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1호 옥송이⁄ 2020.08.03 09:28:21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591만 가구(26.4%)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고, 계속 증가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1조 8000억 원 수준이었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도 올해 6조 원 규모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이상 동물은 ‘사육’하는 게 아닌 ‘공존’해야 할 생명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동물 복지와 관련된 캠페인들이 전개되고 있다. 또 동물과의 ‘건강한 공존’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주요 타깃으로 한 반려동물 시장도 다양한 형태로 마케팅을 전개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 움직임에 주목해 본다.
코로나로 늘어난 ‘펫콕족’
전염병이 유발한 ‘단절’의 시대. 집은 역병의 침투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보호막이다. 두문불출은 일상이 됐지만, ‘사회적 동물’이기에 따르는 고통도 있다. 심리적·물리적 접촉이 줄어들면서 고립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래도 생명체와 의지하며 자택의 시기를 나는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른바 ‘펫콕족(펫+집콕족)’이다.
“한동안 재택근무만 했어요. 처음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았는데, 점점 지쳤어요. 기술적으로 재택근무도 가능하고, 식재료 배달도 새벽이면 다 가능하지만 대면하지 않는 게 이렇게 답답할 줄 몰랐어요. 그때 우리 겨울이가 힘이 돼줬어요. 비록 사람은 아니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돼요”
직장인 A씨는 1인 가구지만, 식구(食口)가 하나 있다. 반려견 겨울이다. 말 그대로 한집에 같이 살며 끼니를 함께하는 이 생명체는 단절의 시기를 함께하는 가족이다. 반려견과 공존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의 지출은 반려견에 집중됐다. “예전엔 몰랐는데, 반려동물도 인간과 같아요. 필요한 게 너무 많다는 걸 이번 기회에 알게 됐어요. 그동안 신경 못써준 게 너무 미안해요”
코로나19가 반려동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펫콕족이 증가하면서, 유통업계의 반려동물용품 매출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경산업에 따르면 펫케어 브랜드 ‘휘슬(WHISTLE)’의 올해 1~5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76% 증가했다.
특히 위생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반려동물의 위생적인 피부와 털 관리를 위한 반려동물 샴푸, 미스트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휘슬의 해당 상품의 경우 올해 1~5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4% 성장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매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되는 트렌드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반려동물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관련 용품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휘슬은 반려동물 변화 추세에 맞춰 반려인과 반려동물에 필요한 제품 개발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펫콕족이 증가하면서, 편의점의 반려동물 관련 상품 수요도 늘어났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주요 상품들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반려동물 용품 관련 매출이 코로나19 발생 직전 동기간(10월~1월)보다 42.1% 상승했다. 주요 구매 상품으로는 장난감류 매출이 51.4%로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꾸준히 높은 매출을 기록해온 사료와 간식의 매출이 각각 38.2%, 40.5% 신장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BGF리테일 생활용품팀 서지훈 상품기획자는 “반려동물 용품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이후 편의점에서 이전보다 매출이 크게 뛴 카테고리 중 하나”라며 “코로나19로 생활양식이 바뀌며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평소보다 더 높아져 관련 소비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관련 상품·서비스 다양화, 토탈샵까지 등장
“오늘 실습해볼 내용은 ‘이리와’ 교육입니다. 이리와는 반려견이 사람에게 다가가 음식을 받거나 스킨십을 받는 행동으로, 무엇보다 위험으로부터 반려견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강의 주제는 반려견 교육. 참관인은 반려견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커리큘럼은 기본교육부터 문제행동 교육까지 다양하다. 전문적인 ‘애견스쿨’을 방불케 하지만, 실제로 강사·강아지·보호자가 마주하진 않는다. ‘비대면 애견스쿨’이기 때문이다.
랜선으로 해당 강좌를 송출하는 건 다름 아닌 한국야쿠르트. 지난 5월 펫 브랜드 ‘잇츠온펫츠’를 출시한 이후, 반려동물과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있다.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제작한 ‘펫츠 스쿨’ 역시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의 일환이다. 이 외에도 반려견에 대한 문의 사항을 전문가가 답변해주는 ‘펫츠 질문’, 거주지 기반 근처 병원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병원 찾기’ 등의 통합서비스가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무료로 제공된다.
앞서 6월에는 기업 특성을 활용해 유산균을 간식 ‘잇츠온펫츠 펫쿠르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반려동물 전용 프로바이오틱스를 비롯해 스낵볼, 덴탈스틱 등으로 구성됐다. 펫푸드 라인업을 늘려 해당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취지다.
신승호 디지털마케팅부문장은 “‘잇츠온펫츠 펫쿠르트’는 한국야쿠르트 유산균 기술력을 반려동물에 맞춰 개발한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맞는 고객 맞춤형 특화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잇츠온펫츠’를 종합 펫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반려동물 ‘토탈샵’을 선보인다. 기존의 매장들은 반려동물 용품, 미용실, 동물병원 등 한 가지 분야에 맞춰졌다면, 토탈샵은 반려동물의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상품 판매는 물론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여행이나 인테리어 관련 상담 및 예약, 사진 촬영 등 확대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롯데아울렛 남악점에 문을 연 ‘프리미엄 펫 부티크’는 백화점 업계 최초로 토탈 펫 케어 샵을 유치한 사례다. 이 매장은 기존 고객 휴게 공간이었던 옥상공원 총 310평 규모에 입점해 반려동물 유치원부터 호텔, 미용, 재활 치료, 필라테스, 카페, 놀이터, 식품 및 용품 판매 등 토탈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체류 시간이 2배로 늘어났다.
지난달 12일에는 반려동물 용품과 서비스를 망라한 ‘집사 마켓’을 2주간 전개했다. 해당 행사에는 반려동물의 패션, 리빙, 식품, 용품 등 다양한 분야의 25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반려동물 사진관은 물론 반려동물과 함께 쇼핑 나온 펫펨족을 위한 셀프 미용, 셀프 목욕 수업도 진행됐다.
롯데백화점 펫MD프로젝트팀 김민아 팀장은 “반려동물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개별 카테고리의 성장은 더딘 수준이라 의식주 관련 모든 용품과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는 종합 스토어 형태가 경쟁력을 가질 것”이며 “앞으로도 반려동물 용품과 특화 서비스를 한데 모은 토탈샵과 대형 이벤트를 선보일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