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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정의선 부회장의 광폭행보를 보며 플랫폼 경제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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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1호 최영태 편집국장⁄ 2020.08.13 13:53:04

(문화경제 = 최영태 편집국장) 이번 호 문화경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전기차-수소경제 관련 광폭행보를 다뤘다(24~29쪽). 전기차 배터리, 수소경제와 관련해 타 그룹의 총수와 자주 만나고, 청와대의 ‘한국판 뉴딜’ 발표장에도 앞서 나서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바야흐로 질병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돈의 시대다. 코로나19라는 몹쓸 병이 지구촌을 휩쓸면서 엄청난 변화를 몰고오자, 그에 따른 신질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지구촌 사람들은 질병 걱정과 함께 돈 문제에 골몰하고 있다. 세상이 워낙 크게 바뀌니 돈 있는 사람들은 “내 재산-빌딩이 지켜질까”로, 그리고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은 “어찌 해야 이 큰 변혁기에 한몫 잡나”로 분주하다. 부동산 문제가 한국 정치판을 뒤흔들고, 증시에 기록적인 돈이 몰리는 것 모두 돈에 대한 높은 관심의 반영이다.

‘마스크와 돈’ = 2020년 한국 사회의 두 키워드

코로나19는 ‘원래 빠른’ 한국인들을 더욱 빠르게 몰아치고 있다. K-방역의 성공으로 한국을 일약 ‘선진국 중의 선진국’ 위상으로 올려놓는가 하면, 한국 증시의 모습도 ‘미국스럽게’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제조업 주식이 대장주였고, 네이버-카카오 같은 ‘언택트 산업’의 주가는 그에 못 미쳤다. 그러나 최근 엄청난 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언택트 산업 주가를 끌어올렸고,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이들 언택트 기업들이 미국의 가파(GAFA: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약자)처럼 사업을 확장할 여력이 생겼다는 평가다.

애플이 세계를 주름잡을 때 한국인은 “왜 우리에겐 스티브 잡스가 없냐”며 절망했고, 구글 유튜브가 동영상 시장을 싹쓸이 하는 걸 보면서 “IT 선진국이라면서 왜 한국은 유튜브 같은 걸 못 만드냐”고 한탄했다. 그러나 이제 네이버-카카오에 돈이 몰리면서 일단 주식시장의 외형은 미국과 비슷한(제너럴 일렉트릭 같은 제조 대기업이 밖으로 밀려나고 GAFA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중심인) 모습을 갖추게 됐단다.

 

‘마스크 쓰고 증시 전광판을 바라보다’. 2020년 한국을 대표하는 광경이다. 사진 = 연합뉴스

GAFA의 활약상을 보면서 한국인들은 회한에 젖기 쉽다. 페이스북 같은 사업모델은 한국에서 먼저 나왔었고, 한때 ‘한국판 동영상 포털’을 만들자며 국가 예산이 투입되기도 했었지만, 벤처 자본이 없는 한국에서는 이런 아이디어 사업들에 자금이 몰리지 않으면서 대부분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초등학생에게도 상식이라니 부동산에 들어갈 돈은 천문학적이어도 한국판 페이스북, 한국판 유튜브에 들어갈 돈은 없었다. 그런 모양새가 코로나19 덕에 일부 고쳐지고 있다니 이 질병에 고마움이라도 느껴야 하나?

모아서 GAFA라고 불리지만 G-A와 F는 전혀 다른 사업모델로 움직인다. 구글과 애플은 개방해서 떼돈을 벌었지만, 페이스북은 아직도 폐쇄적 운영을 하고 있다. 구글은 애드센스(adsense: 블로그 등에 구글 광고를 부착해 블로그 운영자가 돈을 벌게 하는 구조)와 유튜브 등을 통해 구글 생태계 안의 모든 이들이 함께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었고, 애플은 앱 개발자와 이익을 나누는 애플 생태계로 세계를 풍미하고 있다. 20세기 제조업의 전성시대에는 몰래 숨어서 기술개발(R&D)만 잘하면 떼돈을 벌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애플은 삼성전자보다 매출액 대비 훨씬 적은 R&D 투자를 하면서도 애플 생태계(“당신을 위해 개방한다”는 이른바 ‘For you’ 경제) 덕분에 잘 나가고 있다. 반면 떼돈을 벌면서도 “페이스북 이용자와 이익을 나누라”는 요구에 입을 다물고 있는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업체도 있긴 하다.

우리는 현재 ‘제조업 이후’의 세상을 살고 있지만, 현재의 산업-교육-복지 시스템은 모두 지난 세기의 제조업 시대에 완성된 것인지라 도대체 우리는 뭘 어떻게 바꿔야 ‘데이터 플랫폼 경제 시대’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지 오리무중일 뿐이다. 인간은 원래 뒤돌아보면서 ‘스토리 만들어내기’(사후에 썰 풀기)에는 뛰어나지만 앞날에 대해선 ‘안 치 앞도 못 보는’ 존재라서 그렇다.

다만 플랫폼 경제 시대를 헤쳐나갈 키워드 정도는 겨우 나와 있는 정도다. 한국 경제의 진로에 대해 풍부한 제안을 쏟아내고 있는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R&D보다는 아이디어(집단지성) △성적순보다는 개방과 협력 교육 △이질적인 사람들과 만나 해결책을 잘 찾아내는 게 인재, 등의 키워드다.

‘열고 협력하는’ 게 플랫폼 경제 시대의 리더

이런 진단을 따른다면, 한국 경제의 ‘거의 모든 것’이랄 수 있는 대기업 차원에서도 과거처럼 각개 그룹이 R&D에 큰돈을 쏟아붓는 방식보다는, 그룹들 사이의 개방과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미래 사업을 위해 타 그룹의 총수는 물론이고, 국내외 주요 인사들과 만남에 주저가 없는 정의선 부회장의 행보에 눈길을 주게 되는 이유다.

 

사원들과 어울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정주영 ‘왕 회장’의 스스럼없음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사진 = SBS 화면 캡처 

정주영 ‘왕 회장’이 창업한 현대그룹은 한때 “가장 한국적인 대기업”으로 꼽혔다. 총수가 사원들과 씨름판을 벌이고, 오너 패밀리와 일반 직원이 목욕탕에서 발가벗고 만나는 데 거리낌이 없었던 현대家였다. 현대가 글로벌 대기업이 되면서 이런 ‘한국풍’은 많이 미약해졌다. 그래도 정의선 부회장의 최근 개방적인 행보를 보면서 “그래. 그룹들 사이를 연결하기에는 현대만한 곳도 없지”란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된다.

세계 경제의 3대 축이라는 미국-EU-동아시아 중에서 향후 플랫폼 경제를 놓고 쟁패를 다툴 만한 나라는 플랫폼 경제의 종주국인 미국, 그리고 엄청난 인구와 자본을 바탕으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중국, 그리고 한국 정도다. 제조업 대국이었던 일본은 이미 저만치 뒤로 떨어져 나갔고, 독일 경제가 잘 나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플랫폼 경제에서는 후발주자이며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플랫폼 경제 시대에는 미국의 일론 머스크처럼 거침없는 행보를 겁내지 않는 사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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