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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기업보국’ 재계, 1300억 모으고 협력사 돕기

시설·물품 지원 다양한 상생 방안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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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2호 윤지원⁄ 2020.03.13 11:57:2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가 기어코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되었다. 대한민국은 감염자가 발생한 114개국 가운데 코로나19에 가장 잘 대응하고 있는 나라로 꼽히고 있다. 보건 및 재난 관리 당국과 의료진이 방역 일선에서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는 동안, 코로나19 확산에 뒤따른 사회적 고난을 함께 극복하는 데에도 각계각층이 힘을 모으고 있다. 특히 10대 그룹을 위시한 재계는 이번 사태 초기부터 거액의 성금을 기부하고 상생안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앞장서며 ‘기업보국’(企業保國)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 주관으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재계 리더들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손경식 경총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재현 CJ 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성금 1300억 원 기부 주도

우리 기업들은 거액의 성금을 연이어 내놓으며, 도움이 절박한 곳에 실질적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기부금을 모금하는 대표적인 두 단체, 전국재해구호협회(희망브리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에 따르면 12일까지 모인 모금액은 1300억 원 이상이다.

배우 송강호, 가수 방탄소년단, 아이유 등등 연예인을 비롯한 개인이 수억 원씩 내며 대중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지만, 모금액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법인(기업) 기부금이다.

삼성전자가 기부한 금액만 300억 원이다. 그 뒤로 현대자동차그룹, SK, LG, 포스코 등이 각각 50억 원씩을 기부하는 등 10대 그룹들이 기부 행렬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12억 원을 기부한 데 이어 아산사회복지재단이 10억 원, 정몽준 이사장 개인이 10억 원 등 총 32억 원 규모를 기부했다.

네이버, 미래에셋,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은 20억 원씩을 기부했고, GS, 신세계, KCC, 두산, CJ, 현대백화점그룹 등등 10억 원 이상 기부한 기업들도 다수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홈페이지에서 코로나19 기부금 모금액 현황(847억 9336만 5359원)을 알리고 있다. (사진 = 웹페이지 화면 캡처)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7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함께 대구·경북 의료진을 위한 홍삼 4천세트를 대구의료원에 전달하고 있다. (사진 = 희망브리지)


병상 부족 해소 위해 시설 제공

신천지 신도 집단 감염 이후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경북 지방은 특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의료진, 방역 물자는 물론이고, 병상이 부족해 안타까운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에 이 지역에 연고지가 있는 다수의 기업은 보유한 자사의 연수원, 기숙사 시설 등을 부족한 병상 대신 쓰라며 내놓았다. 필요한 의료적 지원을 추가로 제공한 곳도 있다.

삼성은 경북 영덕의 삼성인력개발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 데 이어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등 3개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등을 파견했다. 파견 의료진은 자발적으로 나선 지원자들이며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2주 단위로 돌아가며 순환 근무 형태로 의료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다.

LG그룹도 경북 구미의 LG디스플레이 기숙사와 울진의 LG생활연수원 두 곳을 제공했고, 최근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경주시 양남면의 경주인재개발연수원과 글로벌상생협력센터 두 곳을 제공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연수원 시설은 이제 막 완공되어 아직 정식 개소조차 하지 않은 곳이다. 정식 개소는 5월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번 사태를 맞아 필수적인 시설 보완과 점검만 서둘러 마무리한 뒤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그밖에도 한화그룹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화생명 연수원을 코로나19 경증환자 격리 치료를 위한 시설로 개방했다. 한화는 삼성, LG에 이어 세 번째로 과감한 결정을 내려, 다른 여러 기업의 동참을 유도하는 데 일조했다. 우리금융그룹도 11일 경기도 안성에 있는 연수원을 제공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십시일반으로 제공해 마련된 전국의 생활치료센터 시설은 11일까지 14곳에 달하며, 현재 2300명이 넘는 경증 환자들이 입소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한화그룹이 수도권 코로나19 경증환자 격리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 경기도 용인의 한화생명 연수원. (사진 = 한화)
13일 코스피는 유럽과 미국 증시가 10% 안팎 무너지는 등 글로벌 증시의 '대폭락 장세'가 이어지며 장중 1700선이 붕괴됐다. (사진 = 연합뉴스)


기업 피해 많고 여건 어려워도

손 큰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해도 기업들의 사정이 좋은 편일 리는 없다. 진원지인 중국을 비롯해 다수 국가와 교역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공장 등 사업장이 폐쇄되어 손해를 입는 일도 발생했으며, 앞으로도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증시도 엉망이 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지난 3월 10일까지 50일 사이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 103곳의 보통주 시가총액 감소액은 무려 119조 원에 달한다.

