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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삼성전자·현대건설 등, 스마트 ‘실내텃밭 농사’ 나서다

환경오염·바이러스 없는 '미래 농업'...글로벌 시장 22조 원 대 커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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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0호 윤지원⁄ 2020.07.11 20:30:43

코로나19로 인해 바이러스와 같은 해로운 오염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믿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LG전자, 삼성전자, 현대건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청정 먹거리 재배를 가능하게 하는 실내 텃밭 기술을 상용화 하는 데 노력하고 있어 주목된다.

LG전자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공개한 프리미엄 식물 재배기. (사진 = LG전자)

7월 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 주관한 제24회 ‘농림식품산업 미래성장포럼’이 개최됐다. ‘식품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 푸드테크’를 주제로 한 이날 포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이날 포럼은 식품과 첨단기술을 융합한 푸드테크(Food-Tech)가 최근 식품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더욱 관심받는 푸드테크의 전망과 발전에 관해 산·학·연이 함께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대체식품, 메디푸드 등등 여러 가지 이슈가 논의됐는데, 특히 4차산업혁명 기술이 융합된 푸드테크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큰 공감을 얻었다. 농촌경제연구원 박미성 연구위원은 ‘푸드테크 비전과 과제’라는 주제로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 농업 기술에 관해 발표하면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 2020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 등이 나란히 선보인 가정용 식물 재배기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가 지난 1월 CES 2020에서 관람객들에게 식물 재배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LG전자)

LG전자, 가전의 미래로 ‘실내재배기’ 제안

LG전자가 CES 2020에서 소개한 식물 재배기는 집 안, 즉 실내에서 다양한 채소를 손쉽게 재배할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이다.

LG전자는 전통적인 백색가전인 세탁기, 냉장고, 에어콘을 넘어 스타일러(의류관리기), 공기청정가습기, 맥주제조기, 피부관리기 등 ‘신가전’의 영역을 꾸준히 넓혀 나가며 글로벌 가전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데, 식물재배기 역시 미래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제안이라 할 수 있다.

LG전자 식물 재배기는 냉장고처럼 생겼다. 아닌 게 아니라, 냉장고처럼 제품 내부 공간의 온도를 자동으로 정밀하게 제어하고 유지하는 LG전자 디오스 냉장고의 기술이 적용됐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인 LG전자 인버터 기술로 상황에 따라 컴프레셔의 동작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이를 통해 채소의 발아와 성장에 적합한 최적의 온도를 자동으로 제어, 유지하며 신선하고 깨끗하게 필터링 된 공기를 공급한다.

날씨에 따라 변덕스런 햇빛 대신 햇빛을 닮은 LED 조명의 파장과 광량을 조절해 채소의 광합성에 부족하지 않은 일조량을 제공한다. 채소 성장에 꼭 필요한 물도 알아서 정확하게 공급하는데, 이러한 급수 제어 기술은 LG 퓨리케어 정수기를 만들던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 개발했다. 또 식물의 줄기가 튼튼해지기 위해서는 적당한 바람도 필수다. LG 휘센 에어컨의 공조 기술은 제품 내부 공기의 흐름을 최적화한다.

씨앗·토양·비료 등 채소 재배를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된 ‘일체형 씨앗 패키지’를 식물재배기 안의 선반에 넣고 문을 닫으면 채소 재배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삼성전자의 모델들이 삼성전자가 CES 2020에서 공개한 식물 재배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외부 악영항 차단한 ‘실내재배기’의 장점

이 식물재배기는, 일조량과 온도, 급수 등을 모두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과 계절에 크게 영향받는 일반 텃밭과 큰 차이가 있다. 두바이에 사는 사람도, 알래스카에 사는 사람도 언제나 먹고 싶은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

게다가 밀폐된 도어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오염, 병충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싸고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며 베란다 텃밭을 시도했다가 집안이 초파리 천국이 되는 바람에 포기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기적 같은 제품이다.

실내재배기가 뭐든 다 자동으로 제어해 주므로, 농업이나 작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도 언제나 맛있는 채소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렇다고 씨앗(패키지)을 심은 농부는 수확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식물재배기와 연동되는 전용 스마트폰 앱이 있어 이를 통해 채소의 생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품을 제어할 수도 있으며, 재배 단계별로 유용한 정보나 수확 시기 등도 알려준다.

LG전자는 로메인 상추, 케일 등 식물재배기로 키울 수 있는 채소를 약 20여 종 준비했다. 재배 선반은 총 4개로, 잎채소, 새싹 채소, 허브 등 선반마다 비슷한 채소를 같이 키울 수 있는데, 선반을 모두 이용해서 한꺼번에 키울 수 있는 채소는 24종이다. 새싹채소는 약 2주, 잎채소는 약 4주, 허브는 약 6주 정도면 모두 자란다.

