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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아마존의 지구촌 위성 통신망 가속화…국내 통신업계는?

광케이블보다 짧은 지연시간, 증시에 영향 클 것..."국내 초고속 5G 넘어서기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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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윤지원⁄ 2020.08.15 13:14:59

수천 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 음지 없이 서비스되는 초고속 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미 유럽과 미국의 여러 민간 회사들이 앞다퉈 위성을 발사하며 경쟁하고 있고, 심지어 한 곳은 올해 안에 북미지역에서 서비스를 개시한다. 통신 품질은 광케이블보다 빠르고, 통신비는 더 저렴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통신업계는 이런 우주적 프로젝트 앞에서 괜찮을까?
 

스타링크 프로그램용 통신위성 60개를 실은 스페이스X의 팔콘9 로켓이 발사대에서 발사 준비하고 있다. (사진 = 스페이스X 유튜브 화면 캡처)


아마존, 위성 5천개 발사 승인 받아
스페이스X는 올해 말 상용화 시작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수천 기의 위성을 지구궤도에 띄워 지구 전역에 걸친 초고속 무선통신망을 구축한다는 ‘카이퍼 프로젝트’(Project Kuiper)를 위한 위성 발사 계획을 정식으로 승인받았다.

이제 아마존은 위성과 로켓이 준비되는 대로 발사할 수 있고, 오는 2029년까지 3236기의 소형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 아프리카 사막이나 아마존 정글과 같은 오지, 북태평양 한복판의 배, 에베레스트산보다 높이 나는 비행기 등 문자 그대로 ‘지구 전역’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무선통신망을 구축해서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FCC 승인을 받은 날 아마존은 이 카이퍼 프로젝트에 최소 100억 달러(약 11조 91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막대한 금액이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여기서 발생하는 매출은 투자금을 넉넉히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 사업이 10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했을 뿐 아니라 20년 후에는 1조 달러의 우주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아마존은 사실 후발주자다. 비슷한 목적으로 이미 위성을 쏘아 올린 기업도 있다. 그것도 한두 곳이 아니다.
 

아마존 로고. (사진 = 아마존)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카이퍼 프로젝트와 유사한 내용의 ‘스타링크 프로그램’을 2017년에 발표하고, 이미 2018년부터 위성을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소프트뱅크, 코카콜라, 에어버스 등이 투자했던 ‘원웹’은 지난해 2월 첫 발사에 성공하여 34대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고, 캐나다의 ‘텔레셋’도 2018년에 프로토타입 위성을 쏘아올린 바 있다.

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프로젝트를 완성해가는 곳은 스페이스X다. 목표 규모도 가장 크다.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프로그램과 관련해 FCC에게 발사를 승인받은 위성은 약 1만 1927대(2027년까지)에 달하고, 궁극적으로 4만 2000대를 저궤도에 띄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스페이스X는 올해에도 지난 8월 7일까지 8차례 로켓을 발사했고, 한 번에 최대 60대의 위성을 담아 지금까지 600대 가까이 되는 위성을 저궤도에 올려놓고 있다. 또, 스페이스X는 올해 말까지 6차례 더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고, 내년에도 매달 1회씩 총 12회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스타링크 프로그램은 늦어도 올해 말에는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서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며, 내년부터 글로벌 서비스가 점차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프로그램의 위성을 실은 로켓이 발사된 뒤, 위성이 제 궤도를 찾아가는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 = 스페이스X 유튜브 화면 캡처)


우주 인프라 구축에 100억 달러?
그래도 남는 장사


국제통신연합(ITU)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글로벌 인터넷 보급률은 51.2%로, 인류의 절반 가까이가 인터넷에서 소외되고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과 빈곤한 국가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여전히 20%에 가까운 사람들이 인터넷을 원활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역설적으로, 여전히 수십억 명의 신규 통신망 가입자를 기대할 수 있는 거대한 틈새시장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카이퍼 프로젝트나 스타링크 프로그램은 북한과 같은 폐쇄사회나 아프리카 대륙의 여러 빈곤국처럼 전국적인 초고속 통신망을 구축할 여력이 안 되는 지역에서도 중계기 설치만으로 4G LTE급 속도의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하여 세상의 ‘디지털 격차’를 없애준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하늘 위의 비행기 안에서도, 바다 위 선박에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무인도에서도 육지와 거의 동일한 품질의 초고속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고공 무선 네트워크’에 관한 아이디어는 테슬라, 아마존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구글(모회사인 알파벳) 등도 수년 전부터 추진한 바 있다.

고공 네트워크를 구축할 매개체로 페이스북은 드론을, 알파벳은 열기구를 각각 내세웠다는 차이점이 있는데, 페이스북의 프로젝트는 2년 전에 이미 무산됐고, 알파벳은 계속된 실증화 과정을 거쳐 지난 7월 케냐에서 열기구 기반의 무선 이동통신 네트워크 서비스 ‘룬’(Loon)을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현재 룬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를 중심으로 한 5만㎢ 지역에 한하여 4G LTE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모두 35기의 열기구를 이용하고 있다.
 

