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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업체들, ‘유전자 분석 서비스’ 나선 이유는?

유전자·맞춤형 화장품 시대 개막…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적극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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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9호 옥송이⁄ 2020.07.08 14:45:55

명동에 위치한 '아이오페랩' 전경. 사진 = 옥송이 기자 


지난 2013년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을 절제해 주목받았다. 치료 목적이 아닌 ‘예방 차원’에서 유방절제술을 받았기 때문. 이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그의 선택에는 ‘유전자 분석’이라는 근거가 있었다. 분석에 따르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에 달했고, 수술 이후에는 5%로 떨어졌다. 이처럼 ‘조기 진단’을 통해 질병 치료에 사용되던 유전자 분석이 화장품 분야에도 도입된다. 타고난 피부를 파악해 ‘미래’를 대비하고, 맞춤형 제품으로 ‘현재’를 개선하는 식이다. 여러 국내 업체들이 유전자 분석 맞춤형 화장품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그 선두주자 격인 아이오페랩을 찾아 관련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봤다.

맞춤형 화장품, ‘현재 내 피부’ 개선한다

‘58점’. 수학시험에서 30점을 받아도 괜찮았는데, 이건 꽤 슬프다. 이 수치는 다름 아닌 현재 내 피부 점수다.

지난달 25일 찾은 명동 아이오페랩(IOPE LAP). 실험실을 방불케 하는 백색의 ‘피부진단룸’에서 말갛게 세수한 얼굴을 기계에 맡겼다. 요리조리 촬영도 하고, 큐토미터(Cutometer)라고 하는 조그만 녀석으로 탄력 측정도 했다.
 

피부 진단 결과를 설명받는 모습. 사진 = 옥송이 기자 


솔직히 80점은 기대했다. 아직 20대라 그쯤은 쉽게 나올 줄 알았더니 겨우 반타작을 넘긴 수준이다. 보편적인 9가지 피부 고민 가운데 개선이 필요한 항목만 ‘색소침착·멜라닌·포피린·탄력’로 총 4개다. 어렵게 보이지만, 알아듣기 쉽게 풀이하면 ‘주근깨 집중관리, 여드름 주의, 탄력 관심 필요’ 정도로 요약된다.

비관적인 결과표를 받았지만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게 아이오페랩 측의 설명. 아이오페랩 고은비 연구원은 “계절, 호르몬, 수면 상태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현재의 피부 상태는 변한다”며 “‘잘 먹고 잘 자는 것’과 같은 생활습관만 바꿔도 피부는 좋아진다. 이너뷰티가 병행돼야 피부가 건강하고, 결국 거울 속에 비친 피부는 지금까지의 생활습관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는 연구원 설명에 희망을 품고 2층 ‘커스텀 뷰티랩’으로 향했다. 전문가 진단에 따른 ‘3D 맞춤형 마스크’를 제작하기 위해서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얼굴 골격을 촬영한 뒤, 피부 상태에 맞게 이마·눈가·코·볼·턱 등 부위별 효능 성분을 달리 선택했다. 3D프린터를 통해 즉석에서 하이드로 겔 마스크가 금세 완성됐다.

 

조제관리사들이 3D마스크 및 세럼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 = 옥송이 기자 


아이오페랩 관계자는 “팩 제작은 3D프린팅 마스크팩 제조기기가 한다”며 “앞서 측정한 얼굴 골격에 맞춰 만들어지기 때문에 들뜸 없이 밀착되며, 부위별 효능을 달리한 맞춤형 화장품이기에 피부 개선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뷰티社들, 유전자 연구 도전장

지난 5월 재개장한 아이오페랩은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이곳의 백미는 단연 ‘유전자 분석’이다. ‘피부 미래 솔루션 프로그램’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피부에 대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피부유전자 13종은 물론, 헬스케어 유전자까지 총 26개 유전자를 다각도 분석해 효율적인 피부 건강 관리 방법을 알려준다.
 

얼굴 골격에 맞춰 완성된 '랩 테일러드 3D 마스크팩'. 사진 = 옥송이 기자 


아이오페는 해당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지난 2014년부터 무료 피부 진단 서비스를 통해 5000명 이상의 고객 피부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이어 2016년, 유전자 분석 전문기업인 테라젠이텍스와 협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유전자 연구에 돌입했다.

 

관계자는 “그동안 쌓아온 고객 피부유전자 데이터에서 상관성을 발견했고, 테라젠이텍스와 공동 개발한 유전자 분석 키트 ‘지노 인덱스’에 반영한 것”이라며 “작년까지는 연구를 목적으로 무료 피부측정 서비스를 진행했고, 올해 처음으로 비즈니스화 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선도적으로 유전자 분석·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국내 대기업 및 굵직굵직한 뷰티기업들을 중심으로 해당 서비스가 진척을 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더마 브랜드 CNP의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사진 =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은 지난 2016년 유전자 분석업체 마크로젠과 합작법인 ‘미젠스토리’를 설립했다. 미젠스토리는 피부 탄력·노화·색소침착과 모발 탈모·굵기 등에 대한 유전자검사를 진행해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는 유전자 데이터 수집·구축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미젠스토리를 통해 장기적으로 축적된 유전자 데이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유전자 기반의 맞춤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잇츠한불은 지난 2017년 유전체 분석회사 DNA링크와 MOU를 체결했다.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제조업자 개발생산) 기업 한국콜마 역시 유전체 분석 회사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와 함께 맞춤 화장품 생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사진 = 한국콜마


뷰티에 등장한 유전자 분석, 왜? “미래 예측하고 준비하기 위해서”

질환 조기 진단 및 예방, 친자 확인 등을 목적으로 사용되던 유전자검사가 뷰티업계에 등장한 이유가 뭘까.

한 뷰티 업계 관계자는 “사람마다 갖고 태어난 피부가 다르기에, 천편일률적인 시중 화장품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에 따라 최근 1대1 맞춤형 솔루션을 원하는 고객들이 늘었다. 뷰티 업계도 이에 발맞춰 맞춤형 화장품 고민하기 시작했고, 나아가 타고난 피부특성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공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전자 정말 중요하다. 피부 상태야 매번 변하지만, 타고난 유전자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부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어떻게 늙어갈지 그 사람의 미래가 보인다”며 “즉 유전자를 분석한다는 건 피부 ‘미래’를 예측하고 건강하게 나이들 준비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맞춤형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은 부족하게 타고난 부분을 채우고, ‘현재’를 보완해 나가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진 = 연합뉴스 


피부 유전자 분석을 기반으로 제작될 ‘맞춤형 화장품’은 이미 제도화 절차를 밟았다.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제도를 공식 발효했다. 이에 앞서 2월에는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진단결과에 따라 화장품 원료 혼합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는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 자격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국가 차원에서 맞춤형 화장품 육성에 뛰어든 만큼, 해당 분야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제도화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세계최초라고 볼 수 있지 않나. 제도가 생기면 일단 활성화되기 시작한다”며 “단, 지난 첫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 시험의 경우 실기시험이 없어 전문성 논란이 있었기에 실기부문이 보완돼야 한다. ‘나’에 입각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뷰티 업계의 유전자 분석과 맞춤형 화장품은 향후 화장품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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