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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탄소와 기업 … 기후변화보다 더 빠를 '돈 흐름 기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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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0호 옥송이⁄ 2020.12.23 17:27:12

지난 1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기후변화는 기업들의 장기 전망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가 됐다. 기후변화는 아직 금융시장이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리스크지만, 인식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금융업의 근본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한 말일까. 국제 금융기구의 총재? 해당 발언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가 연례 서한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블랙록의 보유자산은 7조 달러(한화 약 8100억 원)로, 일명 ‘월가의 제왕’으로 불린다. 이 같은 대형 투자회사가 이례적으로 ‘기후’를 언급한 이유는 세계적인 기후 이슈에 앞서 자본시장의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해서다.

그는 “자본시장은 미래 리스크를 현재가로 반영하므로, 기후변화의 속도보다는 당연히 자본 배분의 변화가 훨씬 신속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며 “머지않은 미래에, 예상보다 빠르게, 상당한 규모의 자본 재분배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블랙록은 석탄을 사용해 얻은 매출이 25%가 넘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블랙록의 행보에서 알 수 있듯 환경 이슈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국가가 ‘2050 탄소중립’(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에 뜻을 모으고 있으며, EU는 탄소 관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탄소 중립이 세계 경제의 메가트렌드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은 세금 폭탄, 예산 및 투자 지원 제외를 비롯해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탄소 감축 행보에 나섰다. SK그룹은 지난 12월 4일 한국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생산 전력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캠페인이다. 오비맥주는 태양광 에너지 도입 등 RE100 기준에 따른 친환경 사업을 펼치고 있다. 빙그레·롯데칠성음료 등의 유통기업들은 포장재 및 용기 개선을 통해 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그린뉴딜과 RE100에 준하는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IT기업 네이버는 탄소 네거티브(탄소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것)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탄소 감축 대응이 이어지고 있어 고무적이지만, 한편 아쉬운 점도 있다. 정책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탄소 절감은 기업들의 필수 조건이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기업이 재생에너지로 전면 전환하고 싶어도 국내에서는 아직 PPA(전력구매계약)가 불가하다 보니, 제품 생산 시 재생에너지를 차질없이 공급받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선언’에서 “석탄발전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고 전기·수소차 보급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것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보다 명확한 추진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선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철·제조업 등의 산업 분야 대응 방법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관련 제도 개선 등 산적한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주사위는 던져졌으나, 그 패의 결과는 얼마든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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