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까지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 요즘 빵지순례(전국의 유명한 빵집을 찾아다니는 일을 ‘성지 순례’에 빗대어 이르는 말)의 핫 플레이스는 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매장 리뉴얼, 동네 맛집 빵집 입점을 통해 빵 덕후 고객 유치에 나섰다. 여기에 전문 셰프 발굴과 지역 빵집과 상생의 의미까지 더해 눈길을 끈다.
롯데백화점, 건강 빵집 ‘여섯시 오븐’ 본점 업그레이드
롯데백화점이 11월 13일 본점 ‘여섯시 오븐’ 매장을 새로운 셰프와 함께 업그레이드해 선보인다.
여섯시 오븐은 매일 아침마다 구워내는 빵을 판매한다는 의미를 지닌 천연발효 베이커리 전문점이다. 고객에게 건강한 식문화 경험을 제공할 전문 셰프를 발굴하고, 매장 운영을 지원하는 등 상생의 의미를 담은 프로젝트 매장으로 본점, 잠실점, 노원점에서 운영중이다.
여섯시 오븐의 제빵사들은 매일 오전 6시부터 롯데그룹의 마곡중앙연구소에서 검수를 거친 100여 종의 원재료와 셰프가 직접 배양한 천연효모종을 사용해 반죽을 만든다. 빵의 향과 맛을 결정짓는 오븐과 발효기는 봉가드사 제품을 사용한다.
이번에 리뉴얼된 본점 매장은 발효빵 전문가로 알려진 ‘블랑제리11-17’과 ‘르봉마리아쥬’의 대표 윤문주 셰프가 운영한다. 셰프가 자체 개발한 호밀발효종으로 만든 빵을 여섯시 오븐에 맞게 재해석해 60여 종을 선보인다. 대표 상품은 본점이 위치한 소공동의 이름을 딴 ‘소공동빵’으로 6가지 곡물과 크랜베리를 넣어 만들었다. 이외에도 셰프의 대표 상품 ‘감자 치아바타’, ‘프리미엄 모찌 식빵’ 등이 있다.
또 젋은층을 중심으로 구성된 빵지순례자들을 위해 베이커리 구성을 다양화했다. 다양한 식사빵을 즐길 수 있도록 한손에 잡히는 작은 사이즈의 빵들을 새롭게 선보였고, 디저트, 샌드위치, 샐러드 등 30가지의 빵을 추가로 준비했다.
오픈 기념 이벤트도 준비했다. 11월 13일부터 베이커리 2만 원 이상 구매 시 선착순 500명에게 에코백을 증정한다. 단짠(달고 짠)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개발한 신제품 ‘단짠 힐링빵 2종’의 선호도 투표 이벤트를 진행하고, 이벤트 참여자들에게 단짠 힐링빵 1+1 쿠폰(하루 20개 한정)도 제공한다.
롯데백화점 윤향내 크래프트팀장은 “이번 본점 여섯시 오븐 새단장을 통해 실력 있는 셰프를 발굴, 지원하고 고객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며 “건강과 맛, 두 가지 모두 선호하는 고객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동네 빵집, 백화점에 모신다”
신세계백화점이 동네 빵집 모시기에 나섰다. 빠르게 달라지는 고객 취향에 맞춰 최신 트렌드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집객 효과까지 뛰어나기 때문이다.
11월 13일 신세계 본점에는 서울미래유산으로 뽑힌 성북 본점 직영 ‘나폴레옹과자점’이 문을 연다. 서울 3대 빵집·전국 5대 빵집으로 꼽히는 나폴레옹과자점은 1968년부터 2대째 가업을 이어 운영 중인 베이커리 전문점이다.
강남점은 11월 20~29일 ‘아리키친’ 팝업 스토어를 연다. 아리키친은 2015년부터 시작된 베이킹 전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CJ ENM DIA TV(다이아 티비) 소속 크리에이터로, 현재 수원 광교에서 ‘아리카롱’이라는 마카롱 전문 디저트샵도 운영 중이다. 이번 팝업에서는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아리키친이 직접 개발한 12종의 마카롱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그동안 다양한 동네 빵집을 발굴해 왔다. 2014년 신세계가 처음 소개한 ‘이흥용과자점’은 5년 새 신세계에만 매장을 3곳으로 늘렸다. 2017년 강남점에 입성했고, 1년 만에 이흥용 오너셰프는 ‘대한민국 제빵명장’ 타이틀을 얻었다.
숨겨져 있던 보석 같은 가게를 찾아내 신세계와 함께 성장한 사례도 있다. 서울 서래마을에 있던 ‘오뗄두스’는 2010년 오픈한 카페다. 일본 리가 로열 호텔에서 제과장을 했던 정홍연 셰프가 문을 열었다. 말단 파티시에부터 시작해 최고 셰프까지 오른 정 셰프는 일본 왕실의 황제 가족을 위한 케이크, 기네스북에 오른 케이크를 만든 바 있다 신세계 바이어가 삼고초려를 해 강남점에 입점하며 함께 성장해왔다.
신세계는 빵 구독경제 서비스를 진행할 정도로 베이커리 고객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초 베이커리 월 정액 모델을 도입한 신세계는 지난 8월부터 본점, 강남, 센텀시티점, 대구점, 경기점, 광주점, 하남점까지 확대했다. 식품관 한 가운데 위치한 베이커리 매장의 월 정액 서비스는 집객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고객 입장에서는 새로운 빵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어 이득이고, 백화점은 매일 새로운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
인기 있는 동네 빵집은 백화점 매출 견인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 매출 5분의 1은 디저트 장르가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한 번 SNS나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나면 인증샷을 찍기 위해 고객들이 몰려 시너지 효과도 크다”며 “소문난 빵이나 디저트를 먹으러 온 고객이 식품관 혹은 다른 매장까지 구매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백화점 입장에서도 동네 빵집 입점은 윈윈인 셈”이라고 밝혔다.
이에 백화점 디저트 바이어는 일명 ‘신세계 팔도 유랑단’이라는 이름이 있을 정도로 전국을 다니며 빵지순례 탐방을 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디저트 담당 허성무 바이어는 “평소에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매일 체크하며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개인적인 일정으로 지방을 방문할 때도 동네 빵집이나 디저트 가게를 꼭 들러서 인기 제품을 먹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