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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대면은 곧 노동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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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8호 이될순⁄ 2020.05.28 09:16:39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고용보험의 대상 범위를 일하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TV)

 

코로나19 이후 카드업계 취재를 하면서 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쓴 ‘노동의 종말’이 떠올랐다. 책 ‘노동의 종말’은 기술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고자, 기존에 진행됐던 산업혁명을 순차적으로 설명한다. 농민이었던 흑인 노동자들은 목화 따는 기계의 발명으로 일자리를 잃었고, 그 후엔 컨베이어 벨트에 자리를 뺏겼다. 그들은 다시 영업사원과 마케터 등의 서비스 업종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그 자리엔 고학력 백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최근 코로나19가 불러온 ‘노동의 종말’은 비대면, 온라인, 무인화로 인해 나타나는 고용 문제다. 사람이 하던 일이 기계로 대체되거나 온라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엔 사람 대신 로봇이나 무인화 기기 등의 설치가 늘고 있다.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확장세에 제동을 걸었다. 롯데마트는 고용인원을 5년 전 점포당 117명에서 104명으로 11%로 줄였고 이마트도 직원을 줄이고 있다.

카드업계에는 카드를 모집하는 카드 모집인 수를 줄이고 있다. 온라인 카드 발급이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용카드 모집인 수는 1만 141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년 전인 2018년 3월 말(1만 5775명)보다 27.5% 감소한 규모다.

사실 사람이 하던 일이 기계나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현상은 최근에 벌어진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산업 전반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이 일 할 때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이 현상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더욱 극적으로 바꾸고 있다. 10년 뒤에 벌어질 일이 1달, 2달 만에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는 3월 신종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가 적게는 530만 개, 많게는 2470만 개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연구원이 고용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 3월에 사라진 일자리들을 분석해 봤더니, 3월에 취업 상태였던 사람이 2월보다 22만 9000명 줄어들었다. 그중에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은 사람이 무려 18만 7000명이었다. 이번 경제 충격에서 맨 처음 줄어든 일자리의 82%가 고용보험이 없는 사람들에 집중됐다.

특히 임금근로자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은 10명 중 7명 정도만 고용보험에 가입돼있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기간을 정하지 않고 계약해서 일하는 비기간제, 그리고 일용직 근로자들의 가입률이 낮은 편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고용보험의 대상 범위를 일하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소득파악과 보수산정기준 마련, 입법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말이 나온 김에 끝까지 논의해서 답을 찾아야 한다. 비대면과 언택트 시장의 성장보다도 고용 사각지대에 놓인 일용직, 프리랜서 근로자들의 일자리 보호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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