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9호 옥송이⁄ 2020.07.04 07:51:43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바꿨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각종 문화 행사가 취소되고, 공연장, 미술관, 갤러리도 휴관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하지만 사람들의 문화 향유는 멈추지 않았다. 오프라인을 대체해 온라인, 방송 등으로 문화를 소비하는 언택트(비대면)족을 겨냥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마련됐다. 더 나아가 온라인을 통해 외부와의 연결(on)을 꾀하는 문화 '온택트(untact + on)' 시대가 도래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제의 무대도 온라인으로 옮겨 갔다. 관객이 밀집하는 영화제 특성상, 전염병에 취약하기 때문. 아모레퍼시픽이 후원하는 ‘미쟝센 단편영화제’ 역시 올해는 관객안전을 위해 온라인 상영으로 진행됐다. 비록 언택트(Untact) 행사지만, 단편영화를 알리고 신인 감독과 배우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만큼은 ‘온(on)’이다.
관람객 밀집은 ‘OFF’, 참여 열기는 ‘ON’ … 총 1197편 최다출품
화려한 레드카펫도, 뒷말 낳는 배우들의 패션도 만날 수 없다. 다만 하나는 확실히 있다. 영화제의 본질, 영화다. 지난 25일부터 7월 1일까지 펼쳐진 아모레퍼시픽의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예년과 달리 온라인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관객이 밀집하는 ‘축제’의 요소가 배제된 대신, 올해 볼거리는 단연 ‘작품’에 집중됐다. 총 1197편이 출품되며 역대 최다 작품 수를 기록한 것. 이 가운데 21: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55편만이 네이버TV ‘미쟝센 단편영화제 MSFF’ 채널을 통해 유료 공개됐다.
선정작품은 비정성시(사회문제 부문),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멜로 드라마), 희극지왕(코미디), 절대악몽(공포와 판타지), 4만 번의 구타(액션, 스릴러) 등 다양한 섹션 별로 선발됐다. 아모레 측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9시 30분 기준, 총 1만 3580건의 유료결제 건수를 기록했다.
비대면 진행임에도 출품 열기·랜선 관객들의 호응이 이어진 이유는 그간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다져온 역할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시작한 이 영화제는 다소 생소한 분야로 인식되던 ‘단편영화’를 대중에게 알리고, 신인 감독·배우를 발굴해왔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문화 후원 활동은 블록버스터급 ‘주류’ 분야에 집중되기 마련이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상대적으로 주목받기 힘든 분야인 단편영화를 꾸준히 후원하며 한국 영화 산업 발전의 초석을 다져왔다”고 설명했다.
영화 ‘명량’의 김한민, ‘곡성’의 나홍진,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 등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 감독들이 미쟝센 단편영화제로 데뷔했다. 류혜영, 안재홍, 최우식, 한예리 등 신예 개성파 배우들도 해당 단편영화제 출신이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통해 데뷔한 감독들이 다시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데, 올해는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2004년 최우수작품상 수상), ‘검은 사제들’, ‘사바하’의 장재현 감독(2014년 최우수작품상 수상)이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를 총괄했다.
아모레퍼시픽 안세홍 대표이사 사장은 “새로운 생각과 방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한다면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믿는다.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배출한 감독들이 세계 무대에서 우리 영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듯이, 앞으로도 영화계와 영화인들이 더 넓은 세상을 향한 꿈을 마음껏 펼쳐나갈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영화제 진행에 ‘관객-영화인 직접 소통’ 아쉬움도
영화인들이 공들여 만든 작품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뚫고 관람객 앞에 서긴 했지만, 온라인 영화제로 진행된 만큼 아쉬움도 지적된다. 영화제의 꽃인 관객과 영화인의 직접 소통이 예년처럼 진행되지 못한 것.
아모레 측은 “관객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생활 속 거리두기’의 적극적인 동참을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며 “장르별 상영 감독들이 영화에 대해 진솔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눈 온라인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 배우 스페셜 GV 등이 네이버TV 미쟝센 단편영화제 MSFF 채널에서 제공됐다”고 설명했다.
집행위원장 이경미 감독은 “코로나로 힘든 시기지만 어떤 방식이라도 관객과 영화는 소통할 수 있으니 모두 힘을 잃지 말고 단편영화를 즐겨봐 주셨으면 한다”고 관객과 후배 감독들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