 있는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솜씨라고 설명했다.

 

매장 내부에는 목재를 이용한 인테리어가 적용 됐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왼쪽)은 활명수를 만드는데 사용됐던 우물을 주제로 설계 됐다. 목재는 부채살을 연상하도록 디자인 됐다. 사진 = 이동근 기자
제품을 단품으로 포장할 경우 약 봉투 비슷한 봉지(사진)에 싸 준다. 사진 = 이동근 기자

 

제품 디자인에도 조선 시대의 느낌이 났다. 특정 제품군의 경우 옥색과 연보라색이 어우러진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한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색 조합이다.

쿠션 제품 중에는 ‘이화분’, ‘배화분’이라고 써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 제품명은 실제로 과거에 동화약품에서 팔던 화장품 이름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1912년부터 동화약품은 ‘옥용수’ 등의 화장품을 판매 했다고 매장 담당자는 설명했다.

특히 제품을 단품으로 포장할 경우 약 봉투 비슷한 봉지에 싸 주는데, 이 제품들을 구입하는 이들에게 특이한 경험을 주는 동시에, 약처럼 소비자의 피부를 건강하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담았음이 느껴졌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
뒤늦은 감 있지만 매장에 들인 공 느껴져

 

 

제품 디자인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는데, 특정 제품들은 한복에 많이 사용되는 옥색과 연보라색을 이용해 멋을 냈다. 사진 오른쪽은 수제비누 제품. 사진 = 이동근 기자


사실 ‘활명’ 화장품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2017년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과 2018년 K-뷰티 팝업스토어에서 열린 K-뷰티 팝업스토어에서 조기 매진되는 등 관심을 얻어 워싱턴 주, 매사츠세츠, 하와이 등 미국 주요 도시 및 캐나다의 토론토 등 30여 개 노드스트롬 백화점에 입점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서는 미용 박람회인 2018 볼로냐 코스모프루프(Cosmoprof Worldwide Bolona)에 참가해 ‘코스모프루프 온스테이지 K뷰티 트랜드 메이크업 쇼’에서 활명 스킨엘릭서와 활명 리쥬베네이팅 세럼으로 스킨케어의 기초단계를 시연했으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 미용 박람회(China Beauty Expo 2018)’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은 누적 조회수 700만 뷰를 기록하는 등의 관심을 얻었다. 2018~2019년에는 ‘ F/W 뉴욕 패션 위크’에 2년 연속 미국 패션 브랜드 프라발 구룽(PRABAL GURUNG)의 백스테이지 스킨케어 공식 파트너로 참가했다.

 

매장에 전시된 제품들의 수는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매장 담당자들은 각 제품에 대한 평가가 좋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사진 = 이동근 기자

 

해외 성과를 보면 사실 국내에 이제야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제약사들이 출시하는 화장품 브랜드 제품들의 일반적인 특징인 기초 화장품 위주로 구성돼 있어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을 뿐 아니라 색조 화장용 제품이 거의 없다는 점도 아쉽다. 하지만 화장품을 출시하면서 신기술을 내세운 타 제약사들과 달리 오랜 역사를 세련되게 포장하고 있어 경쟁사들과 다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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