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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환경 ③] 갈증, 삶의 원동력이 되다

라네즈, 디지털 아트 전시회 ‘라이프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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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옥송이⁄ 2020.08.30 09:31:16

지속가능성을 아시는지. 현재의 생태계를 훗날에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만든다는 뜻이다. 기후나 국가정책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기업들의 ‘친환경’ 활동들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나 LG화학,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속속 친환경 인증을 받고 있다. 환경 문제에 둔감한 기업은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외면받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3편은 아모레퍼시픽 라네즈가 '물'을 주제로 진행한 전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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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네즈 '라이프 오아시스' 전시. 1전시실 모습. 사진 = 옥송이 기자 


눅눅한데 찝찝한 게 아니라 기묘하다. 30일 막을 내리는 라네즈의 디지털 아트 전시회 ‘라이프 오아시스(LIFE OASIS)’의 주제는 단연 물. 덕분에 전시장 곳곳이 물이다. 진짜 사방이 흥건하게 젖었다는 건 아니다. 다만, 관람객이 시각·청각·촉각적으로 물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전시는 물의 어떤 성격을 말하고 싶은 걸까?

발끝에서 해소되는 갈증

푹, 푹 발이 빠진다. 맨발로 딛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모래벌판. 분명 이곳은 전시공간이지만, 모래라는 특수한 장치가 관람객을 ‘사막’으로 이끈다. 전시를 거니는 관람객은 ‘잠시’ 사막 여행자가 된다.
 

체험 공간으로 꾸며진 4전시실. 모래를 파자 물이 솟아 오르는 모습. 사진 = 옥송이 기자 


햇빛에 바싹 말라서일까. 발가락 사이에 파고든 모래가 퍼석하다. 이토록 황량한 사막에서 여행자가 찾아 헤매는 건, 오아시스.

어디 있는지 모를 샘을 향해 발을 부단히 움직인다. 드디어 오아시스가 가까워진 걸까. 발걸음을 따라 물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물 자국이 남은 모래를 손으로 마구 파자 물이 퐁, 퐁 솟아난다. 오아시스의 신호탄이 보이자마자, 저 멀리서부터 새파란 물결이 덮쳐온다.

마치 파도 같은 물너울이 금세 여행자의 발을 적시고 이내 모래벌판을 뒤덮는다. 사막과 여행자의 갈증이 순식간에 해소되는 순간이다. 곧이어, 모래 위를 파랗게 메우던 물결이 사라지고 꽃과 식물이 피어난다.
 

체험 공간으로 꾸며진 4전시실. 사진 = 옥송이 기자 
체험 공간으로 꾸며진 4전시실. 사진 = 옥송이 기자 


물의 강인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이 공간은 체험을 위해 꾸며진 전시실이다. 이곳은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관람객의 체험을 돕는데, 일단 바닥의 모래는 진짜다. 신발을 벗어야만 입장할 수 있다. 반면, 생생한 해갈(解渴. 갈증을 해소함)을 선사한 물결과 꽃 따위 식물은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반의 가짜다.

사막을 헤쳐 물을 찾는 환희를 그린 이 공간의 디지털 인터랙티브는 ‘라이프 오아시스’展을 함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당 전시의 핵심은 ‘갈증’과 ‘물’이기 때문.

일상 속 다양한 갈증을 빛으로 형상화

전시 1층이 단어 그대로의 갈증과 물의 소중함을 그렸다면, 2층은 한층 심화적이다. 진짜 목마른 것이 아닌, 목이 마른 듯 무언가를 몹시 갈망하는 다양한 갈증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5전시실은 사방이 거울로 싸여 있다. 거울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공간은 끝없이 이어지는 우리의 삶, 중심에 자리 잡은 구형 오브제는 삶에서 마주치는 갖가지 갈증을 투영한다.
 

5전시실. 사진 = 옥송이 기자 


이 공간의 압권은 천장에서 내려온 빛줄기들이다. 천장에서 벽, 바닥까지 온 곳을 뒤덮은 거울이 빛줄기를 비춰서 빛이 내려온 건지, 솟구친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이 빛줄기는 선택·후회·외로움·겉모습·꿈·망설임·사랑·시선 등 다양한 일상 속 갈증을 형상화한 것으로, 전시실 구석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해당 갈증을 하나씩 클릭하면 빛줄기가 다양한 색채로 변한다. 일상 속 갈증이 결국 삶의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음을 표현했다는 것이 전시 측의 설명이다.

삶의 오아시스는 ‘나 자신’

그렇다면 사념과 고민 따위의 다양한 갈증을 어떻게 삶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을까. 해법은 6전시실에 있다.

6전시실은 지극히 사적(私的) 영역이다. 촉각·시각·청각 등의 감각으로 점철된 이전 전시공간들과 달리, 이곳은 아늑한 느낌을 주는 하나의 ‘방’이다. 푹신한 의자와 러그, 커튼과 창, 빈백까지 ‘휴식’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방에 들어가기 전에 치러야 할 관문이 있다. 방 초입에 있는 거울이다. ‘나 자신’을 마주하는 장치다. 거울을 마주하고 서면, 관람객의 얼굴과 그 뒤로 석양 진 물이 함께 비친다. 결국, 모든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는 오아시스는 나 자신이다.
 

6전시실. 사진 = 옥송이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가 마련한 이번 ‘라이프 오아시스’展은 사막에서 영감을 받아 ‘도시 속 오아시스’를 콘셉트로 기획됐다. 라네즈 측은 “브랜드의 자산이자 생명의 근원인 ‘물’을 매개체로 삶의 갈증을 되돌아보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며 “오감을 이용해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기반의 아트 전시회”라고 설명했다.

물의 본질부터 삶의 갈증에 이르기까지. 갈증과 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 자신에 이르는 이 전시는 8월 30일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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