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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 닫힌 중국 게임 업계, 언제까지 우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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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8호 이동근⁄ 2020.02.05 18:03:07

중국과 한국의 게임시장은 말 그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많다. 이제는 이 불균형을 개선할 때가 왔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37게임즈

 

지난해는 국내 게임업계가 성장과 후퇴를 거듭한 시기였다. 무엇보다 ‘게임’이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묻는, 그런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게임중독을 질병 코드에 넣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는가 하면, 문화의 일종으로 넣고자 하는 입법 시도도 있었다.

대립은 정부 내에서도 재현됐다. 문화의 한 분야로 승격시키고자 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질병으로 제한하려고 하는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가 대립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대립은 두드러졌다. 각 분야 상임위원회가 서로 상반된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게임이라는 인식을 두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찬훈 예비후보가 홍보물에서 공천을 두고 경쟁할 게임업계 출신 현역 김병관 의원을 겨냥해 ‘게임 만드는 사람’이라고 지칭하고, 자신을 ‘진짜 4차 산업 혁명가’라며 비교한 것이다. 이는 게임회사(웹젠) 창업자 출신 김병관 의원이 원내 입성한 현 국회 상황에서 게임업계에 대한 비하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 왔다.

게임에 대한 정의를 두고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립을 거듭하는 동안 정작 업계는 성장과 어려움을 번갈아서 겪고 있다. 이 중 어려움은 정책 문제도 있지만, 사실 중국과 관련되서 생기고 있다. 중국 게임업계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거듭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의 문제는 지적하자면 우선 허가 문제가 있다. 현재 중국은 사드 사태 이후로 한국 게임에 허가를 위한 판호를 전혀 발급해 주지 않고 있지 않다. 반면 중국 게임사는 국내에 마음껏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기반으로 발전해 중국 게임들, 특히 모바일 게임들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상위권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국내에 진입하고 있는 중국산 게임들은 업계의 질적 하락에도 기여(?)하고 있다. 모든 게임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광고를 내세워 논란을 발생시키고 있어 게임업계 전체에 대해 안좋은 인식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37게임즈에서 제작, 배급하고 있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 ‘왕비의 맛’이다. 광고모델로 일본 AV 배우를 내세우며, 여성의 성을 대놓고 상품화 하는 광고를 구글 광고를 통해 내세우면서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게임은 성인용 게임이 아니라 15세 이상 이용 가능 게임이다. 앞서 역시 중국 게임사가 제작한 모바일 게임인 ’왕이 되는 자‘ 역시 비슷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정부의 방치 탓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우선 중국 게임 판호 발급 허가 문제의 경우 중국에서 편향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데 대해 제대로 된 반론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산 게임은 국내에서 전혀 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왕비의 맛’ 등 선정적인 게임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왕이 되는자’의 경우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주요 포털·SNS에 광고 차단을 권고했지만, ‘왕비의 맛’은 이 같은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임은 엄청난 산업 가능성을 품고 있는 분야다. 한류로 전 세계에 진출하고 있는 K팝보다 더 많은 수출을 하고 있다. 이대로 중국에 눌려 시름만 하게 만들기엔 너무 아깝다.

정부와 정치계에서 벌어지는 논란은 사실 의미가 없다. 우선 ‘문화’로 분류할 수 있느냐는 것만 두고 보면 이미 미술, 음악,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 분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을 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상업성이 논란이 된다면 영화도 예술로 분류하기 어렵다.

질병 코드 부과에 대한 논란도 우선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놓고 논의를 시작해야 할 부분이며, 이 기준은 아직 WHO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기회는 있다. 현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로 불투명해졌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내 방문을 통해 양국의 관계가 해빙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 때를 이용해 정부 관계 부처가 이 문제를 피력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분야 중 가장 활발하게 협력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 내에서 진행 중인 게임 검열 강화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중국 내에서는 한국의 소위 ‘셧다운제’와 비슷한 ‘청소년 게임 시간 제한 제도’ 및 ‘현금 결제 제한’ 등의 도입이 발표 됐는데, 이같은 움직임이 판호 발급을 다시 손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기회를 잡는 것은 민간, 국내 게임업체들만의 움직임으로는 어렵다. 정부가, 정치권이 게임업계의 미래를 보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적어도 게임에 대해 제한을 주장하거나 비난하는 입장이라 해도 대 중국 정책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어 줬으면 한다. ‘글로벌 시대’에 국내 게임업계에만 공격을 집중한다면 그 사이에 해외 게임들이 국내로 진출,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왕비의 맛’ 등의 사례를 보면서 이제는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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