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일본(인)을 이해하는 가장 주요한 키워드를 '종교'로 보고, 일본 주요 종교의 역사와 전개, 특성, 그리고 그것들이 일본인의 삶과 문화 속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등을 폭넓게 조망한다.
이 책은 먼저 일본 문화와 일본 종교의 특성으로 집단주의, 종교의 중층성, 무종교성, 상대주의에 대해 살펴보는데, 그 근저에는 현세주의적이고 우키요(浮世)적인 삶의 태도가 놓여 있다고 본다.
이어 일본의 민속 종교인 신도에 대해, 일본에 유입된 많은 외래종교 속에서도 오늘날까지 신도가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신도가 종교라기보다 일본인의 생활관습이고 국민정신으로서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라고 고찰한다.
일본 종교의 특징인 신불습합(神佛習合)에 대해서는 정책상의 신불분리에도 불구하고 신불(神佛)의식이 일본인의 정신과 일상 속에서 오늘날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살펴본다.
외래 종교인 불교의 일본화는 가마쿠라 시대에 본격적으로 일어났는데, 이 시기에 말법사상이 성행하면서 염불사상이 크게 성행하였다. 여기엔 호넨의 정토종을 비롯하여 신란의 정토진종, 잇펜의 시종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에이사이의 임제종과 도겐에 의해 본각사상에 의거한 조동종이 일어나 현세적인 일본 선종을 형성했으며, 니치렌은 법화사상을 일본식으로 변용하여 니치렌종을 일으킨다. 이들 종파는 모두 일본적인 문화풍토 속에서 나왔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일본에 전래된 그리스도교는 오다 노부나가 때까지만 해도 교세를 넓혀갔으나,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의 에도 막부 치하에서 극심한 탄압을 받고 숨어 지내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특히 그리스도교가 일본에 전래되어 성장했다가 잦아드는 과정을 상세하게 추적했다.
기독교가 뿌리 내리지 못한 이유를 엔도 슈사쿠 작품으로 분석
이어서 일본 근대가 시작되는 메이지 유신 이후 정치사의 전면에 등장한 천황제와 일본 종교의 관계를 다룬다. 특히 일본의 전통 속에 이어져온 신도를 국가 차원에서 천황제와 결합한 국가 신도의 형성, 그 과정에서 나타난 신불분리 정책과 국체 개념에 대해 주목했다.
다음으로는 조선으로부터 전해진 주자학이 일본 신도와 결합하여 일본 특유의 국학(國學)과 고학(古學)으로 변용되는 과정, 그리고 일본 주자학의 해체와 근대화와의 관계를 다루며, 아울러 조선의 실학과 근대화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리고 따로 한 장을 마련하여 일본 그리스도교가 왜 일본에서 뿌리 내리지 못하고 박해받았는가를 엔도 슈사쿠의 작품들을 통해 조명했다.
마지막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종교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인 신(흥)종교의 발생 배경과 전개 양상, 그리고 문제점들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하고 있으며, 아울러 한국 신흥 종교와도 비교하고 있다.
저자 최현민은 가톨릭 수도자(사랑의 씨튼 수녀회 소속)로, 수녀회에 입회하기 전에는 과학도의 길을 걷다가(이화여대와 연세대에서 생물과 생화학 전공), 과학으로는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어 종교의 길로 방향을 바꾸었다. 수녀회에 들어와 종교학을 공부하면서(서강대 대학원 종교학 석사 및 박사), 그리스도교와 불교 간의 대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현재 서강대에서 일본 종교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불성론 연구’, ‘불교와 그리스도교, 영성으로 만나다’가 있다.
최현민 지음 / 자유문고 펴냄 / 424쪽 / 2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