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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에 맛집” … T맵·카카오맵의 맛집 서비스, 왜 이렇게 달라?

빅 데이터의 객관성 내세운 T맵 vs 사용자 콘텐츠와 공유 중시한 카카오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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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0호 윤지원⁄ 2020.07.20 10:00:54

SK텔레콤이 T맵을 이용한 맛집 소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간 1800만 명이나 되는 내비게이션 사용자의 실제 방문 기록을 모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 배제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새 서비스의 주된 포인트다. 한편, 내비게이션 사용자 수 2위의 카카오맵의 맛집 정보는 객관성과 신뢰도보다 사용자의 평가와 리뷰를 다른 사용자와 쉽게 공유, 검색하고, 각자가 이를 맘대로 관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개성 차이가 뚜렷하다.
 

SK텔레콤은 T맵 빅데이터에 기반해 맛집 정보를 제공하는 'T맵 미식로드'를 선보였다. (사진 = SK텔레콤)


SKT, T맵 빅데이터 기반 ‘T맵 미식로드’ 출시

SK텔레콤은 지난 5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맛집을 추천하는 ‘T맵 미식로드’를 출시했다.

SK텔레콤은 “리뷰나 별점이 아닌 실제 방문 데이터를 분석해 믿을 수 있는 맛집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신뢰할 수 있는 맛집’을 고객에게 추천하여 식문화 소비 편의를 높이고자 했다는 것.

‘T맵 미식로드’가 신뢰도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내세운 것은 ‘음식점 방문 데이터’이다. 국민 내비게이션이나 다름없는 T맵에 수년간 누적된 수많은 사용자들의 수많은 방문 데이터를 분석했다는 것.

대개의 맛집 소개 또는 맛집 랭킹 서비스는 방문자의 리뷰나 평점을 추천 근거로 삼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입맛과 취향, 소비 성향, 그날의 기분 등등에 의해 결정되는, 주관적인 정보로, 객관적이지 않은 데이터다.

또, 파워블로거, 유튜버, 크리에이터 등 인플루언서에 의한 ‘적극적 평가’와 일반 사용자의 ‘소극적 평가’가 잘 구분되지 않고 뒤섞인 경우도 많고, 음식점 측에서 고용한 ‘댓글 알바’, 또 경쟁자나 블랙 컨슈머가 남기는 ‘악의적 평가’, 그리고 그에 따른 평점 조작 가능성 등도 이러한 맛집 정보의 신뢰도를 낮추는 주된 원인이 된다.
 

'T맵 미식로드' 웹페이지 첫 화면. (사진 = 웹페이지 화면 캡처)


‘가지 않은 집’ 제외한 순도 높은 맛집 정보

한편,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빈도와 관련한 데이터는 계량화가 가능하며, 따라서 객관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사용자들의 관심 및 트렌드의 방향성을 파악하는 척도가 될 수 있을지언정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는 검색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사용자는 한 곳의 식당을 찾기 위해 많은 후보지를 검색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러한 데이터 속에서 허수를 걷어내고, 진짜 맛집으로 평가된 집들만을 골라내서 인기 순위까지 매기는 데 포털의 이러한 검색어 데이터는 적합하지 않다.

포털 검색 단계가 끝난 이후면 어떨까? 사용자가 드디어 단 한 개의 식당만을 결정하고 행동에 옮길 때는 내비게이션에 해당 식당을 ‘목적지’로 검색한 뒤 실제 그 장소로 찾아갈 것이다. 따라서 T맵 미식로드의 방문 데이터는 이처럼 포털 검색어 데이터의 허수가 모두 걸러진 뒤 남은, 순도 높은 맛집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T맵의 데이터는 특히 그 표본의 거대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T맵은 연간 1800만 명이라는, 국내 최다 사용자가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다. SK텔레콤이 지난해 말 발표한 내용대로라면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 2344만 대의 77%에 해당하는 규모다. 월간 실사용자수(MAU, Monthly Active User)는 1200만 명 수준이며, SK텔레콤은 이 수치가 경쟁 서비스의 3~4배에 이르는 수치라고 말했다.

그리고 SK텔레콤은 T맵 미식로드를 위한 분석에 지난 5년간 쌓인 약 18억 개의 데이터가 사용되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빅’(Big) 데이터다.
 

T맵 미식로드는 사용자와 성별과 연령대, 동행자, 원하는 맛집 주제 등에 따른 맞춤형 맛집 정보도 제공한다. (사진 = 웹페이지 화면 캡처)


사용자 개인별 맞춤형 제안도 빅데이터 기반

사용자 맞춤형 맛집 추천에도 빅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활용, 분석해 높은 신뢰도를 기대할 수 있다.