삼성그룹의 시총 감소분만 무려 57조 원이 넘는다. 또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시총 감소 폭이 컸던 현대중공업그룹은 50일 만에 시총 4분의 1(25.3%)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곳도 있다. 총 6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을 비롯해 울산의 현대차, 현대건설기계 생산 현장에서도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중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에서의 확진자 발생은 인근 수백 개 입주 공장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휴점에 들어간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의 12일 오후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게다가 확진자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였던 11일에도 삼성전자서비스 대구 콜센터에서 한꺼번에 5명의 확진자가 나온 상태여서 긴장의 고삐를 다시 죄어야 하는 상황이다.

확진자가 발생했거나 밀접 접촉자가 발생한 경우 해당 사업장들은 셧다운 조치를 피할 수 없었고, 자가 격리 대상이 된 임직원들도 수천 명씩 되었다.

사업장 폐쇄에 따른 손실 또한 크다. 특히 유통업체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8일 임직원 중 확진자가 나온 GS홈쇼핑은 셧다운으로 3일 동안 생방송 판매가 중단됐고,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롯데백화점 소공로 본점도 3일간 폐쇄됐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이 입은 매출 손해액은 100억~200억 원에 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협력사 긴급 자금 지원책 마련…노사 갈등도 ‘휴전’

기업들이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님에도, 재계는 ‘상생’을 위한 방안 마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주요 그룹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를 비롯해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역사회 등과의 상생을 위해 물품 대금을 현금으로 조기 지급하고, 운영자금 지원을 위한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이 이를 위해 마련한 긴급지원 자금 규모만 2조 6000억 원에 달한다. LG그룹도 협력사를 위한 무이자 대출 규모를 4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늘였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오른쪽)과 배상윤 현대차 노조 수석부지부장(왼쪽)이 노사간 마련한 '코로나19 위기극복 특별합의'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지난 9일 단체 헌혈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


또, 다수의 기업이 코로나19 사태를 함께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노사간 화해 및 협조 기조를 만들어 내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코로나19 노사 특별합의서’를 선포하고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지를 다졌다. 지난 9일에는 노사 임직원 800여 명이 함께 참여해 단체 헌혈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하언수 현대차 사장과 배상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나란히 헌혈을 하는 사진이 공개되어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작년부터 임금협상 등의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빚은 한국지엠은 코로나19 사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5개월 간 중단됐던 단체교섭을 재개하며 임금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기로 했다.

또 해고자 복직, 노사간 손배 소송 등의 문제로 사측과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던 현대중공업 노조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임단협 파업 등 강경 투쟁을 자제하고, 일단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중소기업·중소상공인 피해 자금 신속 지원
구내식당 주 1회 닫고 이웃 식당 이용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 중소상공인을 위한 상생안도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다.

금융권은 긴급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대출 심사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하나은행은 전국 영업점에 ‘코로나19 금융지원 전담창구’를 마련해 관할 관청의 피해 사실 증명 없이도 영업점 재량으로 긴급 경영안전자금 지원 가부를 신속히 판단할 수 있게 했고, 신한은행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대출 심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하이패스 심사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또, 한화생명은 계약자 및 융자대출고객에게 보험료 납입과 대출원리금 상환을 6개월간 유예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오른쪽 두번재)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종로 일대 상인들을 돕기 위해 지난달 19일 저녁 직원들 회식장소 7곳을 방문하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 = SK)


SK텔레콤은 빅데이터 기반 문자 마케팅 서비스인 ‘티딜’(T-Deal)을 전국 중소상공인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온라인 결제나 배송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중소상공인들이 비대면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오는 20일까지 서비스 이용 신청 접수를 받고, 선정된 중소상공인들은 티딜 서비스를 마케팅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또 SK텔레콤은 판매 성과에 따라 배분되는 수익금을 전액 사회 환원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SK그룹은 종로구 서린동 본사 주변의 식당 등 중소상인들을 돕기 위해 구내식당을 주 1회 중단하고 직원들의 외식을 독려하고 있다. 이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내수 진작에 힘을 보탠다는 차원에서 제안하고 약속한 것을 실천하는 조치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 회장의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하며 청와대도 주 1회 내부 식당 대신 외부에서 식사하도록 했다.

롯데그룹 역시 롯데월드타워 내 직원식당을 이용하는 입주사들을 대상으로 요일을 정해 외부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권장했다. 이러한 조치는 직원식당의 밀집도를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어 코로나19 확산 예방에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앞줄 오른쪽)이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경상북도 구미시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을 지난 3일 방문해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재계 리더들,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 전해

코로나19는 매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상태다. 재계 리더들은 성실히 함께 힘을 합치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는 메시지들을 전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조 6천억 원의 상생 지원자금을 마련하면서 “국민의 성원으로 시작한 삼성은 지금 같은 때 마땅히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해야 한다. 이번 일로 고통을 받거나 위기 극복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을 위해 미력이나마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12일에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글로벌 계열사 및 협력사 임직원과 가족들을 위한 격려 물품을 마련해 보내면서 "모두가 힘을 모으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주변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서로를 응원하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활짝 웃으며 마주하자"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3일 ‘임직원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우리 모두 이번 위기상황 또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갖고 보다 의연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일사불란하게 비상 대응에 최선을 다하면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그룹의 기초체력이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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