한국군 첫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Anasis) 2호'를 실은 스페이스X의 팔콘9 로켓. (사진 = 스페이스X 유튜브 캡처)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프로그램은 고도 약 336~1325km의 저궤도에 1만 2000개가량의 위성을 지구 전역에 걸쳐 촘촘하게 배치한다. 저궤도위성은 90분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돌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다. 그래서 지상과의 통신 연결이 끊김 없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이처럼 많은 위성이 촘촘히 배치되어야 한다.

위성 한 대를 개발하고, 제작하고 유지하는 비용, 또 발사용 로켓을 개발하고, 제작하여 발사하는 비용은 갈수록 저렴해지고 있다. 스페이스X는 심지어 한번 발사에 사용한 로켓을 수거해 재사용하는 기술로 그 비용을 더욱 축소했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과거 kg당 3만 달러에 달하던 위성 발사에 드는 비용은 2017년 기준 1890달러까지 줄어들었고, 앞으로 그 10분의 1까지 줄일 계획이다.

그윈 쇼트웰 스페이스X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스타링크 프로그램에 최소 10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50억 명의 잠재 고객을 고려하면 경제성이 충분한 인프라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타링크 위성이 개당 600만 달러(약 69억 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로 한 위성 4만 2000개를 모두 띄우고 나면 289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스페이스X의 로켓 팔콘6의 발사체가 일정 고도에 오른 뒤 스타링크 프로그램용 통신위성들을 하나 둘 분리하고 있다. (사진 = 스페이스X 유튜브 화면 캡처)


광케이블보다 지연시간 짧다

기존의 통신위성은 고도 약 3만 6000km의 정지궤도에 위치하기 때문에 한 대로도 넓은 지역과 통신 연결을 지속할 수 있지만, 물리적 거리에 따른 통신 지연이 발생한다. 반면, 스타링크의 위성들은 훨씬 가까이에 있어 지연이 적다.

이러한 물리적 위치에서 스타링크 위성들은 최대 1Gbps 속도를 갖추고, 통신 지연시간이 단축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진공의 우주공간에서 위성 간에는 레이저를 이용해 통신이 이루어지는데, 스페이스X에 따르면 이는 해저 광케이블에 쓰이는 광섬유보다 통신 속도가 빠르다. 빛이 광섬유라는 매질을 통과할 때는 진공상태보다 30% 이상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약 6400km 떨어진 런던과 뉴욕 간 인터넷 통신에서는 해저 광케이블을 이용할 경우 신호 전환 시간까지 왕복 76ms(밀리세컨드)가 평균적으로 소요되고, 정지궤도의 통신위성을 이용할 경우에는 240ms가 소요되는 반면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을 사용할 때는 지상에서부터 5개의 위성을 거쳐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는데도 43ms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뉴욕 증시에서 실시간으로 급상승는 종목을 서울에서 거래할 때, 그 수십ms의 차이에 의해 생길 수 있는 가격 변동 폭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수십ms의 지연시간 차이를 ‘겨우’라고 말할 수 없다. 업계에선 이런 점을 들어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를 통해 증권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익을 독점할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SK텔레콤 홍보모델들이 서울 을지로 T월드 매장에서 갤럭시 노트20 5G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한국 통신 시장에서의 전망은?

스타링크나 아마존의 이 같은 사업이 국내 통신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국내 통신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일단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스타링크나 카이퍼가 향후 국내 통신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에 관해 진지하게 전망하는 구체적인 논의, 또는 리포트를 아직까지도 접하지 못했다”며 “아직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도 충분한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망 사업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커버리지와 품질”이라며 “커버리지의 면에서 스타링크가 제공할 통신망 서비스가 현재 인터넷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들에 대해서는 향후 인프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등 큰 의미를 지니는 게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빠른 통신 인프라가 이미 전국 구석구석까지 촘촘하게 깔려있기 때문에 스타링크로 대체될 이유가 없다”고 자신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된 지난 7월 31일 드림콘서트에서 한 아이돌그룹이 LG유플러스 영상회의로 팬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 = LG유플러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에서 기대하는 속도는 기존의 국내 초고속 유선통신 속도보다 뚜렷이 빠르지 않고, 현재 국내 통신 3사가 선도하고 있는 5G 통신 등 초고속 무선통신 속도보다는 현저히 느리다”며. “따라서 우리나라의 통신 품질이 가진 상대적 우위는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짧아지는 지연시간과 관련해서는 다른 견해를 보였는데, “증시와 관련한 대륙 간 통신에서는 유의미한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정도의 좁은 범위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오히려 도로에서 자동차들의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와 관련해서는 돌발 상황에 대해 더욱 기민한 반응이 요구되는데, 이런 경우 국내 5G 이동통신의 초저지연 기술과 현재 연구중인 6G 이동통신에서 목표로 하는 0.1ms 수준의 초저지연 기술이 월등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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