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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가꿈비율’, 꿈에 가치를 매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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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0호 이될순⁄ 2020.12.15 17:19:16

1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7.86p(0.28%) 내린 2,762.20으로 장을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주식의 가치를 평가할 때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게 주가수익비율(PER, Price Earning Ratio)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인데, 회사의 주가가 회사 순이익에 비해 적절한 가격인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지표다.

쉽게 말해 시가총액이 연 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말해준다. 예를 들어 PER이 10이라면 한 해 순이익의 10배가 시가총액이다.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10배를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로 본다.

코로나19 이후, PER이 100배에 육박하는 종목들이 나타났다.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12월 14일 PER이 91배다. 미국의 영화, 드라마 등을 스트리밍하는 업체인 넷플릭스는 85배다. 심지어 테슬라는 1208배에 달한다. 지난 1년 동안 번 순이익을 1200년 동안 모아야 회사 주식을 통째로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상장 직후 '따상상'(상장 후 두 번 상한가)을 기록하며 8만 1100원까지 뛰었다. 시가총액은 6조 원에 육박하며 코스닥 3위까지 올랐다. 당시 PER은 400배를 넘겼다.

주식은 꿈을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주식시장은 ‘미래 가치’에 투자를 한다. 그렇기에 어떤 업종이냐에 따라, 혹은 그 당시 사회현상에 따라 PER에 대한 기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최근 BBIG(bio‧바이오, battery‧배터리, internet‧인터넷, game‧게임) 주들이 PER 20~30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은 이유는 투자자들이 이 산업의 미래 성장성을 염두에 둔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PER가 1200배에 달하는 등 기업의 실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자, 증권가에서는 투자자들의 꿈과 비전이 주가에 투영된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전통적인 지표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의 기대치가 담긴 것이다. 그렇게 등장한 지표가 ‘주가꿈비율’(PDR, Price to Dream Ratio)이다.

증권가에서도 PDR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0월 기업의 꿈에 가치를 매기는 지표인 PDR을 개발하고 이에 기반을 둔 기업의 가치평가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 인터넷·게임, 2차전지 등 PER로 설명되지 않는 회사들의 꿈을 수치화한 후, 시가총액을 계산된 꿈으로 나눠 회사의 PDR 평가 가치를 추산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PDR 지표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 출원했다. 삼성증권은 2021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정리하면서 PDR을 "올해 증시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신조어"라고 소개했다.

PDR에서 보듯 이제 세상은 꿈과 희망을 기업의 가치로 인정해준다. 비록 재무제표에 숫자로 나타나지 않지만 우리는 이미 꿈이 곧 가치가 되고, 돈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꿈을 먹고 자란 주식이 얼마나 성장할지, 어디까지 성장할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제 주식시장에는 비재무적인 요소를 간과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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