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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와 기업 ① 衣] ‘부캐' 시대 맞아 유통업계, 패션 진출?

‘본캐’ 뛰어넘는 색다른 시도 이어져 … “재밌어야 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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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2호 옥송이⁄ 2020.07.31 10:33:46

노잼(no+재미의 합성어)이면 외면받는다. ‘재미’가 있어야 먹고, 입고, 참여하며 즐긴다. 소비에 있어서도 중심 가치로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이 치열하다. 유통업계에 전개되고 있는 ‘펀(FUN)으로 통하는 의(衣)·식(食)·주(住)’ 흐름을 살펴본다. 1편은 ‘의(衣)’ 이야기다. 
 

빙그레는 과자 브랜드 꽃게랑을 의류 및 패션 아이템으로 재해석한 ‘꼬뜨-게랑’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 = 빙그레 


부캐를 아시는지. 유재석의 유산슬을 시작으로 김신영의 둘째 이모 김다비, 이효리의 린다G까지. 기존 인물에 새로운 캐릭터를 장착하는 것으로, 일명 ‘부 캐릭터’의 줄임말이다. 해당 현상은 예능 스타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통회사들도 본캐(본 캐릭터)를 잊게 하는 캐릭터 창출에 한창이다. 특히 의류나 잡화를 선보이는 ‘패션 부캐’가 대세다.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는 동시에, 브랜드 노후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천재 디자이너가 내놓은 브랜드? 빙그레 ‘꼬뜨-게랑’

“처음부터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전 한 번도 스스로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천재 디자이너 고계랑. 온갖 명품회사의 러브콜을 뒤로한 채, 빙그레와 ‘Côtes Guerang(꼬뜨-게랑)’을 선보인 뒤 그가 한 말이다. 이 브랜드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특별하다. 독보적인 브랜드 런칭을 위해 전국을 여행하던 고계랑은 마지막 여행지로 영덕 오포리 해변을 향했고, 그곳에서 꽃게의 움직임에 영감 받아 해당 브랜드를 기획했다. 한 편의 소설 같은 이 이야기는 고계랑이 SNS에서 밝혔듯 “소설이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어리둥절하다면, 당신은 의도에 걸려들었다. ‘꼬뜨-게랑’은 식품회사 빙그레가 기획한 캠페인으로, 자사 브랜드인 꽃게랑을 의류 및 패션 아이템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실제 패션 브랜드 출시가 아닌 재미를 위해 기획된 일회성 이벤트다. 과자 꽃게랑을 연상케 하는 디자이너 고계랑 역시 가상 인물이다.
 

빙그레는 과자 브랜드 꽃게랑을 의류 및 패션 아이템으로 재해석한 ‘꼬뜨-게랑’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 = 빙그레


비록 단발성 이벤트지만, 콘셉트만큼은 철저하다. 꽃게랑 스낵의 모양을 로고화했으며, 고계랑의 SNS 계정도 운영되고 있다. 빙그레는 해당 캠페인의 모델로 가수 지코를 기용하고 티셔츠 2종, 반팔셔츠, 선글라스, 미니백 2종, 로브, 마스크를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 7일부터 일주일간 G마켓에서 단독 판매한 캠페인 제품들은 전량 완판됐고, 지코가 등장한 광고 영상의 조회 수는 28일 기준 254만 6000회를 넘어섰다. 댓글 역시 “쓸데없이 힙하다” “과자 광고인지 진짜 명품광고인지 모르겠다 너무 재밌다” 등이 이어졌다.
 

빙그레 관계자는 “꽃게랑은 지난 1986년에 출시된 오래된 제품이기에,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어떻게 해야 젊은층 사이에서 화제가 될까 고민했는데, 재미있는 시도를 해보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생각했다. 그 방안으로 꽃게랑 정체성을 살린 패션 상품을 선보이게 됐고 이번 콘셉트가 최종 결정됐다”고 말했다.
 

농심은 캐쥬얼 의류 브랜드 TBJ와 손잡고 ‘TBJ X 너구리 컬래버 컬렉션’을 선보였다. 사진 = 농심 


“너구리 한 마리 입고 가세요” 농심, 패션 브랜드와 협업

82년생 너구리도 본업을 잠시 잊고, 패션 업계에 진출했다. 지난달 30일 농심은 캐쥬얼 의류 브랜드 TBJ와 손잡고 ‘TBJ X 너구리 컬래버 컬렉션’을 선보였다.

해당 컬렉션은 너구리 캐릭터가 새겨진 후드티셔츠, 너구리 라면이 자수로 새겨진 볼캡,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포켓티셔츠와 그래픽티셔츠로 총 4종으로 구성됐다.

홈웨어는 물론 야외활동에도 손색없는 디자인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속 실용적인 패션 아이템이라는 것이 브랜드 측의 설명이다. 의류 외에 텀블러·안마기·라면 등으로 함께 구성된 100개 한정 제품은 모두 완판됐다.
 

농심은 캐쥬얼 의류 브랜드 TBJ와 손잡고 ‘TBJ X 너구리 컬래버 컬렉션’을 선보였다. 사진 = 농심 


농심 측 관계자는 “너구리는 장수 브랜드지만 ‘짜파구리’ 등으로 꾸준히 화제 되면서 이미지가 영해졌을 뿐만 아니라 농심에서 유일하게 캐릭터가 있는 브랜드”라며 “너구리 캐릭터 상품은 캐릭터를 좋아하는 10대, 20대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장수 브랜드의 대반란 … “MZ겨냥과 브랜드 관리 동시에”

‘패션 부캐’를 선보인 회사는 또 있다. 해태는 과자 브랜드 ‘맛동산’을 패션 아이템으로 출시해 이목을 끌었다.

지난 4월 의류 브랜드 폴햄과 함께한 ‘폴햄X맛동산’ 컬래버레이션은 MZ세대가 선호하는 ‘복고’ 감성을 자극한 것이 특징이다. 핵심은 ‘46살’ 맛동산의 로고를 활용하는 것. 기본 티셔츠에 로고를 넣거나, 에코백, 돗자리, 짐색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에 맛동산 프린팅을 새겼다.
 

해태는 의류 브랜드 폴햄과 함께 ‘폴햄X맛동산’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였다. 사진 = 폴햄 


꽃게랑부터 너구리, 맛동산까지. 해당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오랜 역사를 지닌 ‘장수 브랜드’라는 점이다. 최근 이들이 ‘패션’을 접목한 부캐를 선보인 이유는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를 겨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후된 브랜드를 지속 관리할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수 브랜드는 꾸준히 마케팅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올드해진다”며 “최근 본캐를 뛰어넘는 독특한 콘셉트의 패션 상품 출시는 브랜드 노후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기존 소비자층 이외에 새로운 소비자로 진입하는 10대, 20대 등의 젊은 층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줄 수 있고, 꾸준하게 인지도를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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