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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내세우던 스타벅스에 일회용품 원위치?

코로나19發 플라스틱 부흥 … 유통업계, 친환경 전략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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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옥송이⁄ 2020.05.20 15:57:36

코로나19 여파로 늘어난 재활용 쓰레기.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 야적장에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일득일실(一得一失.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최근 빚어진 방역과 플라스틱의 상관관계가 그렇다. 거리 두기 등 생활 방역에 집중한 결과 코로나19의 확산세는 잦아들었지만, 일회용품·플라스틱 배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온라인 쇼핑·배달 수요가 증가한 탓이다. 하지만 전염병 창궐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을 터, 유통업계 책임론도 일고 있다. 제품 생산과 전달 과정에서 일회용품을 남용해, 손쉽게 사용하고 버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절감한 일부 기업들이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카페·식당에 다시 등장한 일회용기 … “위생 문제가 중요한 시국”

“매장에서 드시고 가시나요? 머그컵 괜찮으신가요?”
“네, 죄송하지만 일회용 컵에 부탁드려도 될까요?”

19일 연희동의 한 커피전문점. 당당한 일회용품 요구에도 불구, 돌아온 직원의 대답은 ‘예스’다.

어찌 된 영문일까. 커피전문점 등의 식품접객업소는 환경부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2018년부터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됐다. 위반할 경우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돼, 이 업계 머그컵 제공은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19일 찾은 연희동의 한 커피전문점.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가능해졌다. 사진 = 옥송이 기자 


자취를 감췄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부활한 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다. 비말(침방울)을 통한 감염을 우려해 머그컵 사용 대신 일회용 컵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에 이르자 환경부도 해당 규제를 일시 제외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3일부터 공항과 기차역, 터미널 등 인근의 식품접객업소에 한해 한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하고, 지자체장 판단에 따라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은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소비자가 요구할 경우 일회용 컵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빨대가 필요 없는 리드(뚜껑)·종이 빨대를 업계 최초로 도입하며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을 펼쳐온 스타벅스 역시 마찬가지.

스타벅스 관계자는 “전염병 감염 우려가 큰 상황이기에, 한시적으로 일회용 컵을 제공하고 있다”며 “기존의 친환경 기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잦아들면 기존 정책대로 머그컵 제공 등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난 건 비단 커피전문점만의 일이 아니다.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수요가 늘면서 배송 포장재와 일회용품 사용이 폭증했고, 지난달 총선에서는 수많은 비닐장갑이 유권자 손에 끼워졌다가 채 몇 분이 안 돼 버려졌다. 소독제 등의 위생용품을 더하면 폐기물은 더 늘어난다.
 

SSG닷컴은 재사용할 수 있는 보랭 가방 ‘알비백’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 SSG닷컴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언급되던 플라스틱이 생활 속 전염을 막는 방역 수단이 된 것이다. 그 결과 분리수거 쓰레기양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된 지난 2~3월,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나온 재활용 쓰레기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가량 증가했다. 배출량은 늘어난 반면, 재활용품 가격은 하락해 선별 업체 및 자원순환센터는 재활용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통업계, 친환경 보랭제·생분해성 포장재 교체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부 유통업체들이 ‘친환경 대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어차피 일회용품을 사용해야 한다면, 자연이 덜 아프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업체들이 이 같은 행보를 택한 이유는 최종적으로 폐기물을 배출하는 것은 소비자지만, 유통업계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제품 포장과 배송 과정에서 일회용품을 남용해 소비자들이 무심코 사용하고 버리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SSG닷컴은 재사용할 수 있는 보랭 가방 ‘알비백’을 제작해 새벽배송 첫 주문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사 측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주문 분석 결과, 알비백 도입 이후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 등 일회용 포장 용품 약 80만 개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신세계TV쇼핑은 물·이산화탄소·토양무기질로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 = 신세계TV쇼핑 


지난달부터는 종이 형태의 온라인 주문확인서 발급을 중단하고, 모바일 주문서로 일괄 전환했다. 사 측은 매달 A4용지 250만 장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달 1일부터는 광합성 미생물을 주입한 ‘친환경 아이스팩’도 도입했다. 신세계TV쇼핑도 물·이산화탄소·토양무기질로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플라스틱·스티로폼 사용 제로화에 도전한다. 그룹 차원의 필(必)환경 프로젝트 ‘그린 패키지(Green Package)’를 가동하고, 전 계열사에서 소비하는 플라스틱과 스트로폼의 연간 사용량을 각각 393톤, 66톤씩 줄일 계획이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약 1088톤을 줄여 30년산 소나무 16만여 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다.

롯데쇼핑은 재활용 종이 포장재와 생분해 친환경 충전재, 물로 만든 보랭제 사용을 확대했다. 롯데백화점은 기존 부직포 포장재를 피크닉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는 보랭 에코백으로 바꿨고, 오는 추석 때부터는 정육 제품의 플라스틱·스티로폼 보랭 포장재를 모두 종이로 교체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린 패키지(Green Package)’ 프로젝트를 통해 플라스틱·스티로폼 사용 제로화에 도전한다. 사진은 뽁뽁이없는 면세품을 박스에 담는 모습. 사진 = 현대백화점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지난달 29일부터 5월 13일까지 SNS를 통해 ‘그린홈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른바 ‘새활용’을 위해서다. 새활용은 버려지는 제품을 재활용하는 재활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 전혀 다른 제품으로 재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업계 전반에 걸쳐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새활용 프로젝트는 불가피하게 일회용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뜻깊게 활용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며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을 고객이 직접 환경적 가치가 높은 물건으로 재탄생시키고, 그 방법을 공유함으로써 친환경을 실천하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고객이 직접 새활용하는 '그린홈 만들기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사진 =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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