T맵 미식로드는 ▲지역 ▲성별 ▲나이 ▲동행자 등도 고려해 개인 맞춤형 맛집을 추천한다. 사용자의 성별과 연령대에 따른 인기 맛집을 소개하기도 하고, 연인, 어린이 혹은 부모님 등 특정 동행인과 방문하기 좋은 음식점을 구분해서 추천해주기도 한다.

예컨대 동행자로 아이를 설정하면 ▲어린이집 ▲키즈카페 ▲초등학교 등 아이 관련 장소 검색 이력이 많은 T맵 사용자들이 자주 방문한 맛집 데이터를 분석해서 추천하는 식이다.

넷플릭스가 ‘비슷한 영화 취향을 가진 다른 사용자가 좋다고 평가한 영화‘를 추천하는 추천 알고리즘으로 오늘날 성공의 발판을 놓았는데, T맵 미식로드의 동행자별 추천 맛집 역시 이와 비슷한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주제별 맛집도 찾을 수 있다. ▲5년 동안 사랑받은 맛집 ▲인증샷 찍기 좋은 카페 ▲최근 뜨는 맛집 ▲현지인이 자주 찾는 맛집 등의 분류에 따른 맛집 정보도 솔깃하다.

음식점 상세 정보에는 평소 시간대별 방문자 수를 확인할 수 있어 바쁜 시간을 피해 방문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또 식사 전후로 가보면 좋을 근처의 다른 유명 장소들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SK텔레콤 송광현 PR2실장은 "‘T맵 미식로드’가 고객들에게 맛집 탐방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 색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며 "SK텔레콤은 5G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와 즐거움을 제공하는 빅데이터 컴퍼니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PC 웹브라우저에서 카카오맵을 실행해 연남동의 한 맛집을 검색해본 화면. (사진 = 카카오맵 화면 캡처)


카카오맵 맛집 정보, 메신저 및 커뮤니티 기능에 최적화

한편, 국내 내비게이션 사용자 수에서 T맵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는 카카오맵의 경우, 맛집 정보 서비스는 사용자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 완성된다.

카카오맵도 T맵 미식로드와 유사한 방식으로 카카오맵 사용자 데이터 기반의 지역별 맛집 랭킹을 매기는 ’테마지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매년 초에 전년도 데이터에 기반해 랭킹을 매기는 이벤트성 정보 공개로, 별도의 맛집 정보 서비스 전용 사이트나 앱, 메뉴 등을 개설하지는 않았다.

대신 카카오에는 맛집 등 인기 장소에 관한 리뷰를 작성해 공유하고, 개인별로 관심 장소를 저장, 관리하는 별도의 서비스 ’카카오플레이스‘가 있었다. 그런데 카카오플레이스의 이러한 기능들은 카카오맵에도 유사하게 제공되고 있어, 카카오는 지난해 5월 카카오플레이스를 카카오맵에 통합했다.

카카오맵은 폴더 안에 장소를 즐겨찾기로 저장할 수 있고, 폴더별 심볼과 색상을 적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편집할 수 있다. 또한, 장소 평가를 통해 자세한 방문 후기와 사진을 공유할 수 있고, 카카오맵의 장소 페이지 안에서 다른 사용자의 방문 후기와 평점을 확인할 수도 있다.

실제 방문자가 많은 인기 맛집에 대한 객관성에서는 T맵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사용자가 특정 장소에 관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서로 공유하는 것까지 모두 카카오맵 안에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카카오맵에서 찾을 수 있는 맛집 정보(맨 왼쪽), 사용자 개인의 폴더 및 관심 장소 등록(가운데), 사용자의 장소 평가 및 리뷰를 모아 볼 수 있는 화면(맨 오른쪽). (사진 = 카카오맵 화면 캡처)


네트워크 회사와 메신저 회사의 서로 다른 개성

사용자가 맛집을 판단하는 데 있어 남들의 감상이나 직접 찍은 사진 등의 ’감성 정보‘들은 때에 따라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보다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예컨대 “그날 거기서 밥을 먹고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와 같은 리뷰는 평가라고 하기에는 모호해보인다. 여기엔 맛에 대한 구체적 묘사도, 공간 및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묘사도 없다. 하지만, 읽는 사람에게 ’좋은 기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충분히 좋은 맛집이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T맵의 알고리즘은 이런 불확실한 판단 요소를 배제하고 있다. 철저하게 객관적인 데이터를 직접 가공한 정보만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T맵과, 사용자 개인의 판단과 취향 및 그에 따라 생산되는 사용자 콘텐츠를 존중하고, 상호간의 소통에 따라 재생산될 수 있는 열린 생태계를 마련한 카카오맵. 이 둘은 뚜렷하게 다른 개성인데, 맛집 정보 서비스에 관해서는 과연 어떤 기준이 더 적합할까?