삼성전자의 식물재배기도 이와 비슷하다. LED 조명기술, 냉장고의 정밀 온도 제어 기술, 에어컨의 공조 기술, 정수기의 급수 제어 기술 등이 융합된 제품이다. 다만, LG전자 제품과 다른 점은 급수하는 방식이 물을 분사하듯 뿌린다는 점, 평소엔 창문이 불투명하다가 사용자가 접근하면 투명해진다는 점 정도다.
 

교원웰스에서 시판 중인 가정용 식물 재배기 '웰스팜'. (사진 = 교원웰스)

중소기업 제품 및 기업형 스마트팜 이미 상용화

두 회사 제품 모두 스탠드형 냉장고를 닮은 모양을 채택하고, 빌트인 냉장고, 와인셀러 등과 나란히 배치하며 소개했으며, ‘프리미엄 가전’ 카테고리에서 프리미엄 냉장고보다 조금 높은 가격대로 출시될 전망이다. 다만, 두 제품 모두 소개된 지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식 출시 시기를 예상할 수 없는 초기 시제품 단계다.

이런 스마트 식물재배기를 내놓은 건 LG전자가 처음이 아니다. 국내만 해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몇몇 제품이 이미 출시되어 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의 가전제품 제조 및 렌탈 업체인 교원웰스는 이미 2017년에 식물재배기 ‘웰스팜’을 출시했으며, 지난 5월에는 새싹재배기까지 내놓으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또,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은 지난해 ‘시티팜’을 내놨다.

이들 중소기업 제품은 LG, 삼성과 달리 테이블이나 싱크대 위에 놓고 쓸 수 있는 소형 제품이라는 점에서 다르지만 일반 가정용 제품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스마트팜’이라고 하는 도심형 실내 농장 시스템의 가정용 축소판이다.

스마트팜은 미세먼지나 환경오염,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대에 믿을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지며 다양한 방법으로 활발하게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팜은 앞서 소개한 식물재배기를 방 한 칸, 또는 건물 한 층, 또는 아예 건물 한 동의 규모로 조성해 채소를 대량으로 재배하는 채소 공장이다.
 

미국의 스마트팜 스타트업 '플렌티'(Plenty)의 실내 수직 농장 모습. (사진 = Plenty)

환경 파괴 없는 ‘농업의 미래’

빛, 공기, 물, 양분, 온도 등 농사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를 첨단기술로 정밀하게 제어하는 동시에 오염이나 병충해와 같은 위험 요소는 철저하게 배제한다. 외부 오염 요소 유입이 최소화되는 만큼 농약을 쓸 필요도 없고, 따라서 토양 오염이 발생하지 않고, 무분별한 농지 개발과 같은 환경 파괴 행위도 줄일 수 있다.

양분과 물의 공급을 필요한 만큼 공급할 수 있어 토양을 무겁게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빛을 충분하게 조절할 수 있어 채소의 웃자람 없이 풍성하게 재배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은 LG전자 식물재배기처럼 재배 선반을 다층으로 쌓는 구조를 가능하게 하고, 단위 면적당 채소 생산량이 일반 토지 농사에 비해 몇 배 많다. 스마트팜을 ‘버티컬 팜(수직구조의 농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다.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밀, 쌀, 옥수수, 콩 같은 인류의 주식 생산량은 줄어들게 된다는 연구 발표도 나온 바 있다. 곡물 70% 이상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심각한 식량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농업이 직면한 이러한 심각한 문제들로부터 스마트팜은 자유로운 편이어서, 미래 대안적 농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환경을 통제하므로 사막, 극지방 등 지역, 계절과 무관하게 작물을 재배할 수 있고, 태풍, 홍수, 가뭄 같은 기상 상태로부터도 비교적 안전하게,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작물을 키울 수 있다. 이모작, 삼모작 개념을 넘어 100% 연속 생산이 가능하고, 작물별로 맞춤형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 계획 생산이 가능하며, 맛과 영양 등 작물의 품질을 높일 수 있고, 생장 속도도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UAE 같은 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토 80%가 사막으로 농업 불모지나 다름없는 UAE는 매년 농산물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최근 정부가 ’국가식량안보전략‘을 수립하고, 실내 농업기술을 3대 중점 지원 농업분야로 선정했다.

이케아와 폼스튜디오가 제안하는 이동식 스마트팜. 자율주행 플랫폼을 스마트팜으로 꾸며 대형 메이저 마켓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시 외곽 소외계층에게 신선한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사진 = Foam Studio)

이에 2017년 UAE 최초로 ’Badia Farms’라는 스마트팜을 열고 빠르게 상용화를 추진했다. 이어 2018년에는 한 스마트팜 스타트업에 미화 150만 달러 가량을 투자하고, 미국 농업 기업‘크롭원’(Crop-One)과 미화 4천만 달러 규모의 합작 투자로 두바이에 세계 최대 규모인 1만 2000㎡ 규모의 스마트팜을 조성하기도 했다. 

