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될순⁄ 2020.09.09 10:57:39
코로나19로 전세계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원화를 외화로 환전해야 하고, 거래 시간도 다르며, 종목 정보 파악도 쉽지 않지만 해외 주식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한국 증시가 전 세계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 남짓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해외는 더 큰물이고, 그만큼 더 큰 이익 역시 거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국내 주식만 전전한 초보자이지만, 최근 추세에 맞춰 소액이지만 해외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직접 해외 주식 투자를 해보면서 경험 그리고 주의 사항들을 계속 전해드릴 계획이다. 두 번째는 중국 주식 편이다.
후강퉁·선강퉁 제도 통해 ‘외국인 거래’ 가능
1편에서 계좌를 만들고 거래까지 완료했다. 개설한 계좌로 이번엔 중국 주식을 매수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에 투자하기 위해선 중국 주식시장과 매매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에는 3개의 주식거래소가 있다. 상하이거래소, 선전(심천)거래소, 홍콩거래소다. 이 3개의 거래소를 통해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다.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는 각각 A주와 B주로 나누어지고 홍콩거래소에는 H주, 레드칩, 항셍주가 있다.
A주와 B주에 대해 설명하자면, A주는 중국인이나 적격투자자로 인정받은 기업이나 기관만 거래할 수 있고, B주는 외국인 투자자용 주식이다. 하지만 B주는 외국인들이 투자하기에 규모가 매우 작아 크게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다. 상하이거래소는 금융이나 산업재, 소비재가 선전거래소에는 헬스케어, IT업체가 주를 이루고 있다.
홍콩거래소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투자 제한이 없다. H주는 중국 본토에 등록된 기업, 레드칩은 중국 홍콩 합작기업, 항셍주는 홍콩 기업이 상장돼 있다.
과거엔 중국 본토 주식을 외국인이 직접 거래할 수 없었으나 2014년 11월 후강퉁, 2016년 12월 선강퉁 제도의 시행을 계기로 거래가 가능해졌다. 후강퉁(沪港通: 후는 상하이를 뜻하고 강은 홍콩을 뜻한다)은 상하이·홍콩 주식시장 교역 상호 연결 시스템의 약자로, 상하이의 주식을 홍콩을 통해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선강퉁(深港通: 선은 선전을 뜻하고 강은 홍콩을 뜻한다) 또한 선전거래소의 주식을 홍콩거래소를 통해 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증권사 리포트 참고해 매수 결정했어요
이제 거래 방식을 알았으니 매수 타이밍을 결정하고, 종목을 선정할 차례다. 우선 기사들을 많이 찾아봤다. 증시에 영향을 줄 경제적 이슈는 없는지 꼼꼼하게 훑었다. 중국 증시가 랠리(증시가 약세에서 강세로 전환하는 것)를 보이다가 미·중 분쟁 등의 이슈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중국 주식시장은 국경절 연휴 전후인 9~10월에 증시 호황기를 맞는다고 한다. 이번 달 중국 증시는 대체로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9월 초, 매수 시기는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종목 선정은 늘 골칫거리다. 발품을 많이 팔면 팔수록, 얻는 정보가 많다 보니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장기로 갖고 갈 것인지, 단타 매매로 할 것인지에 따라서도 투자 종목이 달라진다.
이번엔 전문가들의 보고서를 참고해 종목을 결정했다. 삼성증권은 5월 하반기 한미일 주식시장 전망 리포트에서 “중국 본토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미·중 분쟁과 코로나19 파동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양적 성장 공간이 남아있고 산업구조와 자본시장의 고도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시장에서 최고 인기 테마는 ‘디지털 경제, 시장 대개방, 내수성장’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종목들은 텐센트, 중심국제, 우시바이오, 알리건강, 국제여행사를 꼽을 수 있다”며 중국 사상 최대의 경기부양 효과로 경기소비섹터의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길리자동차, 메이디 회사 등에도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투자 김경환 글로벌리서치팀 팀장은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하반기 중국의 유망 업종을 ‘테크(기술)’와 ‘시클리컬(cyclical: 경기민감주)’로 선택했다.