T맵과 카카오맵의 이러한 차이는 SK텔레콤과 카카오의 핵심 사업에서 보이는 성격의 차이와도 관계가 깊어 보인다.

T맵은 국내 최대의 이동통신 망사업자 SK텔레콤이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제공하던 내비게이션 서비스 ’네이트 드라이브‘에서 출발한 지도 서비스다.

반면, 카카오맵은 다음(DAUM) 포털의 지도 및 장소 정보 검색 서비스에 스타트업 회사의 내비게이션 김기사가 합쳐졌고, 무엇보다 국내 최다 사용자를 거느린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그 사용자 커뮤니티 기반의 다양한 O2O 서비스들과 연계되어 있다.

T맵 내비게이션 사용자가 연간 1800만 명에 달한다지만 카카오톡의 국내외 누적 가입자는 1억 명이 넘는다. 카카오맵은 이러한 카카오톡이 중심이 되는 종합 플랫폼의 한 축이다. 앱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 등에서 카카오맵은 카카오의 여러 다른 서비스들과 이질감 없이 이어진다.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의 후발주자인 카카오택시가 T맵택시를 넘어 업계 1위를 차지한 데에도 이러한 카카오의 가입자 규모와 브랜드 이미지, 다양한 서비스로의 확장성과 일관된 사용자 경험의 힘이 컸다고 할 수 있다.
 

한 운전자가 'T맵 미식로드'를 이용해 테마 맛집을 검색해보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이동 빅데이터, 미래 수익 극대화의 근간

T맵의 맛집 정보는 지도 및 내비게이션의 위치 데이터, 이동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매 순간 수천만 명의 이동 경로, 위치 정보 등의 데이터를 수년간 축적하면, 앞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 사물인터넷(IoT), 커넥티드 카, 스마트 시티 등의 첨단 ICT 산업이 발전해 나가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맞춤형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본래 타 이동통신망 가입자들에게 T맵을 월 4000원의 요금을 받고 유료 공개했었다. 하지만 2016년 7월 유료 서비스 제도를 폐지하고 알뜰폰 가입자들에게까지 T맵을 전면 무료 개방했다.

월간 유료 가입자들이 꼬박꼬박 내는 고정 수입을 포기하더라도, T맵 사용자 규모를 늘려서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T맵을 통한 수익 극대화에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치 및 이동 관련 빅데이터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해서 확진자들의 동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도 서비스, 약국별 공적마스크 잔여량을 알려주는 서비스 등이 개발되어 대중에게 큰 도움이 됐다.
 

SK텔레콤 직원이 서울교통정보센터 상황실에서 5G 기반 HD맵의 실시간 업데이트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서울시는 지난해 자율주행시대의 서울대중교통을 위한 정밀 HD맵 실시간 업데이트 기술의 실증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 SK텔레콤)


SK텔레콤은 T맵을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사업의 주된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T맵 V2X(Vehicle to Everything)’을 상용화하여 자율주행 및 스마트시티 실증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5G 상용망의 설계 및 구축에도 T맵의 위치 데이터는 큰 몫을 했다. 초기 5G가 활용하는 3.5GHz 주파수 대역은 LTE 주파수 대비 직진성이 강하고 장애물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5G 장비의 설치 높이, 방향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고, 정교한 커버리지 설계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T맵을 통해 축적한 약 1000만 개의 건물 데이터베이스, 산악지역이 많은 한국 지형의 특성, 십수 년간의 데이터 트래픽 변화 등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5G 상용망의 3D 설계 솔루션 ‘5G T-EOS’(설계 최적화 시스템)를 자체 개발, 기지국 설치에 활용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T맵'을 통해 확보된 빅데이터, 사용자 경험을 통해 모빌리티 사업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사업군에서 고객 편의를 제고하는데 활용할 것"이라며 "내비게이션 기본 품질을 더욱 강화하고, 편리함과 경제적 이익까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빅데이터는 시장의 불확실성과 위기를 해소해줄 뿐 아니라 미래 사업을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의 근간"이라며 "미래사회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핵심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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