스마트팜 설치 조건은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실내면 된다. 농장인데도 토양의 질, 토지의 면적, 일조량 등에서는 자유롭다. 따라서 도시 인근, 도심 한복판, 터널, 지하실 등에도 조성 가능하며, 이는 유통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더욱 신선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더욱 싸게 공급할 수 있다.

심지어 ’소비자를 찾아가는 텃밭‘도 가능하다. 이케아 산하 연구소 ‘스페이스10’(Space10)은 몇 년 전 디자인 스튜디오 ‘폼 스튜디오’(Foam Studio)와 자율주행 자동차의 다양한 활용법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한 바 있는데, 그중 자율주행 플랫폼의 차량을 아예 스마트팜 겸 매장으로 꾸미는 아이디어가 포함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주로 부촌 가까이에 형성되는 양질의 먹거리 시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도시 변두리의 사회적 약자나 저소득층 소비자에게도 건강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값싸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
 

현대건설의 'H클린팜'. (사진 = 현대건설)

지하철·아파트에도 ‘스마트팜’ 생겨나

스마트팜은 미래의 얘기인 것만 같지만, 알고 보면 우리 주변에 제법 가까이 조성되어 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도역과 답십리역 역사 내에는 ‘메트로 팜’이라는 실내 채소 농장이 마련되어 있다. 지난해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농업법인 ‘팜에이트’(Farm8)가 공동으로 구축한 스마트팜이다.

상도역 메트로팜의 경우 연면적 394㎡ 규모로 조성되어 있으며 청정채소를 재배하는 ‘실내수직농장’ 외에도 로봇이 파종-수확까지 관리하는 ‘오토팜’, 그리고 이들 메트로팜에서 기른 작물을 재료로 청정 샐러드를 만들어 파는 ‘팜카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메트로팜은 또 청정식재료를 기르고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생태 감수성을 높이고, 미래형 농업을 직접 견학하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적 목적도 수행한다.

한편, 현대건설은 지난 6월 9일, 아파트 단지 안에 ‘H 클린팜’이라는 수직형 스마트팜을 조성해 입주민들에게 청정 채소를 공급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제안하는 ‘H 클린팜’은 상도역의 ‘메트로 팜’처럼 외부와 완벽히 차단되어 통제되는 재배실 외에도 어린이 체험 교육이 가능한 공간, 수확 후 바로 먹을 수 있는 준비실 등을 갖춰 공동주택 주민들의 교육 및 소통의 장으로도 활용되게 했다.

전문 LED 모듈, 앱 원격 모니터링, 항온·습도 최적화, 스마트팜 전용 양액 자동주입기 관리 등의 시설관리는 스마트팜 시설 운영 전문 협력사가 담당하고, 입주민 자치회가 단지 어린이집 수확 체험이나 건강 샐러드 만들기 같은 기획과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컨설팅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또, 현대건설은 ‘H 클린팜’에 단위면적당 최대한 많은 엽채류 재배가 가능할 수 있도록 초밀식 자동화 재배 기술을 도입하고, 세계특허도 출원했다.

현대건설은 현재 ‘H 클린팜’ 최적화를 위해 시범 운영 중이고, 향후 분양하는 디에이치, 힐스테이트 단지 및 오피스텔 등에 선택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팜에이트의 스마트팜 내부. (사진 = 팜에이트)

2년 뒤 시장 22조 원 규모로 성장

대기업들이 이처럼 ‘스마트팜’을 비롯한 식물 재배기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건강한 먹거리’의 미래가 곧 거대한 이윤을 가져다 줄 기회와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대규모 감염병 등의 이슈로 인해 환경, 보건, 식량 등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지난 6월 30일 이노션의 빅데이터 연구소 ‘데이터커맨드센터’는 ‘지속 가능성을 넘어 생존 가능성’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온라인 검색어 상위권을 휩쓴 키워드는 지구온난화(8466건), 농업(3626건), 식량(1945건) 순으로, 환경과 건강,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메프의 1~5월 매출 동향에 따르면 식재료 자가 재배와 관련된 제품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 상추 모종은 36.8배, 텃밭 화분은 10.5배, 콩나물 재배기는 6.4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 특히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극심했던 지난 3~4월의 매출 증가세가 큰 폭으로 올랐다고.

이러한 관심 속에 관련 시장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박미성 연구위원은 “최근 5년 사이 세계 푸드테크 시장은 연평균 7%씩 성장 중에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은 세계 식물재배기 시장은 오는 2022년 약 184억 달러(약 22조 27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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