올해 정책·공급 사이클과 수요·가격 회복 패턴이 중국의 경제 호황기였던 2016년과 유사해서다. 최근 중국의 인프라 투자와 주택 공급, 자동차 판매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미·중 무역갈등으로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내수시장 활성화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통해 하반기엔 매출 회복과 재고 조정이 빠르고 신형 인프라와 부동산, 자동차의 공급망 등의 분야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추천 업종은 5G, 전자, 전기차, 화학, 비철, 기계, 음식료 등이었다.
기자가 선정한 종목은 ‘길리자동차’였다. 6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21% 증가했고, 볼보와 합작해 만든 자동차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게다가 친환경 자동차 기술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라 생각됐다.
미국 주식에 투자했던 절차와 동일하게 은행 송금을 통해 증권 계좌에 돈을 넣었고, 길리자동차 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웬걸. 주식 최소단위가 1000주다. 1일 오후 4시 기준 길리자동차 단가는 17.520홍콩달러였다. 한화 약 268만 원의 돈이 필요했다. 분할 매수도 불가능해 거래 수수료를 제하더라도 잔고에 최소 270만 원을 입금해야만 살 수 있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투자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그 돈으로 삼성전자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의 중국 주식 투자 시도는 일단은 매수를 포기하는 것으로 끝났다.
성장성 높은 기업 보유 ‘주가 상승 기대 多’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주식시장은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중국 본토 A주의 글로벌 지수 편입과 중국 기업들의 홍콩증시 상장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주식에서 중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중국 주식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데 대부분이 동의한다. 하나금융투자 김경환 글로벌리서치팀 팀장은 지난달 중국경영연구소 차이나 비즈니스 세미나에서 앞으로 10년간 중국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지만, 중국 경제 규모만큼 시가총액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7월 자본시장포커스 보고서에서 “최근 중국의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확대와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기조에 따라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거래 규모도 크게 확대됐으며 신용거래도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개인투자자의 유입도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1월 1일~ 9월 1일)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 순매수액은 약 1조 9884억 원(3일 환율 기준)이다. 같은 기간 홍콩 증시에서는 5조 1991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2019년까지 국내 투자자의 중국 주식 순매수액은 연간 4000억~5000억 원 수준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직구가 늘어나 순매수액이 증가한 것 같다”며 “하반기 중국 경제가 회복되고 이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면 증시는 안정적인 상승 흐름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휴장 제도’와 ‘최소거래단위’ 절대 잊지 마세요
중국 주식을 투자하기에 앞서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들이 있다. 국내 증시와 달리 상하이, 선전, 홍콩거래소는 오전장과 오후장 사이에 점심시간 휴장제도가 있다. 이때는 매매 주문을 접수하지 않는다. 오전장은 10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 오후장은 14시부터 17시까지다. 상한가와 하안가에도 차이가 있다. 일반 종목의 경우 전일 종가 기준 10%로 상승과 하락폭이 제한된다. 한국거래소의 상하한 허용폭인 30%보다 중국의 변동폭이 작은 셈이다.
앞서 중국주식 시장의 특징 중 하나로 후강퉁, 선강퉁 제도를 설명했다. 후강퉁 제도는 홍콩거래소를 통해 상하이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A주식을 사는 것이고, 선강퉁 제도는 홍콩거래소를 통해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A주식을 사는 것이다. 만약, 중국 시장이 열렸다고 하더라도 홍콩시장이 휴장하면 외국인은 거래가 불가능하므로 이런 점에 주의해야 한다.
중국과 홍콩거래소는 최소 거래단위가 있다. 중국은 모든 주식의 최소 거래단위가 100주다. 중국 상하이거래소의 한국인 순매수 상위권 주식인 항서제약의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2일 종가 기준 최소 94.70위안(약 164만 원)이 필요하다. 홍콩은 종목에 따라 최소 거래 단위가 다르다. 100주, 500주, 1000주 등 종목별 최소 거래단위를 확인해야 한다.
당일 매수한 종목은 당일 매도가 불가능하다. 재매매 제도가 없어서다. 예를 들어 오전 11시에 주식을 샀다가 오전 12시에 되파는 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